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바보의 마음이다.
“학문을 그만두게 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걱정이 없다.
‘네’ 하고 대답하는 것과 ‘응’하고 대답하는 것이
무엇이 차이가 있단 말인가.
좋으니, 나쁘니 하는 것들이 서로 얼마나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다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상 옳거니 그르거니 하는 것은 그저 막막해서 끝이 없다.
사람은 그저 마음이 들떠서
마치 큰 상을 받는 초대 손님 같고,
봄날 높은 대 위에 오른 구경꾼 같다.
그러나 나만은 조용히 마음이 움직이는 기색마저 없고,
아직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이 같다.
초라하니 풀이 죽어 주인 없는 나그네 같다.
사람들은 모두가 여유가 있는데, 나만은 늘 가난하다.
내 마음은 바보의 마음, 그저 멍청하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똑똑하고 활발한데
나만은 흐리멍덩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세하고 분명한데
나만은 우물쭈물 결단을 못 내린다.
출렁출렁 바다의 물결처럼 흔들리고
소리치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정처가 없다.
사람들은 모두 유능한데
나만은 우둔하고 촌스럽다.
나만이 남다른 사람이다.
식모食母의 道를 소중히 하고 있다.“
<노자老子>제 20장에 실린 글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지식이 많아지면 걱정도 많아지고,”라는 말이나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
북송 시대의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가 말한
“글자를 아는 것이 걱정의 시초다.” 라는 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두루 알고 있다가 보니
어디 하나 제대로 쓰임새도 없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보낸 세월 같다.
어디 앞날이라고 변할 것인가? 그럴 것 같지가 않다.
“가라, 갈 테면 가라지.“하고
좀 더 영악하게 살아야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데, 그렇지도 못하고,
그래서 흐르는 세월에게 뻥을 치기에도 이미 늦은 시간,
지금은 그런 시간이 아닐까?,
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는데,
2024년 6월 27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