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_안도현
『외롭고 높고 쓸쓸한』 중에서..
가끔은 연탄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아니 무엇인가에 푹 빠져들어 뜨겁게 불사르고 싶다.
한 장의 연탄이 자신을 태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듯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어 주는 것,
이 추운 겨울날 연탄처럼 자신을 태워 뜨거운 기운을 전해주는 것,
마음은 가는데 몸은 따르지 않고, 몸은 원하는데 마음은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
그것이 곧 진심이고 진정한 마음이다.
진심과 진정을 다해 한 장의 연탄으로 불사르는 하루.
https://youtube.com/watch?v=6omVuKSKuXs&si=M4pE4d5H5ffHylo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