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 사건에 대한 미군의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경기 동두천 미군부대앞에서 집회를 갖던 시위대를 과잉진압하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와중에, KBS가 같은 공영방송인 MBC와 달리 경찰의 무력진압 보도를 축소해서 내보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1일 MBC가 동두천 부대앞에서 벌어진 시위대 진압 실상을 낱낱이 보도하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삼은 반면, 같은 공영방송인 KBS는 진압장면을 내보내지 않은채 단신으로 처리하자 KBS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운운할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을 갖췄냐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MBC를 통해 경찰의 시위대 진압장면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특히 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다 ‘잘했다 차라리 총을…’이란 글을 비롯해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을 비꼬는 글을 무더기로 게재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21일 K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따르면 박재한씨는 “진짜 궁금하다. 너희들은 항상 방송때 보면 공영방송이라 외치며 진실을 보도할 것을 밝히며 항상 노력하겠다고 예기한다. 그런데 너희는 취재나가서 뭐하는 거냐?”며 “오늘 있었던 경찰들의 무자비한 시위대 진압, 우리 국민이 억울하게 죽어간 것에 대해 시위하는 것을 폭행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가 방송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KBS는 어느 나라의 국영방송이냐”고 따졌다.
김진형씨는 “MBC뉴스를 보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KBS, SBS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게 가슴아프다. 경찰의 곤봉에 얼굴을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들, 경찰의 주먹에 이마가 찍어진 한 여성 시민… 무력시위를 했나요? 아니면 맞을 짓을 했나요?”라며 “경찰이 주먹으로 한대 때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과 방패로 내리찍는 장면이 그대로 보도됐다. 우리의 어린 동생들이 주한미군에게 무참히 살해된 현장에서 우리의 방패가 돼야할 경찰이 우리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피를 보게 하는 건 가슴 아픈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문선씨는 “KBS의 미군 살인병 관련 뉴스는 앵커멘트와 사진을 포함해서 8줄에 불과하다. 하다못해 동절기 추운 날씨에 대한 뉴스도 10줄이 넘던데, 우리 자식과 동생의 생명이 날씨 이야기보다 값어치 없는 거냐”고 물었다.
최진규씨는 “KBS는 좀 황당하다. 늘 자기 권세, 이익만을 위한 정치권의 싸움만 보여주고 있다. MBC는 경찰이 마치 미국의 대변인처럼 제 나라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보여 주고 있는데, KBS는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윤정씨는 “MBC 뉴스를 보다가 시위대가 전경들에게 맞는 장면을 봤다. 그래서 너무 흥분해서 더 자세히 보려고 KBS를 트는 순간 역시 미군 장갑차 이야기가 나왔다”면서도 “간단했다. 단지 미군이 무죄라는 사실, 미군이 차에 올라타는 화면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씨는 “도대체 KBS기자들은 거기 안 갔느냐? 전경들이 시위대를 때리는 것은 MBC만 봤느냐? 미국한테 당하는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KBS가 더 불을 지른다. KBS 기자들 당신들 진짜 기자들 맞느냐? MBC 앵커가 ‘누구를 위한 경찰이던가’라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다”며 “감히 어디서 공영방송이라고 떠들어대나 양심도 없느냐”고 따졌다.
‘안티케비엣’이란 네티즌은 “오늘 여중생 살인 미군 보도를 봤다. MBC와 KBS의 보도 내용은 너무 달랐다. KBS 지가들, 당신들이 한국인이고 소신있는 기자이냐?”고 물었다.
반면 MBC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MBC의 보도를 격려하면서 미군과 경찰을 꾸짖는 네티즌들의 글이 집중적으로 실렸다.
박혜진씨는 “언론이 움직여야 합니다.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미군들이 한 짓을.. 이제 언론이 일으켜 줘야 할 때입니다. 국민들은 준비돼 있어요. 이제 주한미군의 범죄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MBC의 정확하고 바른 방송, 부탁드립니다. 후보 단일화 보도보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MBC가 알았으면 합니다. 내일도 앞으로 계속 시민단체와 대학생, 일반인들의 집회, 시위가 있을겁니다. 그때도 함께해서 그 더럽고 구역질나는 미군들, 폭력진압 경찰들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지은영씨는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 나라의 두 딸들의 억울한 죽음앞에는 미군과 그 미군을 수호하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민중을 지팡이로 여성들이 피를 흘릴때까지 내리쳤습니다. 민중을 위한다면 여성들이 피를 흘릴때까지 발길질하며 뭉둥이로 내리쳤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전일경씨는 “방금 MBC 심야뉴스를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아까 전경인지는 몰라도 사람을 죽을듯이 내리 치던데… 그 전경은 부모도 없느냐? 너무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지성씨는 “역시 MBC였다. K모 방송사는 이번에도 아주 짧게 방송하던데, MBC 기자가 전경 휘두르는 방패에 찍히더군요... 폭력시위도 아닌데 폭력으로 진압하고, 곤봉을 휘두르는 전경이 기억에 납니다. 자기 동생이 그랬다면 그렇게 할까요? 힘없는 약소국의 설움일까요? 미국...
대단한 나라지요... 가엽게 죽은 두 학생의 영혼도 울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말했다.
유형섭씨는 “한국군을 이라크전에 보내달라고? 우리 국민 잘 죽이기로 유명한 주한미군 데려다 가 전차로 깔아뭉개고, 강에 독극물 버리고… 심심하면 성폭행에 칼로 찔러죽이면될 것을 뭐하러 애꿋은 우리 군을 달라고 하느냐?”고 꾸짖었다.
신정수씨는 “우리의 딸들 여중생 두명이 억울하게 죽었음에도 미군병사는 무죄를 받았습니다.
그 잘못된 재판에 항의하는 우리의 시민들이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국민의 입장에 서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상스러운 욕설을 입에 담으며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폭행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강철방패와 강철곤봉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마구 짓밟을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꼬우는 네티즌들의 분노로 넘쳐 났다.
네티즌들은 '경찰들은 어느나라사람일까?' ' 진압작전을 훌륭하게 완수한 경찰을 칭찬합니다.' '의경분들 참 큰 효도하시네요.. 칭찬받으세요..' ' 아마 그곤봉 미국에서 무상으로 주지않았을까?' '몽둥이 고수들의 국민패기 대회' '칭찬하고싶어 미치겠네' '아주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소 아예 총들고 나와서 다 쏴죽이지 그랬소?'라는 제목의 글을 연속해서 올리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의무경찰 119기로 제대했다”는 한 네티즌은 경찰청장 앞으로 보내는 글을 통해 "선배의 한사람으로서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창피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어떤 원수지간이라도 그런 얼굴(솔직한 문구로는 죽이려는 표정)로 경찰봉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법집회일지라도 이번 일의 성격을 직시했다면, 그리고 지각이 있는 의경이었다면 오늘처럼 경찰의 명예에 먹칠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이번 진압은 경찰 전체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동이었다. 국민의 곁으로 다가가는 경찰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