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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눈’에 밀린 ‘배낭’여행 김 기 태amenkim@yahoo.co.kr
먼 길을 떠난다는 결심을 굳히기 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가족의 이해가 필요했고, 주변의 염려해 주는 눈길을 받아야 했다.
조금 젊었을 때는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었고, 나이 들면서 아내와 함께 자동차로 일주일쯤 전국을 돌며 명소를 탐방하고 싶었지만, 삶의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미루고 있었는데, 모처럼 여수 엑스포에서 문화 팀장을 맡고 있는 딸이 부모 초청 행사에 꼭 오시라는 전갈이 왔다.
그러나 아흔여섯 살 된 병든 노모를 잠시 모셔줄 사람이 없다. 동생이나 친척들에게 부탁하니 공교롭게도 일정이 겹쳐서 나는 나중에 날 잡아 따로 가기로 하고, 아내만 먼저 다녀왔다.
그동안 나는 어머니를 돌보면서 여러날 나름대로 좋은 계획을 멋지게 짰다.
이왕이면, 배낭을 둘러메고 한 주간을 훌훌 마음을 털고 周遊天下 하리라.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며, 잠은 허름한 여관이나 찜질방을 이용하고, 아침은 그 고장의 해장국으로, 점심은 격식 갖추어 먹으며 경제적인 여행을 하자는 세밀한 것까지 적어 보면서 좋아했다.
우선, 딸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며 이틀 동안을 세계적인 엑스포를 보고, 다음날부터 전라남도 海南 땅 끝 마을 전망대에 올라 호연지기를 펴고, 木浦의 유달산을 중심한 개항기의 모습을 씨티 투어로 관광한다, 光州에서 무등산과 5.18 광장에 들려보고, 성춘향의 고장 南原에 들려 춘향이를 만나 회포는 풀지 못해도 그의 절개 높음을 칭찬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남편을 깊이 높게 사랑하는 백제 가요가 있는 고장 井邑에 들려 <달하, 노피 곰 도다샤,~~~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 디리>를 읊으며 육십년 전, 고등학생 때의 낭만에 젖어보고,
全州로 올라와서 이른 새벽에 韓屋 기와집 골목을 걷다가 출출해지면 이름난 전주비빔밥을 먹으면 맛이 있겠지,
날짜의 여유가 있으면, 끝 날에는 益山에 들려 馬韓, 百濟의 文化遺産과 90년 전에 지었다는 기와집 ㄱ자 교회와 圓佛敎의 본산, 그리고 寶石 박물관과 彌勒寺址석탑을 구경하면 좋겠다.
이런저런 계획을 열심히 짜고 아내에게 의논을 하니, 아내는 승낙하면서도 노인네가 건강을 감당하겠느냐면서 잘 해 보라고 격려를 한다.
드디어 예정된 날이 되었다. 배낭에 속옷과 겉옷, 두벌씩, 면도기와 일상용품, 우비와 상비약, 매일 아침 먹는 약을 챙기니 꽤나 무거운 배낭이다. 운동화 끈을 질끈 메니, 아내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생 하실 텐데, 힘들면 이내 돌아오라’ 고 거듭 당부를 한다.
춘천 발 itx 전동열차로 용산에 가서 ktx 산천호를 타니 바로 여수 엑스포 광장에 이른다.
딸이 반가운 포옹을 하고 짐을 받더니 힘들게 뭘 이렇게 많이 가져 왔느냐고 한다. 내일 오후에는 목포로 가겠다. ‘네가 업무 진행을 하는데, 내가 있으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니 적당히 구경하고, 배낭여행을 떠나련다.’니까 깜짝 놀라며 ‘멋있는 아버지’ 이지만 연세와 건강이 걱정이니 도착하는 곳마다 전화를 하겠다고 다짐‘ 을 하란다.
약속한 대로 밤늦게 木浦행 버스를 타면서 딸이 준 용돈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이 흐뭇하였다. 사랑이 담긴 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 하면서 주머니 속 깊이 감추고 도착지에서 시내 버스를 타면서 어벙한 일을 하였으니 나이 탓인가, 여행의 미숙함 때문인가,
내릴 곳을 지나가서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밤늦게 싼 숙소에 들어가 더위를 씻어 내고 깊이 잠들었다.
새벽녘에 텔레비전에서 태풍 ‘카눈’이 제주와 목포를 거쳐 서해안 쪽으로 올라간다고 전한다.
이런! 잠이 확 달아났다. 날이 새자 목포 시티 투어에 연락하니 비가와도 시내 관광을 한단다. 다행이다 싶어 한달음에 나가니 일곱 명이 버스에 탔다.
木浦 國道 1.2號線 起點 비석 앞에서니 여기가 서울과 부산의 도로 시발점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고난을 받았던 역사기록 전시관 ‘목포 근대 역사관’에 들어갔고, 일제말기 폭격을 피해 파놓은 길이 83미터의 방공호, 임진왜란 때 유달산 중턱의 노적봉에 볏가리를 해서 왜군이 군량미가 풍부한 조선군을 이길 수 없어 퇴각하였다는 노적봉을 보고,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에 섰다. 해안도로를 끼고 남해의 정취를 빗속에서 느끼며 애절한 전설이 담긴 ‘갓 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바다가 감춰둔 도자기를 꺼내 보존하는 해양 박물관을 둘러보고 시간에 쫓겨 木浦五味 민어회, 세발 낙지 등을 먹을 새가 없어 점심을 굶고 목포역에서 기차를 탔다.
목포는 많은 문화유산 박물관과 연구소가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부근에 밀집되어 있어서 두루 살피고 연구하고 견문을 넓히는데 좋다. 자연사 박물관, 문예역사관, 목포생활 도자박물관, 남농 기념관, 문화 예술회관, 목포 문학관, 중요문화재 전수교육관등, 견문을 높일 볼거리가 많지만,
‘카눈’의 북상 소식 때문에 모든 걸, 제치고 오직 춘천에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둘렀다.
旅行은 나그네가 되는 것이다. 나그네는 자기 집을 떠나 苦生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고생스럽다는 생각을 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참 여행이다.
아쉽다. ‘카눈’이 원망스럽다. 그러나 집에 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멍하니 처다만 보신다.
'일흔 여덟 나이에 힘들지 않으셨우, 장하시우' 하며 아내가 좋아한다. 태풍 소식을 듣고, 딸 아들 며느리들이 문안 전화를 한다. 애들의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잘했구나, 그 까짓 구경을 더 못했다고 섭섭할 것 없다는 마음으로 맑아지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원고량14.9매)
춘천에서 용산까지 itx로, 용산에서 여수까지ktx 산천호로,(용산역)
ktx산천호에서 바라본 호남평야 신나게 달리는 kt
여 수엑스포 문화행 팀장으로 106개국중 56개 국 문화행사를 매일 체크하는 딸
태풍 때문에 일정을 바꾸면서!
국도 1.2호 기점 비석 일제말기 파놓은 방공호
유달산 상봉 목포 근대역사관 애절한 전설의 갓 바위(중남미 코스타리카 국가의 한국 유학생)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삼학산과 남해
(2박 3일만에 집에 돌아오다)
여수 엑스포 의 이모 저모
여수 엑스포 입구 중앙 해양 고기 부조 지자체관 강원코너
힌두교인 관객 아프리카 코너
<목포 역사유적, 문화유적, 해양 심층에서 발굴한 청자, 목포의 인물 김대중 대통령 코너 등 등>
금년에 완공되는 목포 대교 조선의 토지 재산을 약탈하는 모체 동양척식회사 서류 목화를 첫 재배한 기념비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 코너 신안 앞바다 갯벌 밑에 700 여년동안 묻혀있던 운반선 깊은 바다에 묻혀 있던 고려 청자 인양 일보군인들이 위안부 대기소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 성 노예로 일본군에게 짓밟히는 조선 여성들이 나체로 성병 검사를 받는 비인간적인 참혹한 모습을 찍었다. (일본은 회개하라! 사죄하라! 이 만행 앞에 용서를 빌라!) 목포근대역사관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진이 전시 되어 있다.
목포는 문향의 도시, 해양의 도시, 서남해권 관광 중심의도시입니다. 목포권/ 무안권/ 영암권/ 진도권/ 강진권/ 해남권/ 완도권/ 의 관광과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합니다 <옥천골 장로가 보고 느낀 상황 입니다> 2012년 2월22일 자정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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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유능한 따님 두셔서 가슴 뿌듯하셨겠습니다. 예리한 관찰력 덕분에 호강합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고맙습니다. 늘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글쓰는 비법을 가르쳐 주시기를~~~기쁨의 한주간 되십시오<김기태>
생존해 계실 때 두 분이 다니셔야지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더이다.
보셔요. 사진 옆자리가 쓸쓸하지 않습니까
출타했다가 지금 도착해 읽어보면서 매끄럽게 전개하시는 필력에 박수를 보내옵니다. 여행의 양이 인생의 양이라 한데 일신해야겠습니다. 삼복에 옥체 건안하옵시길 ㅎ훌륭한 따님 두신 것도 ㅎ
항상 살펴주셔서 고맙습니다.날씨 탓으로 돌리지만, 끝가지 이루었다면 많은 경험도 했을것이고, 글감도 많이 얻었을텐데....아쉽군요
무모하지만, 배낭 여행을 한번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고맙습니다, 덕전 선생님! 더운날 피해서 시원한 냉면을 드십시다. 초청하겠습니다.<김기태>
웬만한 사람은 그 인파, 그 더위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데 장노님은 따님 덕분에
용기를 내셨는지요. 장하십니다. 사진으로 구경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