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순인데 제법 포근한 날이다.
오늘코스는
치재~봉화산~광대치~월경산~중재~지지리까지
여유로운 능선길이다.
약간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어
산보하듯 걷기 좋다.
전날에 비가 적당하게 내려 먼지도 없고
솔갈비 융단길은 포실포실 폭신폭신하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도시락 싸들고 소풍 나온 기분이다.
유난히 춥고 눈많던 지난 겨울의 대간길과 비교하면
포근하고 부드러운 길이라
몸도 마음도 산세에 푸욱 안겨 행복하다.
기분좋은 날,
기분좋은 누군가를 만나러 나선 것 같다.
봉화산 철쭉을 조금이라도 틔었더라면 완벽 셋팅인데....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생강나무에는 노랑꽃이 몽글몽글 한창이다.
땅 속은 왁자지껄 제법 소란스러운데
봄꽃은 아직 그 고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꽃 대신 한길님께 나무 공부, 주변 조망을 배운다.
굴참나무, 노각나무, 물푸레나무~~
지리능선의 반야봉, 장안산과 백운산 자락,
대봉산과 황석산 자락까지~~
어제 강진의 만덕산에서
비에 젖어 더욱 어어쁜 진달래꽃 앞에서
한참을 넋을 놓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 여리고 고운 자태가 그립다.
봉화산을 지나 광대치에 닿아
햇볕 따사롭고 바람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여유로운 발걸음이라
먹는 시간에도
깔깔깔~ 경쾌한 소리들이 휘발되어 공중으로 떠오른다.
산에서 먹는 것은 세상 어떤 것도 맛나다.
한 모금 막걸리도 욕심나게 유난히 맛있다.
서정주의 ‘선운사 동주’가 생각나는
Feel so good 타임은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대간에서 이리 웃고 즐기기가 쉽지 않은 데,
크게 박수치며 실컷 웃는다.
선 사람도 앉은 사람도 엉덩이가 실룩인다.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다>는
대강의 싯구가 오버랩 된다.
좌중을 흥겨웁게 만드는 재주가 부럽다.
중치에서 지지리 반대편 길이 너무 이뿌다.
길 끝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 있을 듯함에
기분이 한껏 들뜬다.
월경산에 들렀다 하산하는 길목 양 언덕엔
현호색이 가득하다.
그동안 어디 숨었다가 일제히 뾰족 꽃대를 올리는지
그저 황홀하다.
끝은 꿀주머니 길게 늘어져 구부러지고
입술처럼 꽃잎이 벌어져
마치 아기새들이 지저귀듯 보인다.
'비밀, 보물주머니, 희소식' 등의 꽃말도
그 생김새랑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뿌다며 한길님이 여러 번 단체 사진을 찍어 주신다.
다 내려올 즈음
괭이눈을 만난다.
다육식물처럼도 보인다.
작은 노랑꽃이 여러 송이가 모여 피고
둘러싼 잎도 노랗게 물들여 큰 꽃처럼 보이게
지혜를 모은 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양이 눈처럼 보인다.
회장님이 계신 걸 보니 지지리에 다 온 모양이다.
개울물에 발 젖지 않도록 징검다리를 알려주신다.
개울가 수양버들에 연둣물이 들기 시작한다.
봄이로소이다.
.......................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보여주는 자연,
은밀하게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 공간을 떠도는 경건함이 좋다.
정신없이 바쁜 주중의 일상이
예서 보상받는다.
고맙고 고맙다.
들머리
남원 야영면 성리마을은
판소리 흥부전의 배경이 된 곳으로
흥부가 정착하여 부자가 된 발복지로 밝혀졌다고 한다.
철쭉 꽃몽우리도 겨우 퉜다.
꽃피려면 2주 뒤나 되어야 할랑가?
화려한 철기문화를 꽃피웠으나 1500여년 동안
잊혀진 왕국이었던 남원 운봉가야
생강나무꽃이 봄을 알린다
찍사의 주문이 너무 다양하다ㅠ
저 먼 산자락이 지리능선이고 가운데가 반야봉,
오른쪽으로 노고단이라고 일러주신다
반야봉에서 쭈욱 왼쪽으로 뻗어 만나는 봉이 천왕봉
광대치 오르기 전의 쉼터 봉화정
이디든 봄빛이 아슴하다
연비지맥 분기점.
비실이 부부 시그널이 없는 곳이 드물다
맨 뒤 능선이 백운산 자락
봉화정서 못 가진 간식타임,
과일 뷔페를 방불케~~^^
책바위, 시루바위 등의 이름을 가질 법한 신기한 바위
백운산 자락
맨 뒤 능선의 오른쪽 에 보이는
브이골 왼쪽 톱니처럼 보이는 곳이 황석산
3인3색^^
본격적인 점심
즐거운 한 때를 제공해 주신 분~🥰👍👍👍
굴(골)참나무,
수피 코르크질이 두껍게 세로로 골이 파져 발달하여
골참나무로 불렸다고 하며
코르크재로 이용된다고 한다
이정표서 좌틀
나무들 뒤로 장안산이 보인다.
월경산에 도착한다.
아고~~
반가워요, 달래 달래 진달래님♡♡♡
꽃잎 투명하며 햇살도 넘나든다
노(녹)각나무,
사슴의 뿔처럼
매끈하고 황금빛의 아름다운 수피가 인상적이다.
꽃은 동백꽃과 비슷하고
목재는 단단해 가구로 많이 쓰이며
현재는 귀한 약재 및 차로도 이용한다고 한다.
물푸레나무,
수피가 얼룩덜룩하다.
위키백과는
소의 코뚜레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알려준다.
악기, 농기구 자루, 벼루를 만들 만큼 단단하다고 한다.
저 길 끝엔 그리운 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
'단디보고 오이소'없으면 반대길로 가고 싶다
현호색꽃 축제
사루비아꽃은 꿀을 먹어보았는데
현호색꽃은 못 먹어보았다.
같은 맛일까?
괭이눈
아름다운 봄 풍경의 대표작이다.
저 개울, 저 수양버들, 저 여인들....
완벽하다.
날머리 민들레
⬆️ 이번 산행에서의
나의 원픽으로 선정된 사진~🥰👍👍👍
제일 좋아라 하는 들깨 시락국과 먹은 저녁
첫댓글 이번에도 어김없이 물 흐르듯이 간결하게 써 내려간 명문을 대하면서 마음이 풍성해지고, 지나온 길을 꿈결 속을 거닐듯 되새김했습니다.
봉화산에서 봉화산 쉼터로 가는 길은 편평[평평]해서 좋았습니다.
가을이었으면 억새와 쑥부쟁이, 구절초가 나그네 발길을 멈추게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님 앞세우고 지리산 주 산등성(이)[능선]과 장안산., 백운산을 비롯한 굽이굽이 산자락에 눈길 주면서 걷는 즐거움은 비길 데 없었습니다.
영락없는 봄 소풍이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고민 많았던 소풍 가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이번 소풍은 선생님이 내게 "노래 불러라" 하고 지명할 위험이 조금도 없었으니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꿀이 흐르는 듯했던 곶감, 맛있는 수제 빵, 바리스타 커피 명장이 빚은 커피 한 잔이 지난날 비를 피해 바위 아래에서 즐겼던
'희양산 산상 커피' 맛을 소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현호색을 더 가까이서 담기 위해 쭈그려 앉아 사진 찍는 모습이 으뜸가는 꽃 사랑 대가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중국의 최근 연구에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 전후나
자연재해 등이 일어난 후에는
친사회적 활동들이 증가하고
자살률이 감소한다고 밝혔답니다.
행복의 근원이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와 관련있다는
위 연구에 따르면
대간팀의 행복지수는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고된 긴 구간을 앞뒤 한줄로 늘어서
함께 걷는 일,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
나누어 먹고 힘든 구간의 걸음을 도와
종착지에 모두 도착하는 일,
기다려주고 반갑게 맞아주는 일........
손가락 모자랄 만큼
우리의 관계는 따뜻합니다~^^
함께 계셔 주셔서 늘 든든합니다🥰
햐아아! 그 대목에서 서정주가 혹시나 육자배기 부르는 주모에게 딴마음을 품었을지 모를 노래가 떠오르다니요 전생이 있다면 필시 바랑 매고 오언절구를 부르는 시인이었을 것입니다~~ㅋ
고맙습니다
그 주모되고 싶은 마음이 한 때 있었습니다만
바랑 메고 떠돌고 싶지는 않았었는데~~
어째 주말이 되면
약쟁이처럼 주섬주섬 챙겨
비실대며 떠돌고 있습니다ㅠ
신선하고 경쾌한 동행에 감사드립니다 🥰
사진만으로도 20기'님들의
즐거운 대간길이보입니다~~ㅎ
간식타임의 부페식과일과 점심타임의 즉석 한가락소리가 들린듯합니다!!!
모두들 웃음가득한 대간길이 계속되기를 열열히 응원합니다 ~~ㅎㅎ
대장님,
사진으로 느끼는 것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당ㅋ
산상 뷔페의 격이 얼마나 어마한지,
발걸음마다 달랑거리던
신나고 재미진 이야기가 얼마나 풍부한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행복감이 얼마나 간질한지
오셔서 함께 하셔야 알게 됩니다용~~^ ^
스포될까봐 요까지만 살짝 염장성 말씀 드립니다😅😅
란선누나 후기 역시 대박입니다^^
대박이라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코스가 짧아서 달리고 싶은 맘이 들었다고,
그래서 종이호랑이님과 같이
냅다 달리셨다고~~
그래서 저희들은 맛난 수제김밥을 맛보지 못했다는ㅋㅋ
담 구간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