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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의 對南도발 시나리오...美CIA, 군사전문가들 분석
[정밀분석] 북한의 대남도발 양상과 大韓民國의 방어태세
⊙ 美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사이버 대남공격은 북한에 매우 유리한 구조”
⊙ “우리 軍의 탄약, 전쟁 나면 일주일 버티기 어려워”
⊙ “북한, 중동 테러단체 이용해 대남도발 할 수도”
⊙ 북한, 댐 수문 일제 개방 시 남한은 물바다
⊙ 수력시설 가보니, 경비실 불 꺼져 있고 감시카메라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시·도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전후방 어디에서나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대남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는 북한 김정은의 지시가 정찰총국 내부에 전파됐다는 내용을 우리 국정원이 입수,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미 우리는 과거 북한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과 테러를 경험한 바 있다.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에 능한 북한은 대화의 자세를 취하면서도 돌연 공격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여 예측이 어렵다는 게 대북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북한의 대남도발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유사시 북한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세 가지 방향으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미국 정보당국이 분석한 자료들을 토대로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을 살펴봤다. 두 번째는 실전과 같은 전쟁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전직 군 관계자들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했다. 세 번째는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북한의 입장에서 도발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짚어봤다.
美 정보당국의 분석
김정은 정권, ‘특별행동’이란 말 많이 사용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2년 이후 대남도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2012년은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정권을 승계받아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이 정착되어 가던 초기이다. 이 자료는 2012년 이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다각도로 분석했는데, 북한의 도발 양상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특히 대남비방 시 북한은 ‘특별행동(Special action)’에 돌입하겠다는 엄포를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비방 성향은 김정일 사망 이후 두드러졌으며, 실제 대남도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것을 CIA의 내부 자료는 ‘비정상적 협박 신호(Unusual Threat Signal)’라고 칭했다.
김정일 정권에서는 공격선포가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신랄한 대남비방 중 추상적으로 도발을 묘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방 내용 중 자주 사용하는 ‘특별행동’이라는 단어 선택도 이런 비정상적 협박 신호의 하나라는 것. 이것이 군사적 공격인지, 테러 성격의 소규모 도발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하는 단어 선택이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경고성 비방을 하고 나면 곧장 실제 도발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런 예측하기 어려운 대남비방 내용과 도발은 2012년 이후 이명박 정권을 향해 여러 차례 이어졌다. 당시 북한은 대남비방 시 ‘행동’에 돌입한다는 식의 추상적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CIA는 김정일 정권이던 2010년에는 구체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며 실제 사례를 들어 김정은 정권과 비교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직전인 2010년 10월 29일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항해 강력한 군사적 행동에 돌입할 것(Powerful military action)”이라고 발표했다. 또 “자비 없는 물리적 복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공격의 범주가 군사적 범위라는 점을 명확히 발표한 것이었고, 실제 공격도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감행됐다. 당시 ‘물리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직접 공격을 시사했다.
김정은 정권에서는 추상적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특별행동’과 “곧 시작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공격의 방법과 시점을 모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CIA는 북한이 본래 ‘곧(Soon)’이라는 표현을 과거에는 자주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에서는 자주 쓰고 있다. 북한이 이 표현을 사용하면 유리한 점이 두 가지 생긴다. 첫째는 북한이 도발을 준비하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둘째는 도발을 당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도발 시점을 전혀 알 수 없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목격됐다. 김정은은 아무런 경고 없이 핵실험을 감행했고, 미사일 발사도 국제사회에 발사예정일을 다시 통보해 예측을 어렵게 했다. 이를 통해 김정은은 돌발적인 행동을 즐기고 국제사회의 예상을 깨고 싶어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美 국방정보국, “전방 지역 수시로 공격할 수 있어”
미 국방정보국(이하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의 2011년 정보자료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다. 다음은 해당 문건에서 북한을 묘사한 문단이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 정권을 유지함과 동시에 경제적 빈곤을 극복하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 능력을 유지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을 행사함은 물론 정치적·경제적 지위도 인정받는 것이다.”(North Korea’s primary goal is to preserve its current system of government while improving its dismal econom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pursues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for strategic deterrence and international prestige, as well as for economic and political concessions.)
DIA는 북한이 소량의 플루토늄 핵탄두 개발을 완료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항공기를 통해 투하하는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상대로 북한은 이번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부각시켰다.
해당 문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이다. 전방(DMZ 주변)에 밀집된 북한군이 불시에 대남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다(“North Korea’s large, forward-positioned military can attack South Korea with little or no strategic warning”).
북한은 이런 국지적 대남도발을 통해 자체 군사력을 점검함과 동시에 전투 경험을 쌓는다고 했다. 이런 도발은 언제 어디서나 불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방 지역 지뢰폭발사건과 확성기 조준타격은 DIA의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이런 도발을 진행함과 동시에 북한은 미사일의 사정거리 확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와 해외주둔기지를 사정권 안에 두어야만 한미동맹에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DIA의 내용을 요약하면 북한은 호시탐탐 전방 지역에서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CSIS, “사이버 도발 전략은 북한에 유리”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의 사이버 능력을 다각도로 분석한 보고서의 최종판을 2015년 말 발표했다. 이 분석보고서엔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도 참여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대남 사이버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도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일까. 다음은 CSIS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분석한 부분이다.
첫 번째 가치: 북한의 전략적 배경
북한은 한미 군사력을 능가할 만한 비대칭·비정규 전력을 육성하고 싶어한다.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군사전략상 남북대치 상황을 군사적으로 고립된 상태(Deadlock)로 가정하고 모든 전략을 개발한다. 즉 현재 한반도 상황은 군사적으로 빈틈없이 막혀 있으니 이런 상황을 모면할 전략을 고안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 강도가 강하지 않으면서도 전·평시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필요로 하고, 평시 남한을 공격하고도 그 이후 북한이 피해를 덜 보는 전략을 택하려고 한다. 평시 대남공격을 감행해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의 평시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불안정한 국면으로 몰아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격을 준비함과 동시에 전시에는 비대칭 작전을 십분 활용해 최대한 한미 군사력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두 번째 가치: 사이버 능력 및 비대칭 전략
북한은 사이버 작전을 저비용 저위험(Low cost-low risk) 전술로 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위험이 적지만 미국과 한국에는 위험이 큰 것이 바로 사이버전(戰)이다. 사이버 공격은 그 파괴력이 강하고 원거리의 목표물을 물리적 침입이나 공격 없이도 파괴가 가능하다. 사이버 공격을 통해서 전산적으로(Electronically) 체계화된 군 조직의 네트워크를 무력화할 수 있다. 공격을 받는 입장에선 방어가 어렵다.
세 번째 가치: 북한의 사이버 전략
북한의 사이버 작전은 국가전략에서 확장한 개념이다. 전시에 북한은 사이버 작전을 펼침으로써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C4ISR(통제, 지휘, 컴퓨터, 통신, 정보, 감시, 정찰)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C4ISR을 붕괴시키면 단시간에 전쟁을 종결지을 수 있다(Quick War, Quick End). 북한이 판단하기론 더 네트워크화(化)된 군대일수록 사이버 약점이 더 커진다. 결국 북한은 잃을 게 없고, 한미는 잃을 게 많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전에서 C4ISR이 붕괴되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능상태에 빠진다. 한마디로 C4ISR의 붕괴는 곧 패배이다. 한국군은 미군과 같은 독자적 C4I 사업을 추진해 왔다. 현재 육군 ATCIS, 해군 KNCCS, 공군 AFCCS를 운용 중이다. 이 C4I 시스템은 독자적인 전산망으로 운용하며, 유사시 이 시스템을 통해 전체적인 전쟁 상황을 모니터하고, 임무를 부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총괄적인 디지털 시스템이다. 평시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모니터하고 작전계획 시나리오 등을 가상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북한 해외 테러 단체 통해 남한 공격할 수 있어
보고서의 말미에 CSIS는 북한의 사이버 도발 양상을 두 가지로 예측했다. 하나는 공격성이 약한(Low-intensity) 잦은 공격, 다른 하나는 공격성이 강한(High-intensity) 사이버 도발이다. 민간기업을 상대로 강도가 약한 사이버 공격을 여러 차례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피해가 약하지만 공격 빈도를 늘려 한국 내부적으로 전산·통신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이로써 국내 여론을 조장해 정부 불신을 키우는 심리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한 사이버 공격은 물리적인 도발을 수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한미는 다양한 공격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Dept of State)의 2015년도 의회 제출용 대테러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돈세탁과 테러 자금을 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무부는 1987년 북한의 KAL기 폭파사건 이후 북한을 테러잠재국으로 분류한 바 있으며 테러집단인 일본 적군파(Red Army) 중 일부가 북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 일본의 항공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한 바 있다. ‘요도호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보고서는 북한의 불투명한 자금관리를 지적했다. 북한은 테러에 대한 자금지원을 막는 행위를 도울 국제사회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북한은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비회원국 신분을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의 돈세탁과 테러지원의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점(利點)을 이용해 북한 스스로 돈세탁과 테러 지원금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국무부 분석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전례로 볼 때, 다른 테러집단을 지원해 국내외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다. 이런 해외 테러의 경우 북한이 직접적으로 관여한 흔적을 없애려고 다른 테러집단을 활용해 한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
1986년 김포공항 테러가 이런 유형의 대표적 사례다. 북한은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의 우두머리인 아부 니달(ANO)을 지원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한국을 공격했다. 북한은 아부 니달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인 PLO(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그리고 하마스(Hamas)와도 친분을 유지 중이다. 이 내용은 이미 외교 전문매체인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의 ‘북한의 중동 구심점’이라는 기사에도 보도된 바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2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런 북한의 테러 전례는 신경이 쓰인다.
전직 군 간부들의 분석
“우리 군 탄약, 전쟁 나면 일주일 버티기 어려워”
이번에는 전직 군 간부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우리 군의 약점을 파악해 봤다. 이들은 실제로 우리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 5027과 5015 등을 토대로 전쟁시뮬레이션(가상전쟁)에 참가한 전력(前歷)이 있는 인물들이다. 전역한 지 1년이 안 되는 간부도 포함됐다. 국방부 소속 국내 모처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전쟁 시나리오를 토대로 가상전쟁을 진행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한미의 전쟁계획에서 미흡한 부분 등을 파악해 보완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슈퍼컴퓨터를 토대로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99% 이상 신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Asset)과 우리 군이 보유한 자산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가령 우리 군의 잠수함 대수는 물론 잠수함 기종별 어뢰의 수, 북한 전투기의 수, 육군 K-9 자주포의 포탄의 수까지 정밀하게 입력이 되어 있다는 것. 또 이 시뮬레이션을 한번 구동할 때는 슈퍼컴퓨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처럼 가상훈련과 실제훈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입력한다. 그만큼 실제 같은 전투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전투 중 수시로 발생하는 부상병의 수, 특정 장비의 파괴, 미사일에 폭파된 지역 등 다양한 내용이 수시로 컴퓨터에 입력되고 이런 수치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터는 모든 상황을 실전처럼 분석한다.
이 간부들은 국가기밀에 저촉되는 부분이라 세부적인 수치와 데이터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전반적인 양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간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바로 탄약(彈藥)이다. 이는 단순히 보병이 사용하는 소총의 탄약뿐 아니라 탱크의 포탄, 전투기의 미사일 등 모든 것을 아우른다. 한국군이 현대화하면서 각종 첨단 무기를 계속 도입하고 있지만, 이 장비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한 탄약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간부는 “원거리에서 적을 무력화시키고, 초정밀 공격으로 오차범위가 불과 몇 센티미터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발사할 미사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면서 “일단 정밀 무기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재래식 무기라도 탄약 수량이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공군 간부는 F-15K와 같은 최신예 전투기도 북한의 수뇌부를 공격할 공대지(空對地) 미사일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장사정포와 같은 북한의 위협무기 등을 적시(適時)에 타격해야 하는데 미사일의 수가 부족해 실전에서 제대로 막아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JDAM(합동직격탄)이나 SLAM-ER(Standoff 방식의 첨단 원거리 미사일)은 고사하고 재래식 포탄이라도 많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 간부는 “포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미 북한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장사정포, 곡사포 등 포대의 수가 너무 많다. 그런데 이 포(砲)에 대항할 충분한 포탄이 우리에게는 없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말미에 “아마도 5일 정도 버티면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美軍 지원 없으면 전쟁 질 수도
다른 간부는 “북한이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시뮬레이션(가상전쟁)은 항상 한미연합군의 승리로 나온다. 이는 어떤 작전계획을 가상으로 구현해 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게 재래식 무기라도 그 수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비유를 들어줬다. “첨단무기로 무장한 아이언맨(영화에서 만능로봇 갑옷을 입은 영웅)이 있다. 근데 더 발사할 총알이 없다. 그런데 그를 둘러싼 10명의 청년은 칼을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겠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간부들에게 “그럼 우리 군의 무장량(武裝量)으로 얼마쯤 버틸 수 있느냐?”고 묻자, 대부분이 “일주일을 버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마당에 미군은 탄약 부족을 메워줄 중요한 지원군이라고도 했다.
2014년 국회 국정감사도 예비탄약 비축량의 문제점을 제기했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육·해·공의 비축 탄약 수를 확인해 보고 “우리 군의 첨단 무기도 탄약이 부족해 6일이면 모두 소진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방부는 추가 예산으로 탄약을 더 비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적이 있지만, 실제 군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축량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전언이다.
익명의 육군 간부는 군수사령관이 힘이 없는 탓이라고 했다. 다른 병과에 비해 군수는 군내에서 홀대받는다는 것. 더군다나 군수사령관은 그 출신이 대부분 군수보다는 보병이 많아 탄약의 문제점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군은 내부적으로 신무기 도입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탄약을 더 사자는 주장은 묵살되는 관행이 있다고 했다. 해당 간부에 따르면 “탄약은 최초에 저장시설만 잘 지어두면, 구매 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면서 “그 어떤 무기사업보다도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설명했다.
위 내용을 모두 종합해 보면 현재 미군의 도움 없이는 우리 군은 탄약 부족으로 전쟁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전시를 대비해 탄약 보충을 위한 예산 투입이 시급해 보인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
北 생화학무기 水路로 방출할 수도
익명을 요청한 미국의 특수전(SOF) 전문가 S씨는 북한이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해 수로(水路) 공격을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다량 보유한 생화학무기를 이 수로에 흘려보내면 남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리적인 구조상 남한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북한의 수로는 남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한이 입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북한은 댐을 일제히 개방해 남한 북부 지역인 임진강 일대가 인공 홍수에 당한 전례가 있다.
한반도에는 수로가 미세혈관처럼 퍼져 있어 특수전의 관점으로 보기에 공격 방식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며, 세부적인 작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자신이 구상한 방법이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지난 2014년 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해킹 공격을 받았다. 당시 해킹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도면 등을 유출시키기도 했다. 해커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으로 원전가동 중단과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이 해킹 공격의 근원지를 조사한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잠정결론 내렸다.
합수단에 따르면, 북한은 피싱 이메일을 한수원 관계자들에게 보내 내부 컴퓨터를 악성코드와 바이러스 등으로 감염시켜 정보를 빼내갔다. 이후 한수원은 여러 차례의 해킹 시도와 협박을 받았지만, 인터넷과 망이 분리돼 보안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 해킹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수원과 같은 국가 기간시설(基幹施設)의 사이버 보안이 아직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원전 운영체계는 인터넷과 망(網)이 분리된 인트라넷(Intranet·내부망)을 사용 중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은 이런 인트라넷도 충분히 침투가 가능한 해킹 기술들을 고안해 사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은 이미 인터넷 접속 없이 해킹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자파 혹은 라디오 주파수 등을 활용해 컴퓨터를 해킹하는 기술이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이런 주파수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전기를 필요로 하는 모든 기기가 해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미국 조지아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연구진은 전자기기가 방출하는 다양한 파(波, wave)가 이런 해킹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가령 스마트기기가 사용 중 방출하는 전자기장파(電磁氣場波), 음파(音波), 그리고 전기 콘센트를 통해서도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이버와 물리적 테러 동시에 일어날 수 있어”
박준석 한국국가안보·국민안전학회 회장(용인대 교수)은 “국내 수력발전 시설은 원전 시설보다도 더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원전은 폭발 등을 염려해 그 중요성이 대두된 반면, 수력 관련 설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발전소와 정화시설 등에는 북한의 생화학 물질을 모니터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수질이 오염될 경우 삽시간에 오염물질이 수로를 따라 각 지역으로 전파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강원도와 인천 지역의 을지훈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들어, 향후 훈련은 민·관·군이 합동으로 동시다발적인 다수의 테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테러는 과거와 달리 연쇄적 테러가 다양한 방법(사이버, 폭발, 인질극 등)으로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파리테러가 대표적이다. 그는 “우리도 미국의 국토안전부(DHS)처럼 국민안전처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정보는 국정원(NIS)이 제공하는 미국과 유사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이하 FBI)의 ‘수자원 저장 및 통제(Water retention and control)’라는 내부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에 대한 공격 유형을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1. 수질의 오염 2. 폭발물 등을 설치하는 물리적 공격 3. 사이버 공격. 따라서 이 3가지를 항시 감시하고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FBI는 2011년 이후 수자원 관련 테러 시도가 급증했다면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가. 비인가자의 수자원 시설 진입 시도, 울타리 등을 넘는 월담(越-) 시도
나. 소방차가 아닌 차량의 소화전(消火栓) 호스 연결 시도
다. 갑작스런 수돗물의 변색(變色)과 냄새(香臭) 등
라. 물 사용 이후 발생한 각종 호흡기, 신경・피부 질환 등
FBI는 위 4가지 사안이 의심되면 즉각 사법당국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다수의 채널을 통해 한수원의 각종 보안상황을 확인해 보니, 지난 사이버 공격 이후 CSP(사이버보안계획) 등을 강화해 이전보다 사이버 취약점이 개선된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질에 대한 직접적인 보안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령 독극물을 활용한 침투 시 예방대책, 폭발물 공격 등에 대한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현재 테러방지법 안에서도 다루지 않아 보강이 필요하다. 현재 한수원은 본사를 경상도로 이전 중이다.
수도시설 가보니, 경비실 불 꺼져 있고 CCTV 없어
기자는 직접 경기도 소재의 수자원 시설 두 군데와 화력발전소 한 군데를 불시에 방문했다. 경기도 일산 전체를 관할하는 한 수도시설의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정문 옆에는 경비실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지만, 불이 꺼져 있었다. 담장 주변에는 감시카메라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담장은 기자가 팔을 뻗으면 닿을 높이로 마음만 먹으면 월담이 수월해 보이는 구조다. 담장 위에는 가시철조망도 없었다. 울타리 대부분은 조명이 아예 없어 야음(夜陰)을 틈타 내부로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다.
경기도의 다른 화력발전소는 기자가 차량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정문에서 저지당했으나, 당시 정황과 주변을 검토해 본 결과 기자가 육안으로 확인한 발전소 전체 경비인원은 3명이었다. 규모가 작은 수도시설(배수지·配水池)은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도 기자를 멈춰 세우지 않았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안효원 의원은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된 4대 항만공사의 총기 지급 비율이 18%에 그친다”며 “유사시 5명 중 4명은 맨몸으로 싸워야 한다”고 정부에 보완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북한의 대남테러 가능성을 점검해 본 결과,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됐지만, 사이버테러예방법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보안 전문가들은 “법적 제도가 생겼어도 실질적인 대비는 국민 모두의 안보의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20년 이상 노후한 민방위 훈련 매뉴얼과 각 지자체의 관련 매뉴얼 등을 재정비하고 훈련을 자주 해야 한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국가중요시설도 보안유지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3월 30일 조선일보) / 글 | 김동연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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