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40] 김관해 (金官楷) - 여생도 최선을 다하리라 1.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한 충격
1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제일 행복한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불교의 경전에는 “죄 있는 인간들이 세상에 나온다.”라고 했다. 2 인간 생명, 그 탄생의 의미는 대단히 심오한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나 자신이 축생이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사실이다. 이것은 놀라운 기적이며 은총이라고 생각했다.
3 나는 여섯 살 때 처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신병으로 타계하였기 때문이다.
4 최초로 심각한 질문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결국 죽는 것이구나! 죽음이 무엇인가? 석가가 인생의 4고(생•노•병•사)에 번민을 했듯이 피할 수 없는 단면을 당하게 되었다.
5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인가, 다시는 살아날 길은 없는 것인가……, 이렇게 골똘히 생각했던 때문에 돌아간 아버지 코에 손을 얹고 확인하는 어린 동심은 심각했다.
6 왜 사람은 죽어야만 하는 것인가를 놓고 몹시 울었다. 분명히 아버지의 죽음은 어린 나에게는 죽음을 최초로 목격하는 일이어서 죽음이라는 과제는 큰 수수께끼로 남았고, 오늘 나로 하여금 하나님과 교회와 영원한 진리를 찾게 만든 신앙의 첫 동기가 되게 했을 것이다.
7 또한 잊을 수 없는 일이 국민학교 2학년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맑은 강이 흐르는 강원도 영월 산골짝에서 생겼다. 몇몇 친구들과 수영을 하게 되었다.
8 그 당시 겨우 아홉 살밖에 안 된 나는 웅장하게 솟은 산마루의 넓고 편편한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여름의 태양은 뜨겁게 작열하고 무더운 바람은 유난히 많이 불어왔다.
9 그 순간, 흡사 꿈을 꾸듯 나의 마음은 어떤 아득한 태고에 접하는 것 같았고, 떠오르는 무엇이 있었다. 이것이 오늘에 이르러 생각하니 어떤 계시였는지 모르겠다.
10 그 내용은 이렇다. “최초의 순결한 어머니가 어떤 험상궂은 괴물에게 강제로 봉변을 당하고, 어머니가 생명의 정조를 빼앗겼다”라는 것이다.
11 겨우 아홉 살밖에 안 되는 동심이 느낀 것을 혼자 간직하고 살았고 좀 더 사고력이 성숙하여 중학생이 되었을 때 실낙원을 읽고 우리 인간 최초의 부모가 뱀의 평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것을 알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