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문화 고부열전>
집주인 시어머니와
끼지 못하는 며느리
경기도 양평,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이면 언제나 집 앞 평상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고부가 있다. 4년 전 두 아들을 둔 남편과 재혼한 필리핀 며느리 파이카나 체리 씨(35세)와 시어머니 정영순 여사(69세)가 오늘의 주인공. 같이 앉아 있지만 서로 기다리는 사람은 다르다. 체리 씨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은 남편. 하지만 시어머니 정영순 여사는 전 며느리가 두고 간 첫째, 둘째 손주들을 기다린다.
시어머니 정 여사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중학교에 다니는 지금까지 두 손주에게 엄마역할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는데… 큰손주들과 정 여사가 식사하는 동안 체리 씨는 방 안에만 앉아 있다가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제 서야 밥상 앞에 앉는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돼버린 가족. 과연 이들은 ‘진정한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방송일시: 2014년 9월 18일(목) 오후 10시 45분
*프로그램 담당: 토마토 미디어 박인준PD/글․구성 박은영 작가
▶ “지가 나은 애들만 챙기지!
우리 첫째, 둘째 손주는 이름 첫 자도 안 불러!" vs "첫째, 둘째 아들은 언제나 어머니가 챙기잖아요! 제 엄마역할 있어요!“
“오로지 지 뱃속으로 나은 애들만 챙기지! 지 새끼들밖에 몰라!” 결혼한 지도 어언간 4년. 이제는 자기 자식처럼 챙길 법도 한데, 도통 두 의붓아들의 이름 한번 다정하게 불러주지 않는 며느리가 정 여사는 서운하다. 아이들 학교 갈 때만큼이라도 일찍 일어나 아침밥도 차려주고, 교복도 챙겨주면 좋으련만, 체리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까지 일어나는 법이 없다.
하지만 며느리 체리 씨도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일부로 아이들이 올 시간이면 거실로 슬쩍 나오기도 하고, 공부하란 잔소리도 해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안경 찾는 일부터 교복 어딨어요 묻는 일까지 오로지 ‘할머니’만 찾는다고. 그러니 저절로 친아들인 막둥이 형제만을 챙기게 될 수밖에. 어엿한 한 집안의 엄마역할을 맡고 싶은 며느리와 전처의 자식은 신경도 안 쓰고 친아들만 감싸고도는 며느리가 못마땅한 시어머니. 두 고부가 며느리의 고향 필리핀으로 떠난다.
▶ “애들 데리고 만날 방에만 들어앉았어! 방에서 뭐가 나와? 어휴 답답해”
vs "어머니랑 있으면 답답해요. 방에 있는 게 좋아요 “
“어휴! 답답해! 나와 보지도 않고 방구석에만 앉아있고 어휴!!!” 시어머니 정영순 여사는 오늘도 며느리 방문을 보며 울화통이 치민다. 시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면 방에서 나오지 않는 며느리. 그래도 어른이 왔다 갔다 하면, 문이라도 열고 얼굴이라도 내밀어야 정상인데, 며느리 체리 씨는 에어컨도 돌지 않는 덥고 좁은 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두 아들을 본다. 그러다 정 여사가 잠시 외출이라도 하면 그제 서야 문을 열고 나와 제 집처럼 돌아다닌다는데…
“시어머니 말 빠르고, 목소리 커서 스트레스 받아요. 여기 방에 있고 싶어요.” 체리 씨의 솔직한 마음을 알 리 없는 정 여사는 오해만 늘어간다. 과연 두 사람 마루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정다운 고부가 될 수 있을까?
▶ 한 지붕 두 가족 고부의 역지사지 필리핀 여행!
며느리와의 오붓한 고부여행을 기대했던 정영순 여사. 하지만 오자마자 정 여사는 서러움에 목이 메는데… . 낯선 필리핀 여행의 노고를 푸는 밤. 며느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같이 자려고 기다렸건만, 손주들을 데리고 2층으로 가버리는 며느리. 아이들마저 할머니를 찾기는커녕, 처음 보는 친정가족들이 낯도 설지 않는지, 친정가족들과 떨어질 새가 없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진정 외톨이가 되어버린 심정의 정 여사.
마음 상한 정 여사의 속을 달래주기 위해 체리 씨와 친정가족들은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과연 며느리 체리 씨의 정성에 정 여사의 마음이 풀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