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에 젖은 능소화
平心 / 홍원표
청명한 맑은 하늘
먹구름 모여들더니
여우비 세차게 쏟아지고
예쁘게 꽃단장하고
고운 임 기다리다 놀란
웃음 짓던 주홍빛 소화
비에 촉촉이 젖은
청초한 얼굴만 봐도
임 그리운 마음 그득한데
빗방울 하나
잎새 끝에 무게를 견디다
툭~ 하고 떨어지면
힘겹게 매달린 꽃잎은
주홍빛 그리운 임의 향기
끝내 가슴에 새겨두고
무심히 내리는 빗방울 속에
낙화하는 그리움의 꽃이여!
나 여기 눈물짓는 거 임은 알고 있을까?
2. 산사(山寺) 배롱나무꽃
平心 / 홍원표
고즈넉한 산사 뜰앞
배롱나무 한 그루
너른 듯하게 꽃이 피니 환하다.
석 달 하고도 열흘 기다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 띠고
폭죽처럼 부처꽃 피우니
붉은 꽃숭어리마다
술렁이는 꽃비 발에 경전 올려
꽃향기 다붓한 터에 흩날리고
삼백 년 세월 지켜온
해마다 껍질 벗는 배롱나무
세속적 욕망(慾望) 번뇌(煩惱) 벗고
청초한 목백일홍꽃
무욕(無慾)의 알몸으로
화엄세상(華嚴世上) 향해 수행하니
해가 질 녘 고요한 풍경(風磬)은
자비(慈悲)한 마음 일러주고
부처꽃의 깨달음 알려주네!
※ 배롱나무 : 목백일홍, 자미꽃(紫薇花), 부처꽃이라 부름
꽃말은 부귀, 그리움, 행복, 사랑과 열정, 일편단심,
3. 여름을 보내며
平心 / 홍원표
바람 머문 산자락
선선히 바라보려니
내 가슴 뜨거워지고
뜰은 많은 것을 품어
부처꽃도 기생초도
꽃송이 활짝 열었네.
유유히 날아온 호랑나비
뒤늦은 메마른 날개깃은
격정의 시간 부서져 내리고
생을 다해가는 뜨거운 햇살
꽃잎은 벌, 나비 유혹하여
사랑의 꿀 서로 탐하고 있네.
간절기 지나니 구절초
뜰 안 가득 꽃향기 전해오고
갈바람 뜨거운 열기 식혀
불타던 햇볕 살며시 밀어내니
오곡(五穀) 여물게 볕은 따갑고
사랑보다 붉고 더 뜨겁다.
4. 삶의 소금꽃
平心 / 홍원표
새벽이슬 맞으며
오늘도 삶의 터전에서
땡볕에 구슬땀 흘리며
노을 진 석양을 바라보네.
이제 계절의 감각도 잊은 채
검은 머리 찬 서리 내리고
수많은 역경의 세월 견뎌 낸
서럽던 맘 눈물 강에 흐르면
어느새 주름살 깊어만 가고
고뇌하며 견딘 세월의 흔적들
굽은 등 무명옷에 피어나는
짜디짠 하얀 소금꽃
천근만근
두 어깨에 짊어진
가장(家長)의 삶의 무게
허덕이는 긴 한숨 소리
태양(太陽)의 담금질 속에
힘들고 서러웠던 세월 잊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삶이 지속되게 기도드리네.
5. 차 한잔의 행복
平心 / 홍원표
자연의 향기 머무는 농원
느린 걸음으로 들어서면
시간은 숨을 고르고
허브향이 우러나는 시간은
무딘 손끝에 중년의
세월의 무게를 담아낸다.
작은 잔 속에는
해와 달이 담기고
깊어지는 세월은
옛 추억을 회상(回想)하며
차 한 잔의 온기가
외로운 마음 문을 두드리면
무던히 살아온 삶의 여정들
찻잔에 담긴 온정(溫情)으로
응어리진 마음 녹여주고
그 향기는
따뜻한 마음 건네줄 때
한 잔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주는
우리는
세월의 삶을 마신다.
첫댓글
덕향문학 17호 옥고를 배독합니다.
1. 비에 젖은 능소화
여우비 세차게 쏟아진 후
낙화하는 능소화의 독백 "나 여기 눈물 짓는 거 임은 알고 있을까?"
아~~! 애절한 능소화의 독백이 가슴에 박힙니다.
2. 산사의 배롱나무꽃
고즈넉한 산사를 환하게 밝힌 꽃
부처님의 자비를 알려주고 깨달음을 줍니다.
3. 여름을 보내며
꽃송이 활짝 핀 뜨거운 마음
뜰 안 가득 구절초 향기 전해올 때
오곡을 여물게 하는 볕은 사랑보다 붉고 더 뜨겁다 하시니
여름을 보내며 풍성한 계절을 맞이하는 기쁨을 느낍니다.
4. 삶의 소금꽃
일터로 가는 가장의 어깨를 보는 듯 합니다.
아내와 자식을 그 어깨에 얹고 견딘 역경의 세월
아버지 등에 핀 소금꽃은 세상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입니다.
5. 차 한잔의 행복
동으로 서로 달려다닌 시인의 시간 속에
한가로운 농원에 앉아 차 향이 우러나는 여유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음미하면서 시를 쓰시니 도연명이 부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