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 군락지의 모습이 감귤로 인해 많이 훼손되었지만 아직 모양은 유지하고 있답니다.
조가난 바위들이 에모습과 비슷하게 쌓여 잇는 조베머들코지입니다.
"차 한잔 하시죠?" 라며 누군가 부를듯하여 뒤를 돌아보며 걷습니다.
아직까지 코스중에서 제일 험난했던 길입니다. 파도가 높으면 가기 어려울듯 합니다.
더 배고픈 다리를 보면서 예조상님들의 지혜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3코스와 4코스는 크게 힘들지 않지만 길이가 다소 긴편이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짧은 구간인 5코스를 만나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지고 제주에서 출발지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소요되는 시간도 20분 정도 덜 걸리게 됩니다.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14.7km 길이의 코스는 난이도가 중으로 소개되는 코스입니다. 가을 햇볕이 따뜻한 금요일에 제주 남쪽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아주 상쾌합니다. 도로변에 멋있는 시귀가 새겨져있어 심심하지 않고 읽는 재미도 있는데 오래동안 유지하기 위해 돌에새긴 탓에 멋이 다소 떨어집니다. 그러나 올레꾼을 위해 정성을 쏟는 주민들의 인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직사광선과 바다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얼굴이 많이 타는걸 염려하다가 나무그늘도 간간이 있는 해안가 산책길로 들어서게 되어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바닥에 석판을 깔아 빗길에는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큰엉(큰바위 그늘이 형성된 절벽)이라고하여 높은 곳은 200m에 이르는 절벽해안가를 따라 산책로가 잘 닦여 있습니다. 좀 더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울타리를 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만 산책로에서 보는 풍경으로 만족합니다.
제주신영영화박물관 뒤편을 지나 제주해역수산 생물종관리센터를 지나면서 바닷가를 벗어나 내륙으로 살짝 들어서니 다시 감귤밭이 나타나 혹시 냄새가 안나는가 걱정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별 냄새가 없어 바닷가의 쾌적한 산책기분을 유지하며 걷습니다.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 간단한 안내판이 있어 내용을 보니 17세에 이 마을로 시집온 현병춘할머니가 힘든 일을 하여 번돈으로 땅을 사들이고 거기에 한라산에서 동백나무 씨앗을 따다가 심어 오늘날의 군락지를 일구어 바람도 막고 기름진 땅으로 바꿨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수십년 사이에 많은 동백나무 대신 감귤나무가 심어졌다고 합니다. 자연도 아름답지만 숨어 있는 한 인간의 노고에 대한 얘기들이 더 가슴에 스며들곤 합니다. 사람의 이야기가 풍성한 제주올레길이라면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리라 생각해 봅니다.오늘 코스에는 오름이 없이 해안길이 지루할 즈음에 살짝 내륙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해안가가 나타납니다. 길가에 동네 노인분들이 모여 쉴수 있는 정자를 만나 간식과 차 한잔을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즐깁니다. 상큼한 공기속에서 즐기는 한낮의 여유에 마냥 기분이 업됩니다.
범상하게 생긴 바위가 조각난 상태에서 부자연스럽게 쌓여 있어 그 내역을 읽으니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자연파괴의 현장인 조베머들코지입니다. 이번에도 일본인은 우리나라를 해치는 악역을 맡아 욕심 많은 동네 유지를 꼬드겨서 사단을 일으켰다는 내용입니다. 한라산 정상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여서 쳐다보니 옅은 구름에 가려 정상부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길에는 양식장이 이어져 펌프 소음이 들리지만 코는 계속하여 상쾌한 바닷공기를 마시며 갑니다. 해안가에 만조인 탓인지 파도가 약한데도 약간의 물방울이 튈정도로 바위로 이루어진 험한 길이 나타납니다. 편한 길에 익숙했던 몸이 힘들어하기도 전에 짧은 바위 구간이 끝나고 곧 평탄한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길가 오른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어딘가 눈에 익은 건물이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의 집으로 지었던 곳이 지금은 '서연의 집'이라는 까페로 사람을 모으고 있습니다. 주인공 여배우의 해맑은 얼굴과 잘 어울리는 어여쁜 집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다들 일행과 어울려 즐기는데 혼자서 차 마시려는 마음이 나질 않습니다.
넙빌레 근처에 이르러 흙길로 이루어진 짧은 오솔길이 나타나 그동안 이어진 아스팔트를 불편해하던 마음에 다소 위로가 됩니다. 오후 2시가 지나며 파도가 다소 강해지기 시작하였으나 크게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 잔잔한 파도보다 바닷길을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해안가를 살짝 벗어나 언덕길을 오르는데 그동안 정상을 가렸던 구름이 없어지고 한라산 정상이 희미하게나마 보여 모처럼 산정상에 눈을 주며 걷습니다. 감귤밭과 민가가 있는 지역을 지나는데 표선해변에서 보았던 배고픈 다리가 또 나타나는데 당시보다 배가 좀 더 고픈 다리로 보입니다. 왜 이런 다리를 만들었을까 생각하니 비가 많이 와서 이 다리가 잠길 정도이면 돌아다니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자연과 더불어 살려던 조상님들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수백 미터 차도를 따라서 걷다가 목적지인 쇠소깍((쇠는
이곳의 지명, 소는 연못, 깍은 끝을 의미하여 지하에서 나오는 물이 바다와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 이라고 합니다)으로 가기 위해 다시 해안가로 향합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차들도 주변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가족을 동반한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쇠소깍에는 테우와 투명 카누를 타기 위한 관광객들이 붐빕니다. 이번 코스의 막바지는 사람들의 혼잡으로 인해 어수선한 속에서 끝이 났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바닷길의 흥취를 즐길수 있는 올레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첫댓글 내년에 친구들과 제주여행 계획 중인데 코스별로 사진과 함께 좋은글 올려 주셔서 큰 도움이 될거 같아요.. 참고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여성분들끼리 여럿이 어울려 다니는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간혹 혼자서 다니시는 분들도 보이는데 올레 홈피에서는 혼자서는 다니지 말라는 주의를 주고 있더군요. 아마 겨울이라면 서귀포 부근의 해안 코스가 좋겠고, 더운 계절이라면 아직 저도 안가 보았지만 중산간 쪽으로 나무그늘이 많은 곳이 좋겠지요. 늦은 가을이나 초겨울에 억새풀이 많은 코스를 답사하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이 그저 제주에 있는 동안 동네 한바퀴를 발로 확인해 본다는 목표로 돌고 있답니다. 제주할망들이 왜 혼자 다니냐 물어 보아서 할망은 서울에 있어 혼자 다닌다고 대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