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 세계 카메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멸종 위기 동물들이 법정에 줄지어 등장한다. 수리부엉이, 담비, 갯지렁이 등은 저마다 자기 종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힘주어 설명한다. 왜 인간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가? 열 종 가운데 한 종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황. 배심원은 바로 재판을 시청하는 우리들이다. 심문은 맹렬하고, 동물들의 변론은 우아하다. 대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지구생활자들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 생물 다양성 상실이 가져올 미래를 보여 줌으로써 공생을 위한 새로운 동맹의 모습을 고민하게 하는 책. 《어린 왕자》가 남긴 ‘길들인다’는 말의 의미를 과학의 언어로 전하는 강렬한 우화다.
목차
머리말 _인간이 왜 당신 종에 신경 써야 합니까?
수리부엉이 _대자연은 자비가 없어요
담비 _내 털은 원하지 않는다고요? 위선자들 같으니!
갯지렁이 _특별한 피, 그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칼새 _일단 새집을 설치해 보세요
멧돼지 _여기에 저를 데려온 건 사냥꾼입니다
들북살모사 _300년 안에 인류가 사라진다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요?
붉은제독나비 _우린 다섯 번째 대멸종에서도 생존했습니다
여우 _어린 왕자에게 중요한 진실을 전했죠
판결 _이제 인간이 말할 차례입니다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장 뤽 포르케
프랑스 시사 풍자 주간지 〈카나르 앙셰네〉에 25년간 글을 써 왔다. 뉴스를 포착해 냉소적인 사회 비평을 퍼붓는 짓궂은 오리(카나르) 중 한 명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치인의 위선을 유머러스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 큰바다쇠오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지었다.
그림 : 야체크 워즈니악
일러스트레이터. 〈카나르 앙셰네〉에 정기적으로 그림을 싣는다. 〈르몽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과 협업했고 유럽평의회, 인도주의 단체 등이 기획한 행사의 포스터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역 : 장한라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그리스·로마 고전을 읽고 비평했다. 국제 행사 통역과 사회과학 분야 논문 번역을 맡으며, 서울대학교 교수 및 명예 교수의 영어 코치를 담당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남달라도 괜찮아』 『동물들의 위대 한 법정』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사흘 뒤,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이런 공식 트윗을 보낸다. “국가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동물 친구 모두를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 모든 동물을 좋아합니다. 이를 증명하고자, 인간의 법정 앞에서 자신을 변호할 권리를 동물들에게 부여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 여러분이 보시는 화면 앞에 모든 것이 펼쳐질 겁니다! 바로 여러분이, 오직 여러분만이, 동물들의 운명을 결정할 겁니다.” 이 재판으로 모든 게 정리될 터였다.
--- p.10
재판장이 머쓱해한다: 담비는 이제 유해 동물이 아니라 ‘피해를 입히기 쉬운 종’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도지사들은 여러분을 덫으로 사냥하도록 허락할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말이죠.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사체 훼손을 막기 위해 규정에 따라 매일 아침 덫을 거둬야 합니다. 담비: 정말 인도주의적인 행동이군요! 당신들한테는 제 털을 얻겠다며 사냥할 권리가 이제 더는 없어요. 그나마 다행인 일입니다. 관습이 바뀐 건 사실이고, 모피를 입는 일도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제 털이 인기가 없어요. 아주 잘된 일입니다. 밍크 털은 계속 팔리고 있고 제 것은 그렇지 않지만, 그건 당신들이 저를 상업화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죠.
--- pp.33~34
트로쉬: 잘했습니다, 노트바르 씨. 사람들은 예쁜 나비와 살충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마음이 조금 아프겠지만, 그래도 살충제를 고를 겁니다. 안 그랬다가는 기근이 드니까요. 우린 대중 교육을 하고 있는 겁니다, 노트바르 씨. 대-중-교-육이요!
--- p.151
여우: 널리 알려져 있는 ‘적색 목록’에서 제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재판장: 조금 전 이 서류에서 읽었습니다. 당신은 LC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네요. ‘least concern’이라는 의미군요. 우리말로는 ‘최소 관심’이라는 뜻이죠. 그러니까 당신들은 위협을 받지도 않고, 취약하지도 않고,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도 않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당신들 종은 널리 퍼져 있고 수도 많아요. 여우: 그 목록 안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아시나요? 재판장: 음, 인간은 거기 들어 있지 않습니다! 여우: 아니요, 들어 있습니다. 인간은 ‘적색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등급도 똑같죠. 최소 관심 등급입니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탄 겁니다, 재판장님.
--- pp.162~163
우리 중에서 인간과 한통속이 될 한 줌의 종을 골라내지 말고, 개를, 고양이를, 말을 골라내지 말고, 모두를 아끼고 모두를 사랑하세요. 우리를 먹기도 하세요.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당신들 몫의 양식을 우리 가운데서 취한다고 마음이 상하진 않습니다. 우리도 서로를 잡아먹는걸요. 그리고 몇몇은, 뱀이나 곰이나 호랑이는 이따금 당신들을 공격하니까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인간을 노리지 않고, 위협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사냥하고 도살장에 끌고 가는 건 바로 당신들입니다.
--- p.188
당신들은 언어를 발명해 냈어요. 무기가 내는 소리를 멎게 하는 게 언어의 궁극적인 목표죠. 이 재판이 벌어지는 동안 당신들은 우리가 언어를 쓰도록 빌려줬고, 이제 우리는 언어를 잊을 거예요. 우리는 다시 침묵할 겁니다. 울음소리와 노랫소리로, 날카로운 소리와 지저귐으로, 사슴의 울음소리와 까치의 울음소리로, 양의 울음소리와 새가 재잘대는 소리로, 꼬꼬댁거리는 소리와 꿀꿀거리는 소리로 돌아갈 겁니다. 한 마디로 우리 각자의 언어로요. 우리는 우리의 땅굴과 은신처로, 하늘과 나뭇가지로, 강과 동굴 바닥으로 돌아갈 겁니다. 당신들이 말씀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동물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 p.193
출판사 리뷰
★프랑스 2021 베스트셀러
멸종 위기 동물들의 운명을 결정할 세기의 재판이 펼쳐진다
배심원 판결과 온라인 투표로 인간이 구할 단 하나의 종을 선택한다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 지독한 더위, 치솟는 식재료 가격 뒤에는 기후 변화가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는 곧 생물 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킨다. 대멸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우리는 느리지만 확실히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 또한 사라지는 중이다. 감사하게도 인간이 ‘보호해 줄 종을 선택하겠다’며 재판을 열었다. 열 종 가운데 한 종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황. 수리부엉이, 담비, 갯지렁이 등은 전 세계 카메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정에 선다. 저마다 자기 종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힘주어 설명한다. 배심원은 바로 재판을 지켜보는 우리들이다. 심문은 맹렬하고, 동물들의 변론은 우아하다. 대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역사상 가장 지적인 동물들이 벌이는
팽팽한 논박, 매서운 농담, 놀라운 반전으로의 초대
비버는 활짝 웃으며 정곡을 찌른다. “인간종만 사라진다면, 다른 모든 생물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솔깃한 판결이라는 걸 인정하시죠.” 공방은 호전적이나 최종 목적은 비판이 아니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같이 살아가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자신의 일생을 풍성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공들여 설명한다. 그 안에 담긴 경이와 가능성을 전한다. 하찮고, 쓸모없고, 돈 안 되는 생물 다양성 보존이 인류의 지속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붉은제독나비는 공룡이 사라진 다섯 번째 대멸종에서 살아남았다. 16만 5000종이 넘을 만큼 다양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 한 종뿐이며 생물종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대멸종은 생물 양이 가장 많은 최상위 포식자를 반드시 절멸시킨다. 인간이 70억에 달하니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재판장, 예쁜 나비 대신 살충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인, 환경운동가들에게 진저리 치는 대통령은 당면한 위기에 눈 감은 인류의 초상화다.
이에 여우가 법정에 잠입한다. 70여 년 전 인간에게 전한 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우기 위해. 멸종 위기종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들이 다가오자, 여우는 마지막 변론을 펼친다. 재판장은 입을 꼭 다물며 눈물을 흘리는데….
위대한 동물들은 인간의 연극에 기꺼이 응한다. 인간의 생태계는 지구 전체고, 인간의 안전과 식량을 확보하는 게 우선순위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인간이 쌓아 온 지혜와 사랑의 기술로 ‘생명이라는 기적을 공유하는 법’을 찾아내고 배울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새로운 동맹을 맺고, 새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어쩌면 아예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 당신들을 보살피고 또 당신들 손으로 불행을 자초하지 말기를 요청합니다. 그게 곧 우리에게도 불행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이 대답할 차례다.
추천평
동물의 존재 이유에 관한 유쾌한 스케치.
- [르몽드]
지혜와 겸손으로의 초대.
- [리베라시옹]
인간 앞에 선 비인간동물들은 당당하고 명랑하고 쾌활하다. 진짜 재판은 인간이 법정을 떠난 뒤 시작될 것이다. 원고들의 말마따나 살아가는 데 일방의 보호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주인이라는 시대착오 속에 돈키호테로 살고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이 짧고 강렬한 우화는 지구생활자들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무관심, 도미노처럼 연결된 순환에 가하는 위해를 비유와 반어의 문법으로 드러내 보인다.
-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