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을 하는데 조건은 없나요?
제가 볼 때는 보현행원도 어느 정도 업장이 소멸되거나
수행이 되어야 제대로 할 것 같은데요?
[답변]보현행원은 조건이 없습니다.
남녀노소, 귀천(貴賤), 신분 차이, 민족, 종교, 인생관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보현행원입니다.
다른 수행들은 배우고 행하는 그 자체만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참선을 하더라도 자세가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며,
절을 하더라도 올바른 자세로 꾸준히 하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올 뿐 아니라 삼천 배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냅니다.
위빠사나, 사경 같은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염불은 그렇지 않은데(보현행원과 염불은 닮은 점이 많지요),
일부 수행자들 중에는 염불도 일정 격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현행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공경하고 칭찬하고 섬기고 공양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으로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의
세 마디로 요약됩니다.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못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안 하기 때문' 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남에게 고마움을 표해 본 적이 별로 없고,
칭찬과 참회에 인색하기에 그런 말이 안 나오는 것뿐입니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능력이나 수준이 안 되어서 안 되는 게 아니라,
내 자존심을 세우고 '평소에' 안 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뿐입니다.
간혹 보현행원에도 조건을 다는 분이 계십니다.
가령, '단지 내가 부처임을 알고 믿고 행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부처임을 믿는다.'는 말조차
보현행원에서는 사실은 필요 없습니다.
내가 부처인지 몰라도,
내가 부처라는 사실이 믿기지도 이해되지도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 보현행원입니다.
그런 전제 조건이 없더라도 보현행원을 하면
'저절로' 내가 부처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보현행원은 위대합니다.
사실 '내가 부처'임을 알기나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 사실을 만약 '정말'로 '안다면'
우리는 벌써 견성(解悟)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믿어야만' 보현행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희망이 없습니다.
보현행원 역시 겉만 화려하고 별 볼 일없는 수행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문제점 중 하나가,
'내가 창조주의 피조물'임을 믿어야 구원이 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착한 일을 하고 주님을 섬겨도,
이 세상은 '창조주'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내가 창조주의 피조물임을 알고 인정하지 못하면
구원은 남의 일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진정으로 믿기가 쉽지 않기에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을 포기하고 그냥 믿는 것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요, 결국은 '맹신(盲信)' 이 되는 것입니다.
보현행원은 그런 조건이 없습니다.
믿지 않아도, 이해가 되지 않아도,
행마다 원을 붙이고 삶 속에서 일체 중생에게
'고맙다, 잘했다, 미안하다'를 외치며
모두를 섬기고 공양하여 나가기만 하는 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그런 공경, 칭찬, 공경행이 안 되더라도,
'부처님! 제가 언젠가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하는
원을 세우기만 해도 됩니다.
이러한 행위는 죄가 있다고 해서 할 수 없는 행위도 아니요,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못하는 행위도 아닙니다.
그냥 이 자리에서 지금 행하면 됩니다.
마음에 고마움이 일어나지 않아도, 마음에 칭찬이 일지 않아도,
세상이 아무리 내 뜻과 달라도,
온 사방이 모두 원망과 분노 덩어리라도, 내 모든 힘을 다하여
'고맙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미안합니다! 섬기고 공양하겠습니다!'
하고 힘껏 외쳐 보는 것입니다.
고작 몇 마디의 말,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 말 몇 개,
그 단순한 행위가 무량 겁을 닫힌 내 마음을 열게 하고
무량 겁을 덮어왔던 나의 무명과 어둠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해 보십시오.
'업장이 깊은데 어찌...
나는 불교도 잘 모르고 수행도 안 해 봤는데 어떻게...'
이런 나약한 생각, 자기변명을 버리고,
내 생명에 본래부터 깃들여 있던
그 무한한 광명 덩어리를 지금 끄집어 내십시오!
그리고 불을 붙이십시오!
그리하여 활활 타오르십시오!
알든 모르든, 수행을 했든 안 했든,
그런 것에 상관없이 내 안에 원래 있던 긍정과 환희,
그리고 광명의 물꼬를 터뜨립시오!
긍정의 노래, 감사의 노래, 환희의 노래를 목 놓아 부르십시오!
보현행원을 할 때,
내 안에 꺼져가던 무진등(無盡燈)은
비로소 다시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나를 태우고 보현행원을 모르는 이웃마저 태워,
온 산하가 부처님 광명(佛光) 으로 빛나게 합니다.
그것이 보현행원입니다. _()_
普賢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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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옛 부터 보현보살의 행원을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방대한 『화엄경』에서 따로 분리시켜서
이 한 품을 별도 책으로 간행, 유포시켰다.
그 내용은 부처의 공덕을 성취하고자 하면
보현보살의 열 가지 큰 행원을 닦아야 함을 밝힌 것이다.
먼저 보현보살의 10대원이,
①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
② 부처를 찬탄하는 것,
③ 널리 공양(供養)하는 것,
④ 업장(業障)을 참회하는 것,
⑤ 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하는 것,
⑥ 설법하여 주기를 청하는 것,
⑦ 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
⑧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는 것,
⑨ 항상 중생을 수순(隨順)하는 것,
⑩ 지은 바 모든 공덕을 회향하는 것임을 밝힌다.
그런 후에 이들 열 가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하나씩 구분하여 밝히고 있다.
즉 예배 · 찬탄 · 공양 · 참회 등 어느 하나를 행할지라도
지극한 정성으로 행하되 허공계(虛空界)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衆生業)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할 때까지 행하여야 하며,
그 생각이 끊어짐이 없을 뿐 아니라
몸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10대원의 실천이 지니는 공덕이
그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음과,
이 10대원을 듣고 읽고 외우고 남을 위하여
설하는 사람의 공덕이 어떠한지를 밝힌 뒤,
이 모든 사람들이 마침내 생사에서 벗어나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됨을 밝혔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