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다시 꿈길 같이 몽환적이던 아침 나들이, 백운산과 백운호수
1. 일자: 2023. 9. 16 (토)
2. 산: 백운산(567m)
3. 행로와 시간
[골사그네(06:40) ~ 지지대고개(06:56) ~ (범봉) ~ 광교헬기장(07:42) ~ 통신대헬기장(08:13~24) ~ 백운산(08:56) ~ 고분재(09:30) ~ 까페rrroh(09:52) ~ 백운호수(10:05) ~ 까페laboom(10:30) / 12.54km]
살면서 경험한 바로 판단하면 올해가 비가 가장 많이 내렸다. 오늘도 비 예보가 있다. 모처럼 예약한 함양 대봉산 산행은 취소되었다.
새벽에 눈을 뜬다. 토요일이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잠이 일찍 깬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배낭을 멘다.
골사그네라는 낯선 지명의 정거장에 내려 지지대고개로 향한다. 프랑스군 참전비에서 길을 시작한다. 잔뜩 흐린 날씨,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날 땐 살짝 겁이 났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자 소나무가 호위하는 숲길이 길게 이어진다. 백운산과 광교산은 숲이 참 좋은 산이다. 오늘 같이 흐린 날 찾기에 제격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5월 무척 흐린 날 아침 이곳을 오른 기억이 난다. 데자뷰 같다.
숲에 짙은 안개가 드리운다. 몽환적이고 운치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기대했던 바다. 천천히 오른다.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오가는 이도 없다. 지난 한 주 겪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지 않았나 반성한다.
첫 헬기장에 도착하고 다음 헬기장으로 가는 길은 더욱 고요하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개의치 않는다. 바람 한 올 없는 습한 날씨, 숲의 초록은 더 짙어진다. 또 한번의 오름 짓에 미군부대 헬기장에 도착한다. 활공장 앞에 서서 먼 풍경은 본다. 꽤 근사하다. 지난 산행에서도 그랬지만 미군 통신대는 이전했나 보다. 정문 앞에 정적이 감돈다.
긴 계단을 지나 안개 자욱한 백운산 정상에 선다. 카메라를 세운다.
고분재 가는 내리막, 지난 봄 분홍 철쭉이 꽃 피었던 자리엔 안개가 짙게 드리운다. 근사하다.
고분재에서 백운호수 가는 길, 계곡은 지난 비로 수량이 풍부하다. 카페 rrroh를 지나 백운호수와 접속한다. 천천히 호숫가를 걷는다. 인파 속에 섞인다.
카페 라붐에 들어간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앞에 두고, 꿈길 같이 몽환적이던 아침 나들이를 마무리한다. 시큼하고 쌉쌀한 커피 한 모금에 깨어난다.
오늘 산행은 지난 해 5월 산행의 데자뷰다. 산행기도 거의 같지 않나 싶다.
집 나서기가 어렵지 산행은 마치고 나면 언제나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는 지리산에 가려 한다. 훈련 치고는 조금 순한 산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