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 날, 교정에 매화나무 꽃망울을 틔우고 있다. 재잘재잘 웃음꽃 만발이다. 신입생이 된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아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며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봄비가 내리고 촉촉해진 들판에 밭갈이가 한창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거름 냄새 진동하지만, 봄에만 만날 수 있는 농촌의 진풍경이 아닌가!
밭이 부지런한 농부를 만나 기름진 농토가 되듯이 학생들이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옳고 바른 길로 가는 밑거름이 되길 소망하며 격려(激勵:힘있게 장려함)라는 한자를 풀이해 본다.
돌격할 격(激)은 ‘격하다’, ‘심하다’, ‘세차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로 물 수(氵=水)에 노래할 교(敫)가 결합 된 한자이다. 전자는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후자는 크다를 의미하는 흰 백(白), 사방을 의미하는 모 방(方) 그리고 힘쓰다를 의미하는 똑똑 두드릴 복[攵=칠 복(몽둥이)]으로 파자해 볼 수 있다. 즉 몽둥이를 들고 사방으로 크게 휘두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결국 돌격할 격은 사방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그린 교(敫)에 수(水)를 결합해 거친 물결이 여기저기에서 격하고, 심하고, 세차게 몰아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두 마리의 사자가 우열을 가리기 위해 심하게 싸우는 형국을 나타낸 격돌(激突)이 돌격할 격의 좋은 용례이다.
힘쓸 려(勵)는 갈 려(厲)에 힘 력(力)을 짝지운 글자다. 전자는 언덕을 뜻하는 엄[厂(기슭 엄, 굴바위 엄)]에 일만 만(萬)이 결합 된 글자다. 마제석기를 사용한 신석기인이 돌칼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 보라. 표면을 매끄럽게 갈기 위하여 굴바위에 다른 물건을 대고 만 번 이상 문지르는 행위를 나타내고 있는 한자이다. 후자는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팔에 생기는 근육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힘을 들여 애를 쓰는 모양과 힘을 들여 일함을 뜻하는 노력(努力)이 힘 력(力)의 용례다.
200여 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나요?” 라고 물어온 제자에게 다정하게 다음과 같은 「삼근계(三勤戒:세 가지 부지런함에 대한 경계)」로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일화가 있다.
다산은 강진 유배 초기, 생계와 정신 건강을 위해 서당 훈장을 하다 아전의 어린 자식 황상을 만난다. 싹수를 알아본 다산이 제자에게 공부를 제대로 할 것을 권하자 어린 제자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얼굴을 붉힌 채 되삼킨다. “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지. 게을러선 못쓴다.”라는 말에 소년은 어렵게 입을 연다. “ 제겐 세 가지 깊이 뿌리박힌 결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 것이요. 둘째는 앞뒤가 꼭 막힌 것이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저 같은 아이도 정말 공부할 수 있나요?” 다산은 말한다. “그렇구나. 내 이야기 좀 들어보렴. 배우는 사람은 보통 세 가지 큰 문제가 있다. 너는 그 세 가지 중 하나도 없구나. 첫째, 외우는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 글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이 늘 들뜨는 데 있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 데 있다.” 라고 말하며 다시 격려의 말을 건넨다. “공부는 꼭 너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둔하다고 했지? 송곳은 구멍을 쉬 뚫어도 곧 다시 막히고 만다. 둔탁한 끝으로는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지만, 계속 들이 파면 구멍이 뚫리게 되지.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구멍이 뻥 뚫리면 절대로 막히는 법이 없다. 구멍은 어떻게 뚫어야 할까? 부지런하면 된다. 막힌 것을 튀우는 것은? 부지런히 하면 된다. 연마하는 것은 어찌해야 하지? 부지런히 하면 된다. 어찌해야 부지런히 할 수 있겠니?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으면 된다.” 스승은 감격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세월이 흘러 추사 김정희 선생님은 조선의 훌륭한 참 선비가 있는데 황산 만한 선비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황산이 만년에 지은 시[산방에서 차 마신 뒤] 한 수를 소개해 본다. 다산 정약용 스승을 닮아 제자 그도 차 생활을 즐겼다.
봄 떠나니 산은 문득 늙은 듯하고 / 구름 가자 바위는 가벼워진 듯.
소나무의 자태에 찬 뜻이 없고 / 대나무 기운 찬 정기 띠고 있구나.
가난해도 편안히 웃는다 하나 / 시 거칠면 좋은 이름 어이 얻으리.
아이에게 삼근(三勤)의 가르침 주며 / 스승께 받자온 것 여태 행하네.
정민 작가의 [삶을 바꾼 만남]에서 발취 -
격려 / 신동환
겨우내 버려두었던 밭에
호미 삽으로 기경한다
한 줌 한 줌 얽히고설키는 흙과 같은 인생사
때론 가시밭 같은 날에
눈물과 한탄 바이러스처럼 스며들면
낫으로 쳐내고 곡괭이로 파내어 보아도
온갖 잡초로 무성한 마음 텃밭
무엇으로 옥토로 만들까
뽑아도 뽑아도 매양 무성히 자라는 잡초
남들이 볼까 얼른 베어 보아도
마음은 언제나 부끄러움만 점철되고
먼지와 잡동사니 쓰레기로 넘쳐난다
일구는 밭이 옥토가 되어 수확하는 날까지
다잡고 다짐해야 할 생각들
삼근계(三勤戒) 격려의 말씀으로
오늘도 마음 밭을 기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