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은 문자 언어, 소리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는 자신의 진심을 색과 형태로 우리에게 던진다. 그속에는 슬픔, 분노, 위로, 경의로움 등 수많은 감정의 소리가 그림 속에 있다. 그래서 좋은 그림들, 소위 명화라고 하는 작품은 화가의 진실한 마음이 들어가있다."
어렸을 때 나는 그림을 그냥 봤다. 그저 그림이 너무 좋아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 현대미술관에서 한 그림을 보면서 제목과 나의 생각으로 나름대로 추측해보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다. 그 이후로는 그림을 감상한다기 보다는 뭔가 어떻게든 내 생각대로 분석하는것에만 몰두하고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그림을 보는데에는 별로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그림을 즐기지 못해 가끔 미술관에 가는게 지루할 때도 있었다. 물론 내 마음대로 분석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내가 원하는 감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방학에 아빠와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었던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와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여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갔다왔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술 시간에도 배웠던 인물이라서 뭔가 좀 기대를 하고 갔다. 모든 작품이 진품이라고 하니 뭔가 사진과는 다르겠지하는 기대를 하고 갔지만 사진의 화질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그림에 대한 내 지식이 부족했는지 뭔가 그렇게 우와 할정도로 다르진 않았다. 거의 3층에 걸쳐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있었다. 해설을 들으며 천천히 구경했는데 나는 별로 볼게 없다는 생각에 붓터치나 그림에 쓴 재료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건 좀 더 자세히 봤다. 전에는 뭔가 이런 곳에 오면 신나고 재밌었던 것 같은데 이번 전시회 관람은 뭔가 힘들고 별로였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다 개학 전 마지막 전시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 갔고 거기서 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보게되었다. 근데 그림들을 쭉 둘러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뭔가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특히 아래 있는 두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싫었던 것을 아니었지만 명화전의 그림들 속 사람들의 감정과 상황이 이해가 가면서 뭔가 기분이 좋았다. 화가가 뭔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내가 그림을 좋아했던 진짜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그림 보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정이 좋아서였다. 위에 적었던 문장도 뭔가 내 기분과 공감이 되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그림의 진심이라는 책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왔던 그림에 관련된 책들은 그림을 분석해주거나 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해석을 쓴다. 뭔가 형식적인 글 같아서 난 이런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책도 별로 기대 없이 봤는데 이 책의 작가는 그림을 통해 얻었던 자신의 감정이나 위로 또는 여유 같은 것을 말해주며 그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이야기 해줘서 좋았던 것 같다.
다음 전시회에 간다면 그림을 통해서 화가의 감정과 그림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 그리고 책을 통해 그림을 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위로 같이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림을 통해 어떻게든 내 나름대로 해석하기에 바빠서 그림과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림이 나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