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8 사촬감 수업 직후 조한서 학우와 천안 시립미술관에 다녀왔다. 미술관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병천에 온지 3년이 되서야 알게 되었다. 즐길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의 전시가 시작된다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는 올해의 청년작가 김은혜, 홍혜림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었다. 1층에는 홍혜림 작가의 "너무 작은, 너무 큰 burr"
2층에는 김은혜 작가의 "움직임, 대사, 효과음"이 전시되었다.
홍혜림 작가는 건축현장에서 발생되는 버(burr)를 개인의 삶과 경험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바리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수용과 거부, 안과 밖, 개인과 집단 사이의 감정을 노동과 갈망으로 드러냈다고 한다.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전시물 3점의 일부 사진이다. 멀리서 보았을때는 그저 일반 작품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자재의 특성이 도드라지게 확인되었다. 일반적인 재료들이 아닌 잉여자재들, 재료의 조각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은 스크린세이버(screen saver) 라는 작품이였다. 제목만을 보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팜플렛의 작가의 말을 통해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는 수용과 거부를 의미하며 스크린 속에 나타나는 어떠한 정보를 숨기거나 보호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작품을 지지하는 지지대 역시 사진에서 보다시피 잉여 각목을 활용하여 제작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작품에 녹여내고자,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짚과 못을 통해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짚으로 만든 하트 형상에 다양한 석재들과 못이 얹혀있었다. 이는 마음을 짓누르는 다양한 짐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하트 주위로 널부러져 있는 것들은 다가오는 장애물들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양한 자재들을 적재적소하게 배치함으로써 작품을 구성해나간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직관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였다. 적절한 색채와 깔끔한 느낌의 작품이였고 제목을 보고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 할 수 있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다.
처음 작품을 보고 난해하게 그려진 무언가 속에 번호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제목을 보고 이것이 우리들의 개인정보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본인의 생년월일을 작품의 곳곳에 새겨 넣음으로써 우리들의 개인정보가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있고 이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임을 표현하였다.
2층 홍혜림 작가의 시작을 알리는 스피커의 음향이다.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입장과 동시에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있던 찰흙덩어리 였다. 전시용 라이트가 비춰지지 않았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를만큼 작은 구였다. 아직까지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빈 악보 들이 걸려있는 120호 노래라는 작품이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음표들을 지움으로써 기존 질서의 작품에 맞지 않는 형식을 보여주었다. 예술을 정의하지 않고 그 자체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의문점을 자아낸다.
새장과, 새장의 세갈래 방향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작품이였다. 의도적인 조명의 배치로 비어있는 새장을 더욱 부각시키는 듯 보였다. 보통 생각하기에, 새장 안에는 새가 존재해야 하지만 작가는 기존 질서에 맞지 않게 작품을 구성한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감상한 작품이였던 "옛날에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이다. 벽에 칠해진 락카를 통해 직관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꽤나 오랫동안 곱씹어보게 되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 차이, 그간의 발전 등이 떠올랐다. 지금은 과거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보여, 씁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천안 시립미술관을 처음 가보는데, 평일이기도 하여 한적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미술관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에 후회감이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음 전시에 다시 한번 찾을 계획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을 다녀온 기억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이렇게 파격적이고 틀이 없는 전시는 처음이였다. 청년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고뇌와 노력을 느낄 수 있었고, 아주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비록 완벽한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작가의 말과 작품의 이름을 통해 어느정도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시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을 남기는 전시였고, 언젠가 전시하게 될 두 작가들의 다음 전시도 관람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