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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489)... 봄철 알레르기 질환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알레르기 질환 예방과 관리
꽃가루가 날리는 따스한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는 가곡이 ‘봄처녀’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1903-1982)의 시조(時調)에 홍난파(洪蘭坡, 1897-1941)가 작곡하여 1933년에 간행된 ‘조선가요작곡집’을 통해서 발표되었다.
작곡자 홍난파의 말에 의하면 이은상의 시가 마음에 들어 작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사에서 새봄을 처녀같이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왈츠풍의 유절가곡(有節歌曲)으로 선율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 폴란드 속담에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그리고 겨울은 계모’로 사계절(四季節)을 비유하고 있다.
바야흐로 꽃철이다. 봄바람이 꽃바람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금수강산(錦繡江山)을 만들고 있다. 식물은 제철을 맞으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봄꽃인 매화, 개나리, 산수유, 목련, 벚꽃 등은 기온 상승에 민감하여 추운 겨울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받아 꽃을 피우는 개화(開花) 호르몬을 분비하여 새잎이 돋기 전에 빈 가지에 서둘러 꽃을 피운다.
식물은 기온과 햇빛이 갑자기 변하면 본능적으로 ‘죽을지 모른다’고 판단하여 서둘러 많은 에너지를 꽃을 피우는데 쏟아 부어 열매를 맺고 후손인 씨앗을 남기려고 한다. 특히 매화와 개나리는 겨울철에도 며칠간 기온이 상승하면 꽃을 피운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봄철에 알레르기질환(allergic disease)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레르기(allergy)란 개체에 어떤 종류의 물질(항원 또는 알레르겐)이 들어왔을 때 이것에 대한 항체(抗體)가 만들어지고, 그 후 다시 동일 물질인 항원이 체내로 들어갔을 때 생기는 항원항체반응을 말한다. 즉 보통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등이 어떤 사람에게는 몸의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과민 반응하여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나타낸다.
전세계적으로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2008년 45만 7,032명에서 2013년 60만 1,026명으로 연평균 5.6%의 증가율을 보였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2013년 기준 9세 이하 어린이는 전체 진료인원 97만9천명 중 48%인 47만4천명으로 나타났다. 천식은 9세 이하 어린이가 전체 진료인원 183만명 중 34%인 61만9천명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높았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우리 몸이 꽃가루 속의 단백질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IgE 항체, 비만세포, 호산구(basophil) 등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어 합동작전을 펴면 모세혈관을 확장 및 수축하는 히스타민(histamine)이 나온다. 이에 콧물, 기침, 재채기 등 면역 반응을 보이는데, 꽃가루 속의 단백질을 흡입하면 즉시 비염, 피부염, 결막염 등 증세를 보이는 ‘즉시형 과민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대만 양밍국립대학 연구팀이 건초열(乾草熱)이라고도 하는 고초열(枯草熱, hay fever)을 앓는 청소년 환자 1만 명과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청소년 3만 명을 대상으로 약 10년간 코호트(cohort) 조사연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고초열을 앓은 청소년은 성인이 된 뒤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을 확률이 무려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꽃가루 알레르기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면서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하면 특정 꽃가루를 자주 흡입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정 꽃가루 속의 단백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혈관확장이나 기관지 수축이 급속히 일어나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진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심하게 앓던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증상이 호전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꽃가루의 발생시기, 발생량, 분포 등은 기후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꽃가루 발생량이 많아지고, 발생시기도 빨라지고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이 더욱 증가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로 인하여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알레르기내과(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는 인체에 발생하는 알레르기의 원인을 연구하고 알레르기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한다. 알레르기내과(內科)에서는 임상적으로 기관지 천식 및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 알레르기, 위장관 알레르기, 피부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 매우 다양한 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병원에 따라서는 호흡기내과와 같이 묶어 호흡기알레르기 진료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알레르기 내과는 약물 치료가 중심이지만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찾아내는 특수검사, 면역치료 등 특별한 연구영역을 가지고 있다. 즉 주요 검사와 시술에는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 알레르기 혈청 내 항체 검사, 기관지 유발시험, 알레르겐 면역치료 등이 있다. 알레르겐 면역(免疫)치료는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소량씩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인체 내에서 알레르기반응이 사라지는 상태인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알레르기는 과민반응의 발생 기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레르겐, 알레르기의 발생 부위 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알레르기 과민반응은 1, 2, 3, 4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제1형(즉시형 과민반응), 제2형(세포독성 과민반응), 제3형(면역복합체 과민반응)은 항체가 관여하는 체액성 면역반응이며, 4형은 T림프구와 대식세포가 관여하는 세포 매개 지연성 과민반응이다.
알레르겐(allergen)이란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이며, 알레르겐에 따른 분류는 일반적으로 크게 흡입성 알레르겐과 식품 알레르겐으로 나눌 수 있다. 흡입성 알레르겐 중 실내(室內) 알레르겐에는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개, 고양이), 곰팡이 등이 있으며, 실외(室外) 알레르겐에는 꽃가루 등이 있다.
알레르기의 발생 부위에 따른 분류는 다양한 형태의 알레르기가 발생한 부위에 따른 질환들을 살펴보면 전신(아나필락시스), 피부(두드러기, 접촉성 피부염, 혈관부종), 호흡기(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천식, 과민성 폐장염, 호산구성 폐렴), 그리고 소화기(호산구성 위장관염) 등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allergic rhinitis)이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등 어떤 특정 물질에 의하여 생기는 특이한 면역반응으로 인하여 재채기, 맑은 콧물, 코 막힘, 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鼻炎) 치료는 환경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이 있다. 환경요법은 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자극들을 피하는 것이며, 약물요법은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 비충혈제거제 등을 사용한다.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에 면역요법을 시도한다. 검증된 치료법으로 꾸준히 관리하여 천식, 축농증, 중이염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여야 한다.
기관지 천식(bronchial asthma)은 어떤 원인에 의하여 기관지(氣管支) 안쪽에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기관지 염증 반응 때문에 내ㆍ외부 자극에 대해 기관지가 예민해지거나 좁아지는 등의 과민반응이 발생하는 병이다. 좁아진 기관지에 따른 호흡 곤란, 천명(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기침이 천식의 주요 증상이다. 알레르기 천식(喘息)은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으므로 환경조절과 함께 약물치료 등 꾸준히 관리하여야 한다.
알레르기 천식 환자는 금연을 하고 다른 사람이 피운 담배 연기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실내는 항상 청결하고 유지하고, 황사가 심한 날은 외출을 삼가며 외출 시에는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천식 발작에 대비한 약물을 항상 소지하고 정확한 사용법을 익혀 두어야 한다. 감기 예방을 위해 손 씻기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皮膚炎)이란 피부에 발생하는 만성 알레르기 염증성 질환을 말하며, 염증이 생기면 발진이 발생하며 심한 가려움이 특징이다. 발생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복합적인 인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다인자성 질환이다. 치료는 회피요법, 피부보습, 약물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은 보습 및 피부 관리에 주의하여야 한다. 목욕은 매일 미지근한 물로 20분 이내로 하며, 비누 목욕은 2-3일에 한번 정도 때밀기는 피하며, 목욕 후 3분 이내 보습제를 바른다. 옷은 순면소재로 된 것을 입는다.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한다.
알레르기 결막염(結膜炎)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눈의 결막에 접촉하면 염증이 발생한다. 눈이나 눈꺼풀의 가려움증, 통증, 결막의 충혈, 눈부심 등이 주로 나타나며, 결막이 부풀어 오르는 부종이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과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점안제, 혈관수축 점안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있다.
알레르기 소인(素因)이 있는 어린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영유아기에 아토피 피부염(皮膚炎)을 보이던 환자가 후에 알레르기 천식(喘息), 또는 알레르기 비염(鼻炎)으로 이행하는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질환은 가족력의 빈도가 높기 때문에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경우, 자녀들에게도 알레르기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꽃가루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그 분포를 달리한다. 꽃가루는 계절성이 있으므로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진다. 이에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꽃가루 종류를 파악하고 어느 지역에서 언제 많이 날리는지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꽃가루의 지역적 분포, 계절적 분포 등을 조사하여 꽃가루 지도와 달력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꽃가루 예보를 해 주는 곳도 있다.
서울에서 측정한 공중화분력(pollen calendar)에 의하면 연중 2회 절정기가 있다. 첫 번째 절정기는 3월과 5월에 걸쳐서 나타나는 수목화분으로 오리나무, 포플러, 버드나무, 참나무, 소나무의 순서로 나타난다. 두 번째 절정기인 8월 중순부터 10월에는 잡초화분들로 쑥, 환삼덩굴 등이 주종을 이루며, 목초화분으로 큰조아제비, 호미풀, 우산 잔디 등이 있다.
집먼지 진드기는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주요 원인이며, 집안에 먼지가 많은 곳에 서식한다. 집먼지 진드기는 침대 매트리스, 베개, 커튼, 카펫, 소파, 자동차 시트 등에 많이 서식한다. 청소를 자주하여 먼지를 줄이는 것이 진드기를 막는데 효과적이며, 또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낮추어 진드기가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유지하도록 한다.
식생활에서 간과하기 쉬운 음식 알레르기는 정상적으로 해롭지 않은 음식물에 대해 몸의 면역계가 과민반응을 나타내면서 어떤 특정 음식을 먹은 후에 가려움, 피로, 두통, 호흡곤란, 저혈압,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몸의 각 기관에서 동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증상이 급격히 진행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알레르기성 쇼크(anaphylaxis)도 발생할 수 있다.
음식 알레르기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즉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즉시형 과민반응’과 음식 섭취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나타나는 ‘지연형 과민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음식 섭취 즉시 과민반응이 나타나면 음식 알레르기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연형 과민반응인 경우에는 음식 섭취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원인 음식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음식 알레르기도 나타나는 사람에 따라 증상과 원인 음식물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르다. 병원에서 치료를 진행하기 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단을 한다. ‘90종 음식 알레르기 검사’는 혈청을 채혈하여 진행하며 3일 정도 소요된다. 검사 결과 원인 식품을 찾아냈으면 이 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며, 대체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하여 영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489). 2016.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