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정석현
대나무 통발에 미꾸라지 촐랑 촐랑 허수아비 춤 끝나면
우리는 머슴과 함께 낫으로 황금빛 나락(벼)을 베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며
큰 단이나 깻단으로 묶어 소 질 매에 싣고 집으로 옮겼다.
미꾸라지, 메뚜기 잡아
논우렁이 캐어 삶아 묻혀 먹으면 천하의 일품이었던 것을
아버님이 차곡차곡 볏단을 쌓을 땐
난 호롱 등불 들고 뒤따르며 어둠 밝히면 어느새 자정에 이르렀다.
쐐기로 무명(목화)씨 뽑아
새벽이슬 맞으며 흙 마당에 토닥토닥 두들기신 할머니
등잔불 아래 길쌈하며 베틀노래 흥얼거리시며 물레로 실을 뽑아
엄마의 손발로 온몸 운동하시며 천을 짜서 핫바지 해 입었던 그때 그 시절
소 몰고 이랴 쯧쯧논 골 타
퇴비로 이불 덮어 뻔 지 타서 보리 씨 묻었던 그때
힘차게 발로 밟으며 돌아가는 탈곡기 소리 오롱조롱
볏단을 위로 되어 돌리면서 누르면 주르룩 떨어지는 알맹이
햇볕에 바싹 말려 목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디딜방아 찧어 밥해 먹었던 그때가 옛날이라
4대 열너덧명 한집에 살아가며 아웅다웅하며
콩 서리 밀 서리에 입술 검게 물들이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라.
2015년 11월 20 일 아침에
그리운 고향
정석현
어릴때 뛰어 놀던
그리운 고향
함박눈이 내리면 더욱 그리워
사랑하는 부모 형제 소꼽친구들
원두막 추억이 새로운데
정겹게 노닐던 고향산천도
함박눈 바라보며추운 겨울 찬바람속에서도
봄은 만들어지고 있겠지?
언제나
그리운 우리의 고향
고향이 그리워
오늘도 진한 그리움에 젖어 먼하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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