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곳간을 잘 관리하기 “주님을 사랑하라”
2025.3.2.연중 제8주일 집회27,4-7 1코린15,54-58 루카6,39-45
“주님은 내 버팀목이 되어 주셨네.
내가 그분의 마음에 들었기에.”(시편18,19)
오늘 옛 현자의 말씀도 우리의 영적 삶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사랑은 고차원의 덕목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다산>
“가엾이 여기는 마음,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맹자>
사람이라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맹자의 사단칠정(四端七情)중 사단의 네가지 본성에서 나오는 마음이 있어 비로소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해서 사람입니다. 주님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맹목적이 아닌 사심없는 눈밝은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님 말씀은 지혜의 눈을, 혜안(慧眼)을 지니라는 것입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눈뜬 맹인도 많습니다. 마음따라 보기에 마음이 없으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합니다.
“눈먼이가 눈먼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느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혜안의 분별이 참 중요합니다. 겸손과 지혜로 마음의 눈이 활짝 열릴 때 비로소 올바른 분별입니다. 스승이자 주님이신 예수님을 사랑하여 닮아갈 때 이런 자기를 아는 겸손에 지혜의 눈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도 그대로 우리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네 눈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쉬운 것이 남판단하는 것이요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를 아는 것입니다. 자기눈의 들보를 모르기에 남눈의 티를 뽑아내겠다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때로 “니가 뭔데?” 또는 “니나 잘해!” 같은 반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자기를 모를 때 남을 판단하지 정말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이는 절대로 남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선입견, 편견에 눈멀어 남 판단했다가 착각과 오해로 밝혀지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오늘 복음의 나무 열매의 비유도 아주 적절합니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듯이 말이나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압니다. 좋은나무는 나쁜열매를 맺지 않고 나쁜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합니다. 너무 자명한 사실입니다.
사람의 경우도 그대로 통합니다. 글이나 말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사람이, 마음이 좋아야 그 열매들인 말도 글도 행동도 생각도 좋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마음이 나쁘면 말도 글도 생각도 바르지 못하고 나쁩니다. 바로 이래서 부단한 회개와 사랑의 수행을 통해 마음의 정화와 성화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날마다 평생 정성을 다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전례 공동기도 수행의 은총이 날로 주님을 닮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 집회서도 “말”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줍니다.
“체로 치면 찌꺼기가 남듯이 사람의 허물은 그의 말에서 드러난다. 나무의 열매가 재배 과정을 드러내듯이 사람의 말은 마음속 생각을 드러낸다. 말을 듣기전에는 사람을 칭찬하지 마라. 사람은 말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유창해도 진정성이 없어 혐오감을 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어눌해도 진정성 가득해 감동을 주는 말이 있습니다. 이래서 말한마디 천량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 하지만 참 좋은 적절한 감동의 말은 금 이상입니다. 우선 사람이, 마음이 선해야, 좋아야 합니다. 쏟아내는 말의 열매는 정직합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습니다. 선한 곳간에서 쏟아내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청담, 유모어, 적절한 칭찬과 격려, 위로의 말은 분위기를 밝게하고 힘을 북돋아 주지만, 악한 곳간에서 쏟아내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악담, 불평, 불만, 비난, 험담, 잡담, 단죄의 배설물같은 말은 분위기를 어둡고 무겁게 하며 공동체를 오염시킵니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입니다. 말의 정화에 앞서 사람의 정화가, 마음의 정화가 우선임을 절감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사랑하여 닮아갈수록 마음의 가난에, 마음의 순수입니다. 마음의 곳간 관리에 한결같은 주님 사랑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죄가 없어서 마음의 순수가 아니라 사랑할수록 마음의 순수요 마음 곳간은 사랑의 보물창고로 변합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이런 마음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주 예수님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이 궁극의 희망이 되어 우리의 희망을 더욱 북돋아 용기백배 힘을 줍니다.
“이 썩는 몸은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이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으면 우리는 고백할 것입니다.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
죽음의 독침은 죄이며, 죄의 힘은 율법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영적승리와 더불어 우리 마음의 곳간을 사랑의 보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언제나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
“의인은 늙어서도 열매 맺고,
물이 올라 싱싱하리라.”(시편19,15).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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