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기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겨울.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황량해지는 이맘때면 인천의 ⌜미추홀 배
바둑대회」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한다.
선학역(인천 전철 1호선) 1번 출구로 나서자 ‘2017 미추홀 배 바둑대회’
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나붙어 있다.
그 선학체육관으로 가는 길엔, 을씨년스런 날씨에 겨울비까지 추적추
적 내리고 있었다.
겨울바람에 버석거리는 감성을 충전하고자 바둑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들이 우산을 받쳐 든 채, 일렬로 줄지어 행사장으로 간다.
선학체육관에는 ‘제19회 미추홀배 전국 장애인 바둑대회’ ‘제21회 미추
홀배 전국 아마최강 어울림 바둑대회’ ‘제11회 인천광역시 실버 바둑대
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어 선수 임원들로 가득 찼다.
참가 선수 명단 속에 필자 이름도 가지런히 섞여 있어, 오늘 전국 각지
에서 모인 고수高手 들의 행마行馬 를 기필코 배워 가리라.
아마 최강부에는 주니어부와 시니어부(만40세 이
상남자, 여성은 나이 제한 없음)로 나뉘어 치러졌다.
전국 최강 시니어부 조민수 선수 對 이학용 선수
스위스 리그 2라운드가 끝나자 점심 도시락이
선수들 앞에 놓여졌다.
다달이 전국에 수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주
최 측의 배려로 점심까지 제공하는 대회는 얼마
안 된다.
바깥 날씨는 영하의 추위지만 도시락을 까먹는
선수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러니 내년에 또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수밖에.
바둑대회의 꽃은 프로 다면기 이벤트.
오후 들어 스위스 리그 3라운드가 시작됨과 동시에, 프로 사범님들에
게 지도 한 판을 신청하라는 목소리가 마이크로 흘러나왔다.
바둑 팬들을 위해 다면기 행사에 응한 사범님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
는 나종훈, 서능욱, 유병호, 이호승, 이현호 프로.
아마추어 팬으로서는 평소에 만나보기 힘든 프로 사범님들과의 대국이
기에, 얼굴 가까이 대고 한 수 배우는 그 자체가 즐거울 수밖에 없을 터
였다.
저기, 바둑대회장에 인천 바둑협회 김용모 회장님도 바둑 삼매경에
빠지셨구나.
그 수고로움이 수담手談 한 수로 조금이나마 덜어지시기를.
필자의 대국 모습(왼쪽)
오후 6시가 넘어서자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
마지막 결승전에 앉으면 품격이 한층 높아진다.
주니어부 결승전 정찬호 선수 對 전준학 선수
초청된 이호승 프로와 이대회 김종화 추진 위원장
연령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궁극의 그 아
름다움이 표출되어서 때문일까.
누가 우승할지 전혀 알 길 없을 때, 뜨겁게 달아
오르게 마련.
객관적인 전력에서 유리하다 해도 승부는 끝나
봐야 알 수 있는 것.
여기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가슴 뿌듯한 이
력 하나 붙는다.
주니어부(40세 미만)는 몇 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전준학
선수가 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준우승은 내셔널 리그 원봉 팀
주장이면서 얼마 전 수덕사(충남 예산)에서 열린 ‘제1회 대한 체육회장
배 초청 바둑대회’ 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정찬호 선수가 차지
했다.
강병진 최우수 (3위) 정찬호(준우승) 김종화 추진위원장 (시상) 전준학(우승)
시니어부는 김희중 선수에게 영광의 우승이 돌아가고, 아마 랭킹 1위
조민수 선수가 준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시니어부 준우승(조민수) 3위(이상명)추진위원장(김종화) 우승(김희중)나종훈 7단
우승의 월계관을 쓴 김희중 사범님(전, 프로 九段)과 필자의 인연은, 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한국기원 월간 바둑 단급 인정시험에서 아마3단을 인허 받고,
이제는 실전을 쌓는 기회로 삼고자 기웃거리던 시절에, 서울 을지로인
가로 기억하는데 김희중 사범님이 운영하던 기원을 들렀던 것이다.
기원문을 들어서서 쭈빗 거리는 나에게 “몇 급 두시느냐” 고 묻길래,
“약한 1급 (당시는 아마 7단이란 제도가 없고 강1급, 약1급으로 통하던 시절)
둡니다” 라고 했더니, 석 점을 놓으라고 해서 들를 때마다 몇 번 지도
받기에 이르렀다.
타이밍이 안 맞을 땐 상주하고 있던 권갑용 사범님, 박종렬 사범님, 한
상렬 사범님 등에게 부탁하여, 꼭 한 판은 배우게 끔 배려 해주던 사범
님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고마운 사범님이 인천 ‘미추홀 배 전국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
이다.
체육관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24강(5만원)까지 상금을 지급하겠
노라고 공헌해 놨는데, 김종화 추진 위원장님이 즉석에서 32강까지로
늘려 선수들을 흐믓하게 해주었다.
이어 벌어진 500만원 상당의 행운상 추첨식은, 미추홀 바둑대회만의
매력.
아침 일찍부터 바둑대회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 실버 선수, 전국 최강
부 선수, 그리고 수고를 마다한 진행요원까지 본부석 앞에 병풍처럼
빙 둘러섰다.
서능욱 프로 9단이 추첨하면 김종화 추진 위원장이 번호를 호명하여
신세계 상품권(3만원 x 32명)을 건네주었다.
필자도 작년에 이어 또 이름 불려 나갔으니 미추홀 바둑대회만 나오면
행운이 붙는 모양이었다.
5만원 상품권 추첨과 10만원 상품권 추첨, 노트북 추첨까지 끝나고,
누구나 이 시간을 고대하는 치과 임플란트(120만원) 추첨시간.
마지막 하이라이트 행운의 여신은 남, 녀 한분씩에게 사이좋게 돌아
갔다.
임플란트 시술권에 당첨된 두 분과 김종화 치과원장. 서능욱 9단, 나종훈 7단
행운상 추첨이 끝나니 오후 8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일부 귀가하
고 남은 선수들은 구월동에 있는 ‘은갈비 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 도시락에 기념품 받고 500만원 상당의 행운상 추첨까지 이어진
것도 황송한데, 또 만찬 회식까지 이어진 것이다.
식당 안은 갑자기 들어 닥친 선수들로 인해, 숯불 갈비 굽는 연기로
자욱해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김희중 (우승) 김종화 (추진위원장) 장시영(압구정 기원 원장)
아침 일찍부터 전국에서 모여 든 선수들이 이 늦은 시간의 만찬장임
에도 불구하고 피로한 기색은커녕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현장에서 수고로움을 마다한 전국장애인 바둑협회 중앙회 현명덕 회
장님과 ‘미추홀배 전국어울림 바둑최강전’을 한두 해도 아니고 20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은 김종화 추진위원장님께 이 지
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김종화 원장님 (모래내 시장에 있는 김종화 치과원장) 이 강산江山 이 두
번이나 바뀌도록 한결같은 마음을 준 것은, 진정으로 바둑人 들을 위
하는 애정 없이는 어림도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