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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 다니는 40대 중반의 A씨는 대출없이 30평형대 아파트에 살면서 2000CC급인 기아 K5을 타고 출근한다. 연봉은 6천만원이며 통장엔 1억원의 잔고가 있고 매년 한번씩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간다. 그는 부자일까. 몇년전 tvn의 '어쩌다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선 한국인 부자의 기준이라며 이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세전소독은 309만원(2019년 통계청)이다. 이를 비교하면 A씨의 500만원인 월급은 월등히 많다. 여기에 그는 빚없이 중형아파트를 장만했고 통장잔고도 빵빵하다. 이만하면 남부럽지 않은 살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할까. 아마 강하게 부정할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부에 대한 눈높이가 높다. 평균 49억의 자산이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한다. 최근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남녀 3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자의 기준과 재테크 현황'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부자의 기준' 은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2016년 32억원, 2018년 40억원, 2020년 46억원으로 해마다 높아졌다.
50억원이면 계층사다리의 어디쯤 해당할까. 일단 맨 꼭대기인 상위 1%엔 무조건 포함된다. 지난 2월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가 '부 보고서 2021'를 통해 국가별로 상위 1%의 순 자산 최소 금액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120만 달러(약 13억 원)로 17위였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가격도 10억원을 넘는데 이 정도로 1%에 드는것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빚 한푼 없이 이 정도 재산을 보유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재력있는 부모 덕을 봤거나 사업 또는 재테크에 성공했을 것이다. 여기에 순자산 50억원이라면 상위 0.5%에 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성인들은 과연 자신들이 기준으로 설정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아마 상당수는 비현실적인 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재산을 불리겠느냐는 질문에 20대는 '알바나 부업 등 N잡으로 일을 많이 해 수입을 늘린다'(48.0%)고 했고, 30대는 '예적금 등 저축형 상품을 이용한다'(42.8%), 40대 중에는 '재테크를 한다'(46.2%)고 했다. 이렇게해서 50억원을 모을 수 있다면 부자되기는 '누워서 떡먹기'처럼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50억원을 벌면 자신은 부자라고 생각할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실례로 조국씨는 법무부장관에 임명됐을때 56억4422만원을 재산을 신고했다. 서민들의 로망인 부자의 기준에 부합되는 자산을 가졌다. 하지만 부인 정경심씨는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것"이라는 메시지를 동생에게 보낸것이 재판에서 공개됐다. 그에게 부의 기준은 강남 빌딩 소유 여부였을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돈이 많아도 만족할 수 없다면 부자가 아니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자산은 4억1천573만원이다. 대출을 제외하면 더 적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평생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산은 7억4천만원이었다. 2년전 구인구직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4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부자의 기준이 높아진 만큼 대다수 성인들에게 부자가 된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인 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부자의 기준에 대한 시각을 바꾸면 어떨까. 가능성이 적은 숫자에 연연하는 것보다 가치있는 삶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다른사람들 보다 더 많이 베푸는 사람이며 바로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다" 마크 피셔의 명언이다.
출처/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