지중해에 위치한 이탈리아 섬 사르디니아의 산중턱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에서는 인구 1만 명 중에 21명이 100세 이상 노인이다. 미국은 100세 이상 노인 비율이 1만 명에 4명 꼴이다. 사르디니아인들이 다이어트나 건강에 집착하는 미국인들보다 장수하는 비결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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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나는 벨기에인 인구 통계학자 마이클 폴레인, 이탈리아인 진화 유전학자 파울로 프란칼라치, 이탈리아인 의사 겸 의학 연구자 지아니 페스와 함께 장수마을 사르디니아를 방문했다. 지난 11년간 우리는 세계의 ‘블루존(Blue Zone)’을 연구해왔다. 블루존은 만성질환 발병률은 가장 낮으면서 수명은 가장 긴 곳을 뜻한다.
내가 처음 사르디니아에 대해 보고했던 10년전,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장수에 모종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총 14개 마을이 모여있는 사르디니아는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유전적 동질성이 강한 지역이다.
이후 이같은 유전적 이점 개념에 의문이 제기됐다. 몇몇 연구가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의 유전 표지형질(심혈관계 사망률, 암, 염증과 관련있는 표지형질 포함)이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다.
사르디니아와 다른 블루존 네 곳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의 식습관을 역설계하도록 도와주었다. 우리는 이들 5개 지역의 지난 100년간의 식습관을 망라하는 식습관 설문조사를 수집해 글로벌 평균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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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존 인구가 섭취하는 음식의 65% 이상은 복합 탄수화물이다. 일본 오키나와는 고구마, 그리스 이카리아는 산나물, 코스타리카 니코야 페닌슐라는 호박과 옥수수 등. 주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 기타 탄수화물로 구성된 식단이다. 고기도 먹긴 하지만 소량만, 한달에 5회 정도 먹는데 보통은 무슨 특별한 날이나 잔치 때다.
세계 장수마을 식단의 한결같은 특징은 콩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루존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콩이야말로 장수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식품이다. 콩을 하루 20g(약 2 큰술)씩 섭취하면 사망 위험이 8%나 낮아진다. 사르디니아에서는 파바콩, 코스타리카에서는 검은콩, 이카리아와 오키나와에서는 각각 렌틸콩과 대두를 즐겨 먹는다. 미국에서 수명이 가장 긴 집단인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도 온갖 종류의 콩을 먹는다. “씨를 맺는 식물”의 열매를 먹으라고 씌어있는 창세기 말씀을 참고한 것이다.
콩은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많다. 더욱 중요한 점은 섬유질이 풍부해 유익한 장내 세균이 번성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르디니아인들은 건강한 식단만으로는 수명을 늘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음식에 사회∙문화적 요인들까지 결합돼야 비로소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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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르디니아 방문길에 난 빌라그란데라는 마을에서 오후 한때를 보냈다. 할머니, 딸, 손녀 등 5명의 여성이 몇 주에 한번씩 락토바실러스 배양균과 효모로 발효시키는 전통빵을 굽기 위해 모이는 자리에 함께한 것이다.
처음에 이 모임에 끌린 건 빵 때문이었다. 페스 박사가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르디니아의 사워도우빵은 식품의 당지수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빵은 섭취 즉시 당으로 전환돼 혈중 인슐린 수치를 높인다.)
그런데 몇 시간 가량 있다 보니 빵은 이 모임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만들기 위해 참석자들은 나무도 쪼개야 하고 오븐에 불도 지펴야 했으며 45분 동안 빵반죽을 해야 했다(헬스클럽에 가는 것보다 운동이 더 된다).
또한 이런 마을의 특징은 모두가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 만나고 서로가 서로의 말벗이 돼 주며, 서로에게 의지한다. 누가 아프면 이웃이 가서 돌봐준다. 어떤 양치기가 자기 양떼를 잃어버리면 다른 양치기들이 앞장서서 양들을 기증받아 다시 양떼를 만들어준다.
근처 촌락 모레스에서는 94세인 살바토레 피나와 88~90세 사이인 그의 세 친구를 만났다. 양모로 만든 신문배달원 모자 같은 것을 쓰고 거친 질감의 트위드자켓을 입고 있었는데, 목초지나 마을 광장에서나 꽤 패셔너블해 보이는 차림새다. 이들은 매일 아침 만나 커피를 함께 마시고 다시 오후에 만나 도미노 게임을 즐기고 밤에는 집에서 만든 와인을 함께 마신다. 두 명은 혼자 산다지만 “결코 혼자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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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사람이 탄탄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 비해 수명이 8년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르디니아인들이 말하는 “한 손이 다른 손을 씻고, 두 손이 얼굴을 씻는다”는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나와 친구들은 마을 와인 양조업자들에게 변덕스러운 날씨와 다양한 해충을 극복하는 법을 자문하는 식으로 평생 농사지으며 쌓인 지혜와 노하우를 나눈다. 이들은 지역 경제의 기둥이며, 그런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족을 중시하는 풍토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일, 취미활동, 친구, 스포츠팀 그 어떤 것도 배우자나 자녀들보다 우선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와 조부모들은 나이가 들어도 자녀가 자신들을 돌봐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인간으로서의 격을 잃지 않고 평온하게 늙어갈 수 있다. 이곳엔 양로원이 없다.
사르디니아에서 알게 된 것들은 다른 블루존에서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만나본 원기 왕성한 100세 노인들 중에 그 누구도 50세일 때 “이제부터 장수하는 식습관을 실천해 50년 더 살아야지!”라고 결심한 사람은 없다. 런닝머신을 사거나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영양제를 끼고 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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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바른 결정을 내려주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살았다. 그들은 신선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곳에 살았다. 그들의 부엌은 건강한 음식을 빠르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가게에 가든, 친구 집에 가든, 일터나 학교에 가든 항상 걸어다녔다. 그들의 집은 각종 편의설비가 완비돼 있지 않았다.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추산한 바에 의하면, 블루존 사람들은 20분마다 무언가를 하며 몸을 움직였다. 이런 활동이 하루 500~1,000칼로리를 소모시키는 것은 물론 신진대사도 촉진시켰다.
미국인이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 영양제에 쓰는 돈은 연간 1,1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단기적 노력은 3년도 못가 거의 실패로 끝난다. 반면 질병을 쫓고 장수를 부르는 성공적인 전략에는 수십 년, 아니 평생이 요구된다.
미국이 건강국가, 장수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행동이 아닌 주변환경을 최적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건강한 식생활과 신체활동이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되게끔, 그래서 장수하는 미국인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게” 해야 한다.
—댄 뷰트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저널리스트이자 ‘The Blue Zones Solution: Eating and Living Like the World’s Healthiest People(가제: 블루존 솔루션 ─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처럼 먹고 살기)’의 저자이다.
ㅡ건강나누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