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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전영척지지(階前盈尺之地)
계단 앞의 사방 한 자쯤 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존귀한 사람의 면전에 나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階 : 섬돌 계(阝/9)
前 : 앞 전(刂/7)
盈 : 찰 영(皿/4)
尺 : 자 척(尸/1)
之 : 갈 지(丿/3)
地 : 땅 지(土/3)
출전 : 이백(李白)의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섬돌 앞의 한 자 사방의 공지. 섬돌에서 한 자쯤 떨어진 곳. 높은 사람의 앞에 나와 뵙는 일. 대관․ 귀인 앞에 있는 조그마한 좌석을 말한다.
고문관지(古文觀止) 제7권 육조당문(六朝唐文) 10.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 이백(李白)
형주자사 한조종(韓朝宗)에게 보낸 서한
이 편은 고문관지(古文觀止) 제7권 육조당문(六朝唐文)의 열 번째 편으로 당(唐)나라의 이백이 한조종(韓朝宗)에 보낸 편지인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이다.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는 이백이 당(唐) 현종(玄宗) 개원(開元) 22년(734)에 양양(襄陽)에 있을 때 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형주자사(荊州刺史)인 한조종(韓朝宗)은 명성이 매우 높아서 모든 사람이 사모하고 만나 보기를 원했으므로, 이백이 자신의 글을 시험 삼아 보고 기용해 줄 것을 청한 편지이다.
이 글에서 '태어나서 만 호의 제후에 봉해질 필요는 없어도 다만 한형주(韓荊州)께서 한 번 알아주기를 소원한다(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는 말은 고사로 전해지고 있다.
韓朝宗, 元宗時人. 爲荊州刺史, 人皆景慕之. 李白與此書膾炙人口, 學者不可不讀.
한조종은, 원종 때 사람이다. 형주자사가 되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아 사모했다. 이백이(李白) 이 편지를 주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으니, 학자들은 읽지 않을 수 없다.
저 이백이 듣건대, 천하의 논객(論客)들이 서로 모여 말하기를 "태어나서 만 호의 제후에 봉해질 필요는 없어도 다만 한형주(韓荊州)께서 한 번 알아주기를 소원한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우러러 사모하는 것이 어찌 이 정도에 이르게까지 하실 수 있습니까? 이 어찌 주공(周公)의 풍도를 본받아 몸소 식사 중에 밥알을 뱉어내고 머리를 감다가도 젖은 머리를 움켜쥐고 선비를 맞이한 일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천하의 호걸과 준재들이 바삐 달려와 공의 문하에 귀의하게 된 것입니다. 한 번 용문에 오르면 명성이 종전의 열 배에 이릅니다. 그러므로 용이 서리고 봉황이 서식하는 듯한 선비들이 모두들 공으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아 명성을 얻고자 합니다.
공께서는 자신이 부귀하다 하여 교만하지 않으시며, 상대방이 미천하다 하여 그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시면, 삼 천 명의 식객 중에 반드시 모수(毛遂)와 같은 이가 있게 마련이니, 저 이백으로 하여금 재능을 나타내 보이게 해주신다면 바로 모수와 같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저 이백은 농서(隴西) 지방의 평민으로서 초한(楚漢) 지역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열다섯 살에 검술을 좋아하여 두루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벼슬을 구했으며, 삼십이 되어서는 문장을 지어 공경과 재상을 두루 배알하였습니다. 비록 키는 7척이 못되지만 마음은 만 명의 장부들보다 웅대합니다. 왕이나 공경대부들이 모두들 저의 기개와 도의를 인정하였습니다. 이것이 지난날의 저의 마음 씀과 행적이온데, 어찌 감히 공 앞에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의 문장은 천지신명의 솜씨와 같고, 덕행은 천지를 감동시키며, 필치는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고 학문은 하늘과 인간의 도(道)를 다 추구하셨습니다. 바라옵건대 마음을 여시고 안색을 펴서 장읍(長揖)하고 있는 저를 거절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반드시 성대한 연회로써 저를 접대하고 제게 청담(淸談)을 마음껏 하게 하신다면 매일같이 만언의 글을 써 올리라고 청하신다 하더라도 말에 기대어 선 채 급히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공을 문장의 사활을 주재하는 신으로 여기고 있으며, 인물을 재어보는 저울로 알고 있으니, 한 번 공의 평을 받고나면 곧 훌륭한 선비가 됩니다. 지금 공께서는 어찌하여 계단 앞 한 자 남짓한 땅에 저를 접대하지 않으셔서 저로 하여금 활개를 펼 수 없게 하시고 청운의 뜻을 높이 펴내게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옛날에 왕자사(王子師)는 예주자사(豫州刺史)가 되었는데 부임하는 수레에서 내리기도 전에 순자명(荀慈明)을 불러 관직을 주었으며, 임지에 도착하여 수레에서 내린 후에는 공문거(孔文舉)를 불러 일을 맡겼습니다. 산도(山濤)는 기주자사(冀州刺史)를 지냈는데 30여 명의 인재를 발탁하였으며, 그중에는 시중(侍中)과 상서(尚書)까지 된 사람도 있었으므로 선대에 칭송받는 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께서도 또한 엄협률(嚴協律)을 천거하시니 조정에 들어가 비서랑(祕書郎)이 되었습니다. 그 중 최종지(崔宗之)·방습조(房習祖)·여흔(黎昕)·허영(許瑩) 등의 무리는 어떤 이는 뛰어난 재주로 알려지게 되었고, 어떤 이는 청렴결백함으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 이백은 매번 그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감개하면서 충성과 의리로써 분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에 감격하였고 공께서 여러 현사들의 뱃속에 진심을 심어 주신다는 것을 알았으며,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않는 까닭은 공과 같이 나라에서 걸출한 인물에게 몸을 의탁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위급한 재난을 당하여 쓰실 일이 있게 된다면 저는 감히 미천한 몸이나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또한 사람은 모두가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이 아니니 누군들 완전히 잘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도모하고 계획하는 것이 또한 어찌 감히 자부할 만하다 하겠습니까? 그러나 문장을 짓는 일에 있어서는 이미 지은 것을 여러 권으로 만들어 쌓아 놓았으므로 공께 보여 공의 눈과 귀를 더럽히고자 합니다. 다만 보잘 것 없는 재주이어서 어르신께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만약 공께서 보잘 것 없는 문장이나마 한번 보아주신다면 청컨대 종이와 붓을 내려주시고, 글씨 쓸 사람을 더불어 보내주십시오. 그런 연후에 조용한 방으로 물러나 깨끗이 치운 다음 정서하여 공께 올리겠습니다. 명검 청평(青萍)과 보옥 결록(結綠)과 같은 명품처럼 설촉(薛燭)과 변화(卞和)에게 보여 비로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부디 비천한 저를 밀어주셔서 크게 한 번 칭찬하여 주시기 바라오니, 공께서 고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은 인생이라지만 열심히 살아야
어느 화창한 봄날, 낮술에 취했다가 깨어난 이백(李白)이 다음과 같이 읊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낮술에 취했다가 깨어난 이백(李白)이 다음과 같이 읊었다.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 봄날 술 깨어 뜻을 적다)'라는 시다. "세상살이 큰 꿈 같으니, 어찌 이 내 삶 힘들게 하리! 그래서 종일 취해, 앞 기둥 밑에 누웠네. 깨어나 뜰 앞 바라보니, 새 한 마리 꽃 사이에서 운다. 지금이 어느 때인고 물음에, 봄바람이 날아다니는 꾀꼬리에게 속삭인다. 이를 보고 탄식하며, 술 대하자 또 홀로 기울인다. 소리 높여 노래 불러 밝은 달 기다리다, 곡조 다하자 정은 이미 잊었어라(處世若大夢, 胡爲勞其生. 所以終日醉, 頹然臥前楹. 覺來眄庭前, 一鳥花間鳴. 借問此何時, 春風語流鶯. 感之欲歎息, 對酒還自傾. 浩歌待明月, 曲盡已忘情)."
주당에게는 늘 핑계가 있다. 이백의 가장 큰 핑계는 '인생이 꿈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꿈같은 인생을 설사 백 년이나 산다 해도 그는 '삼만육천일을 밤마다 촛불 잡아야 하네(三萬六千日, 夜夜當秉燭)'라고 떠벌인다.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라는 글에서도 "덧없는 삶 꿈같은데, 즐길 때는 얼마던가? 옛사람이 촛불 잡고 밤까지 놀았다더니, 실로 까닭 있는 말이로다(浮生若夢, 爲歡幾何.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라고 그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예부터 성현은 모두 쓸쓸한데, 오직 마시는 자만이 그 이름을 남겼다(古來聖賢皆寂寞, 唯有飲者留其名)"라는 맹랑(孟浪)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늘의 별보다 많은 인생이 스쳐 지나간 오랜 세월 속에서 어찌 이백만 이렇게 생각했겠는가. 후한(後漢) 때의 작품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는 그 원형이 보인다. "사는 해는 백도 채우지 못하는데, 언제나 천 년의 근심을 품고 있구나. 낮은 짧고 밤이 길어 괴로우니, 어찌 촛불 잡고 놀지 않겠나? 즐기기란 때맞춰 할진대, 어찌 앞날을 기다릴 텐가(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晝短苦夜長, 何不秉燭遊. 爲樂當及時, 何能待來兹)."
저명 시인 조조(曹操)도 이렇게 탄식한 바 있다. "술 마주하면 노래할지니, 인생이 얼마던가? 마치 아침 이슬과도 같이, 지나간 날이 너무나 많구나! 아쉬움에 내 마음 출렁거려, 솟아나는 근심 잊을 수가 없도다. 이 근심 어찌 풀까 하니, 그저 저 술뿐이어라(對酒當歌, 人生幾何? 譬如朝露, 去日苦多. 慨當以慷, 憂思難忘. 何以解憂, 唯有杜康)." '단가행(短歌行)'이라는 장시의 첫머리다.
이러한 정서를 두고 흔히 '급시행락(及時行樂: 제때에 즐김)'이라 한다. 심지어 평생 나라에 충성하고 사회와 대중을 걱정한 두보(杜甫)조차도 이따금 "몸 밖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일 생각 말고, 그저 생전의 한정된 잔이나 다하세(莫思身外無窮事, 且盡生前有限杯)"라고 말할 때가 있었다. 물론 앞의 경우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만큼 인생살이는 고달프고 힘들어서 살아내기가 쉽지 않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삶이 짧고 덧없다는 인생관은 특히 당(唐)나라 때 하나의 유행을 이루었다. 수많은 시문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전기(傳奇: 기이한 이야기를 전함)'라는 장르의 단편소설 두 편이다. 이공좌(李公佐)의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과 심기제(沈旣濟)의 '침중기(枕中記)'다.
전자는 순우분(淳于棼)이 큰 홰나무의 남쪽 가지 밑에서 잠이 들어 꿈속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깨어난다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의 출전(出典)이다. 이야기는 그 뒤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은 주인공이 도교(道敎)에 귀의, 초연하게 살다가 삶을 마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침중기'는 초라한 행색의 젊은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의 한 객점에서 도사 여옹(呂翁)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생이 출세 못 한 자신의 고달픈 처지를 하소연하며 사는 즐거움이 없다고 푸념하자, 여옹은 속이 빈 청자 베개를 건넨다. 마침 졸렸던 노생은 베개를 베고 누웠다가 베개 구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난 그는 그렇게 갈망하던 고관대작을 얻었다. 중간에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많은 자손을 두고 80세 넘어서까지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다.
꿈에서 깨어난 그에게 여옹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이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잠들기 전에 주방에서 찌고 있던 기장밥은 아직도 익지 않았다. 노생은 꿈을 통해 일깨워준 여옹의 가르침에 감사하며 작별을 고했다.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황량몽(黃粱夢)'이나 '한단지몽(邯鄲之夢)'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인생이 아무리 덧없고 짧다고 해도 하루하루 새로운 날과 마주쳐야 하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시름을 잊으려고 술과 놀이로 달래기도 하지만, 곧 전과 같이 냉정한 현실을 맞이해야 한다.
천하의 이백도 이에는 별수 없었다. 공명과 영화를 구하기 위해 그 또한 평생 노심초사했다. 젊은 시절 벼슬을 얻으려고 각지를 떠돌며 자신을 추천해 줄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천(四川)에서는 이옹(李邕)에게 홀대당하자 자신의 재능을 몰라준다고 원망하는 시를 보내기도 했다. 또 '상한형주서(上韓荊州書)'라는 편지에서는 형주의 장관인 한조종(韓朝宗)을 주공(周公)의 풍모와 인품을 갖춘 당대 최고의 명망가라며 비굴할 정도로 추켜세웠다.
40세가 넘어서 장안(長安)에 간 그는 하지장(賀知章)의 추천으로 겨우 조정의 벼슬을 얻었으나 얼마 후 쫓겨나 다시 오랜 유랑생활을 해야 했다. 50대 중반에는 형과 황권을 다투던 영왕(永王) 이린(李璘)의 막료로 들어가 주군을 칭송하는 시도 여러 편 썼다. 그러나 영왕이 패사(敗死)하는 바람에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 뒤 서남쪽 변방으로 유배됐다가 60세가 가까워서야 풀려났다. 6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여생을 지인에게 의탁해 살아야 했다. '시선(詩仙)'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험하고 불우한 일생이었다.
조조의 아들 조식(曹植)도 일찍이 "사람이 한세상 사는 모습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같다(人居一世間, 忽若風吹塵)"고 덧없는 인생을 한스러워 했다. 그러나 곧이어 치열하게 산 자신의 아버지처럼 "공로를 펼쳐 명군께 힘 보탤 수 있기 바라노라(願得展功勤, 輸力於明君)"는 염원을 드러냈다. 인생을 염교에 맺힌 이슬에 비유한 '해로행(薤露行)'이란 시다.
동진(東晉)의 도연명(陶淵明)도 "인생은 뿌리와 받침이 없어 길 위의 먼지처럼 나부낀다(人生無根蒂, 飄如陌上塵)"고 비유했지만, 시의 후반에서는 다음과 같이 권면하고 있다. "왕성한 해는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이 거듭되기 어렵다. 때맞춰 부지런히 힘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노라(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인생의 덧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삶에 대한 진취적 자세를 보여준 예들이다. 덧붙여 '침중기'를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가 패러디해서 1917년에 발표한 '고료무(黃粱夢)'에도 그러한 뜻이 잘 담겨 있다. 작품의 말미에서 노생은 여옹의 말에 수긍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이의를 제기한다. "꿈이기 때문에 더욱 살고 싶습니다. 그 꿈이 깬 것처럼 이 꿈도 깰 때가 오겠지요. 그때가 오는 날까지 저는 정말로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살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선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이 말에 여옹은 얼굴을 찡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인생이 짧게도 느껴지지만 살아가는 도중에는 길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 좌절과 실패를 겪더라도 끝까지 참고 견디며 분투해야 한다.
곧 봄이 온다. 춥고 긴 겨울을 지내왔기에 봄날은 더욱 반갑고 값지다. 인생에도 겨울처럼 혹독한 시련이 있지만 살다 보면 언젠가는 꽃피고 새 우는 날이 온다. 일 년 내내 봄날이라면 추위를 이기고 난 다음의 봄날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지 실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장춘몽 같은 인생이라 생각될 때도 있겠으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 삶의 보람과 재미를 느낄 때가 오기 마련이다. 초목이 소생하는 봄날처럼 다시 희망을 갖고 한 해를 잘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고문관지(古文觀止)
제7권 육조당문(六朝唐文)
10.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 이백(李白)
白聞天下談士相聚而言曰:
백문천하담사상취이언왈:
저 이백이 듣건대, 천하의 논객(論客)들이 서로 모여 말하기를,
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
생불용봉만호후, 단원일식한형주.
'태어나서 만 호의 제후에 봉해질 필요는 없어도 다만 한형주(韓荊州)께서 한 번 알아주기를 소원한다'고 하였습니다.
何令人之景慕, 一至於此耶.
하령인지경모, 일지어차야.
사람들이 우러러 사모하는 것이 어찌 이 정도에 이르게까지 하실 수 있습니까?
豈不以周公之風, 躬吐握之事.
기불이주공지풍, 궁토악지사.
이 어찌 주공(周公)의 풍도를 본받아 몸소 식사 중에 밥알을 뱉어내고 머리를 감다가도 젖은 머리를 움켜쥐고 선비를 맞이한 일 때문 아니겠습니까?
使海內豪俊, 奔走而歸之.
사해내호준, 분주이귀지.
그래서 천하의 호걸과 준재들이 바삐 달려와 공의 문하에 귀의하게 된 것입니다.
一登龍門, 則聲價十倍.
일등용문, 즉성가십배.
한 번 용문에 오르면 명성이 종전의 열 배에 이릅니다.
所以龍蟠鳳逸之士, 皆欲收名定價於君侯.
소이용반봉일지사, 개욕수명정가어군후.
그러므로 용이 서리고 봉황이 서식하는 듯한 선비들이 모두들 공으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아 명성을 얻고자 합니다.
君侯不以富貴而驕之, 寒賤而忽之,
군후불이부귀이교지, 한천이홀지,
공께서는 자신이 부귀하다 하여 교만하지 않으시며, 상대방이 미천하다 하여 그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시면,
則三千之中有毛遂,
즉삼천지중유모수,
삼 천 명의 식객 중에 반드시 모수(毛遂)와 같은 이가 있게 마련이니,
使白得穎脫而出, 卽其人焉.
사백득영탈이출, 즉기인언.
저 이백으로 하여금 재능을 나타내 보이게 해주신다면 바로 모수와 같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註)
○ 談士(담사) : 이론이나 의견을 좋아하는 학자들. 논객(論客).
○ 萬戶侯(만호후) : 식읍(食邑)이 만 호인 봉후(封侯).
○ 願一識韓荊州(단원일식한형주) : 韓朝宗(한조종)은 사복(思复)의 아들로 형주(荊州)의 자사(刺史)가 되었는데, 당시 그의 명성이 매우 높아서 모든 사람이 사모하고 만나 보기를 원했다.
○ 景慕(경모) : 우러러 사모하다.
○ 周公(주공) : 희단(姬旦). 주 문왕(周文王)의 아들이며, 주 무왕(周武王)의 동생이다.
○ 吐握之事(토악지사) : 吐哺不及餐(토포불급찬), 一沐三握髮(일목삼악발). 주공(周公)이 성왕(成王)을 보필하면서 현자(賢者)을 맞이하기 위해 밥을 먹으면서 먹던 밥을 세 번씩이나 뱉고, 머리를 한 번 감으면서도 세 번씩이나 감던 머리를 쥔 채 나와 손님을 맞이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史記 魯周公世家)
◯ 龍門(용문) : 황하의 상류에 있는 산 이름으로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계곡을 파서 물길을 내어 이로 인하여 큰 폭포가 생겼는데, 물고기들이 이 폭포를 올라가면 용(龍)이 된다는 전설이 있어 용문(龍門)이라 이름 하였으며, 이 때문에 사람이 출세하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도 표현하게 되었다.
○ 龍蟠鳳逸(용반봉일) : 비범한 인물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하다. 용이 서리고 있고 봉황이 서식하다. 蟠(반)은 서리다. 빙 감다. 逸(일)은 은둔하다.
○ 收名定價(수명정가) : 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고 명망을 세우다.
○ 君侯(군후) ; 존귀한 사람에 대한 경칭. 여기서는 한조종(韓朝宗)을 말한다.
○ 毛遂(모수) :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 사람으로, 4대공자의 한 사람인 평원군(平原君)의 식객이다.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평원군을 도와서 초(楚)나라가 조(趙)나라를 구원하도록 하였다. (史記列傳 권76 平原君虞卿列傳: 囊中之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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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穎脫而出(영탈이출) : 송곳이 주머니 속에서도 끝이 튀어나오듯이 재능이 출중하다.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才能)이 밖으로 드러남을 말한다. 유사어 낭중지추(囊中之錐). 穎(영)은 송곳 머리. 가늘고 긴 물건의 뾰족한 끝.
白, 隴西布衣, 流落楚, 漢.
백, 농서포의, 유락초, 한.
저 이백은 농서(隴西) 지방의 평민으로서 초한(楚漢) 지역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十五好劍術, 徧干諸侯;
십오호검술, 편간제후;
三十成文章, 歷抵卿相.
삼십성문장, 역저경상.
열다섯 살에 검술을 좋아하여 두루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벼슬을 구했으며, 삼십이 되어서는 문장을 지어 공경과 재상을 두루 배알하였습니다.
雖長不滿七尺, 而心雄萬夫.
수장불만칠척, 이십웅만부.
비록 키는 7척이 못되지만 마음은 만 명의 장부들보다 웅대합니다.
皆王公大人, 許與氣義.
개왕공대인, 허여기의.
왕이나 공경대부들이 모두들 저의 기개와 도의를 인정하였습니다.
此疇曩心跡, 安敢不盡於君侯哉.
차주낭심적, 안감부진어군후재.
이것이 지난날의 저의 마음 씀과 행적이온데, 어찌 감히 공 앞에서 모든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君侯制作侔神明, 德行動天地,
군후제작모신명, 덕행동천지,
筆參造化, 學究天人.
필참조화, 학구천인.
공의 문장은 천지신명의 솜씨와 같고, 덕행은 천지를 감동시키며, 필치는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고 학문은 하늘과 인간의 도(道)를 다 추구하셨습니다.
幸願開張心顏, 不以長揖見拒.
행원개장심안, 불이장읍견거.
바라옵건대 마음을 여시고 안색을 펴서 장읍(長揖)하고 있는 저를 거절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必若接之以高宴, 縱之以清談;
필약접지이고연, 종지이청담.
請日試萬言, 倚馬可待.
청일시만언, 의마가대.
만일 반드시 성대한 연회로써 저를 접대하고 제게 청담(淸談)을 마음껏 하게 하신다면, 매일같이 만언의 글을 써 올리라고 청하신다 하더라도 말에 기대어 선 채 급히 글을 쓸 수 있습니다.
今天下以君侯為文章之司命,
금천하이군후위문장지사명,
人物之權衡, 一經品題, 便作佳士.
인물지권형, 일경품제, 편작가사.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공을 문장의 사활을 주재하는 신으로 여기고 있으며, 인물을 재어보는 저울로 알고 있으니, 한 번 공의 평을 받고 나면 곧 훌륭한 선비가 됩니다.
而今君侯何惜階前盈尺之地
이금군후하석개전영척지지,
不使白揚眉吐氣, 激昂青雲耶.
불사백양미토기, 격앙청운야.
지금 공께서는 어찌하여 계단 앞 한 자 남짓한 땅에 저를 접대하지 않으셔서, 저로 하여금 활개를 펼 수 없게 하시고 청운의 뜻을 높이 펴내게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註)
○ 隴西(농서) : 지금의 감숙성(甘肅省) 영하회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일대를 말한다. 이백은 자칭 오호16국 시대의 서량(西涼)의 시조인 무소왕(武昭王) 이고(李暠)의 후예라고 한 것이다. 이고(李暠)는 농서인이다.
○ 布衣(포의) : 평민.
○ 干(간) : 간알(干謁). 면회를 청하다.
○ 諸侯(제후) : 지방장관을 말한다.
○ 歷抵(역저) : 두루 배알하다. 抵(저)는 다다르다. 배알한다는 뜻.
○ 卿相(경상) : 중앙 조정의 고급관원.
○ 疇曩(주낭) : 지난번.
○ 心跡(심적) : 속마음. 심지(心志)와 행위.
○ 制作(제작) : 문장의 저술.
○ 侔(모) : 가지런하다. 동등하다.
○ 参(참) : 참여하다.
○ 天人(천인) : 천도(天道)와 인도(人道).
○ 開張(개장) : 개방하다. 펴다.
○ 長揖(장읍) : 두 손을 맞잡아 쥐고 높이 들어서 허리를 굽히는 예(禮). 두 손을 맞잡아 쥐고 아래 위로 흔들며 하는 절을 읍(揖)이라 하며 이렇게 절을 하는 것을 작읍(作揖)이라 하며, 읍(揖)의 동작을 크게 하는 것을 장읍이라 한다.
○ 清談(청담) : 고견. 공리공담(空理空談). 위진(魏晉) 시대에 선비들이 노장(老莊)철학을 숭상하여 속세를 떠나 청담(淸談)을 일삼은 것에서 나온 말이다.
○ 日試萬言(일시만언) : 매일 여러 번 시험하다.
○ 倚馬可待(의마가대) : 급박하게 전쟁에 나가는 말에 기대고서도 완성된 글을 지을 수 있다, 문재(文才)가 뛰어나 글을 빨리 잘 짓다.
○ 司命(사명) : 사람의 생사를 관장하는 신.
○ 權衡(권형) : 저울. 평가하다.
○ 惜階前盈尺之地(석개전영척지지) : 계단 앞에 한 자 남짓한 땅을 아까워하다. 즉, 이백이 자신을 접견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 白揚眉吐氣(백양미토기) : 활개를 펼 수 없다. 揚眉(양미)는 눈썹을 치켜뜨다.
○ 激昂(격앙) : 기운이나 감정 따위가 격렬히 일어나 높아짐. (감정·어조 등이) 격앙되다.
昔王子師為豫州, 未下車, 卽辟荀慈明;
석왕자사위예주, 미하거, 즉벽순자명;
既下車, 又辟孔文舉.
즉하거, 우벽공문거.
옛날에 왕자사(王子師)는 예주자사(豫州刺史)가 되었는데 부임하는 수레에서 내리기도 전에 순자명(荀慈明)을 불러 관직을 주었으며, 임지에 도착하여 수레에서 내린 후에는 공문거(孔文舉)를 불러 일을 맡겼습니다.
山濤作冀州, 甄拔三十餘人,
산도작기주, 견발삼십여인,
或為侍中尚書, 先代所美.
혹위시중상서, 선대소미.
산도(山濤)는 기주자사(冀州刺史)를 지냈는데 30여 명의 인재를 발탁 하였으며, 그중에는 시중(侍中)과 상서(尚書)까지 된 사람도 있었으므로 선대에 칭송받는 바가 되었습니다.
而君侯亦一薦嚴協律, 入為祕書郎.
이군후역일천엄협률, 입위비서랑.
그런데 공께서도 또한 엄협률(嚴協律)을 천거하시니 조정에 들어가 비서랑(祕書郎)이 되었습니다.
中閒崔宗之, 房習祖, 黎昕, 許瑩之徒,
중간최종지, 방습조, 여흔, 허영지도,
或以才名見知, 或以清白見賞.
혹이재명견지, 혹이청백견상.
그 중 최종지(崔宗之), 방습조(房習祖), 여흔(黎昕), 허영(許瑩) 등의 무리는 어떤 이는 뛰어난 재주로 알려지게 되었고, 어떤 이는 청렴결백함으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白每觀其銜恩撫躬, 忠義奮發.
백매관기형은무궁, 충의분발.
저 이백은 매번 그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감개하면서 충성과 의리로써 분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白以此感激, 知君侯推赤心於諸賢之腹中,
백이차감격, 지군후추적심어제현지복중,
所以不歸他人, 而願委身國士.
소이불귀타인, 이원위신국사.
저는 이에 감격하였고 공께서 여러 현사들의 뱃속에 진심을 심어 주신다는 것을 알았으며,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않는 까닭은 공과 같이 나라에서 걸출한 인물에게 몸을 의탁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倘急難有用, 敢效微軀.
당급난유용, 감효미구.
갑자기 위급한 재난을 당하여 쓰실 일이 있게 된다면 저는 감히 미천한 몸이나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註)
○ 王子師(왕자사) : 王允(왕윤). 후한 말기 태원(太原) 기현(祁縣) 사람. 자는 자사(子師)다. 영제(靈帝) 때 예주자사(豫州刺史)를 지냈을 때 대학자인 순상(荀爽)을 불러 관직을 주었으며, 공융(孔融)에게 업무를 맡겼다.
○ 辟(벽) : 부르다.
○ 荀慈明(순자명) : 荀爽(순상). 한나라 말기의 대학자로 순상의 자(字)는 자명(慈明)이다.
○ 孔文舉(공문거) : 孔融(공융). 한나라 말기의 명사(名士). 공융의 자(字)는 문거(文舉)이다.
○ 山濤(산도) : 진(晋)나라 하내회(河內懷) 사람으로 자(字)는 거원(巨源), 시호는 강(康)이다.노장(老莊)의 학문을 즐기었으며 죽림 7현의 한 사람으로 무제(武帝) 때 이부상서(吏部尙書)가 되어 사람을 잘 가리어 등용하였다.
○ 侍中尚書(시중상서) : 시중(侍中)과 상서(尚書). 중앙정부의 관직명.
○ 嚴協律(엄협률) : 이름은 미상. 協律(협률)은 음악을 교정하는 관직이다.
○ 祕書郎(비서랑) : 비서성(秘書省)에 속하며 중앙정부의 장서(藏書)업무를 관장했다.
○ 崔宗之(최종지) : 이백의 친구로 예부낭중(禮部郎中), 우사낭중(右司郎中) 등의 관직을 거쳤다. 맹호연, 두보와 교제하였다.
○ 房習祖(방습조) : 미상.
○ 黎昕(여흔) : 습유관(拾遺官)을 지냈으며 왕유(王维)와 교제하였다.
○ 許瑩(허영) : 미상.
○ 銜恩(형은) : 은혜를 입다.
○ 撫躬(무궁) : 감개(感慨)하다. 撫(무)는 박차.
○ 赤心(적심) : 진심.
○ 國士(국사) : 나라의 걸출한 인물.
○ 倘(당) : 갑자기. 빼어나다.
○ 敢效微軀(감효미구) : 보잘 것 없는 몸으로 행하다.
且人非堯舜, 誰能盡善.
차인비요순, 수능진선.
또한 사람은 모두가 요순(堯舜)과 같은 성인이 아니니 누군들 완전히 잘할 수 있겠습니까?
白謀猷籌畫, 安能自矜.
백모유주획, 안능자긍.
제가 도모하고 계획하는 것이 또한 어찌 감히 자부할 만하다 하겠습니까?
至於制作, 積成卷軸, 則欲塵穢視聽.
지어제작, 적성권축, 즉욕진예시청.
그러나 문장을 짓는 일에 있어서는 이미 지은 것을 여러 권으로 만들어 쌓아 놓았으므로 공께 보여 공의 눈과 귀를 더럽히고자 합니다.
恐彫蟲小技, 不合大人.
공조충소기, 불합대인.
다만 보잘 것 없는 재주이어서 어르신께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若賜觀芻蕘, 請給紙筆, 兼之書人.
약사관추요, 청급지필, 겸지서인.
만약 공께서 보잘 것 없는 문장이나마 한번 보아주신다면 청컨대 종이와 붓을 내려주시고, 글씨 쓸 사람을 더불어 보내 주십시오.
然後退掃閒軒, 繕寫呈上.
연후퇴소한헌, 선사정상.
그런 연후에 조용한 방으로 물러나 깨끗이 치운 다음 정서하여 공께 올리겠습니다.
庶青萍 結綠長價於薛 卞之門.
서청평 결록장가어설 변지문.
명검 청평(青萍)과 보옥 결록(結綠)과 같은 명품처럼 설촉(薛燭)과 변화(卞和)에게 보여 비로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幸推下流, 大開獎飾, 惟君侯圖之.
행추하류, 대개장식, 유군후도지.
부디 비천한 저를 밀어주셔서 크게 한 번 칭찬하여 주시기 바라오니, 공께서 고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註)
○ 謀猷籌畫(모유주획) : 도모하고 계획하다. 謀猷(모유)는 계획을 꾸미다. 籌畫(주획)은 계획하다. 畫(획)은 그을 ‘획’.
○ 卷軸(권축) : 고대에 비단이나 서화(書畫) 따위를 표장(表裝)하여 말아 놓은 축(軸). 두루마리.
○ 塵穢視聽(진예시청) : 상대방에게 자기의 작품을 보기를 청하는 겸사. 塵穢(진예)는 더러움.
○ 彫蟲小技(조충소기) : 보잘 것 없는 재주. 벌레를 조각해 놓는 작은 재주.
○ 芻蕘(추요) : 꼴과 땔나무. 자기의 작품을 겸칭한 것이다.
○ 閒軒(한헌) : 조용한 방.
○ 繕寫(선사) : 정서하다. 잘못을 바로잡아 다시 고쳐 베끼다.
○ 庶(서) : 바라다. 희망하다.
○ 青萍(청평) : 보검의 이름. 월왕 구천의 칼 이름.
○ 結綠(결록) : 아름다운 옥(玉)의 이름.
○ 薛(설) : 설촉(薛燭). 춘추시대 월나라 사람으로 칼을 잘 감정하였다. 옥(玉)을 잘 감식하던 변화(卞和)와 병칭하여 설변(薛卞)이라 한다.
○ 卞(변) : 변화(卞和). 옥을 잘 감별하는 사람으로 여기서는 한조종(韓朝宗)을 말한다. 변화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으로 일찍이 초나라 산중에서 발견한 박옥(璞玉)을 여왕(厲王)과 무왕(武王)에게 잇달아 바쳤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하여 두 다리 만 잃었다. 문왕(文王)이 듣고서 사람을 시켜 그 박옥을 갈아 옥기를 만들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화씨벽(和氏璧)이다. (韓非子 和氏)
○ 下流(하류) : 지위가 낮은 사람.
○ 大開獎飾(대개장식) : 크게 칭찬하다. 獎飾(장식)은 칭찬하다.
李白(이백) :
당나라 시인으로 자(字)는 태백(太白)이며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는 중국의 대표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1,100여 편의 작품이 현존한다. 그의 생애는 분명하지 못한 점이 많아, 생년을 비롯하여 상당한 부분이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
어린 시절을 촉나라에서 보냈으며, 25세 때 촉나라를 떠나 양자강(揚子江)을 따라서 강남(江南), 산동(山東), 산서([山西) 등지를 편력하며 한평생을 보냈다. 젊어서 도교(道敎)에 심취했던 그는 산중에서 지낸 적도 많았다.
그의 시의 환상성은 대부분 도교적 발상에 의한 것이며, 산중은 그의 시적 세계의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였다. 맹호연(孟浩然), 원단구(元丹邱), 두보(杜甫) 등 많은 시인과 교류하며, 그의 발자취는 중국 각지에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 階(섬돌 계)는 형성문자로 阶(계)는 통자(通字), 阶(계)는 간자(簡字), 堦(계)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皆(개, 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皆(개, 계)는 여럿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하다, 물건이 가지런하여지는 일을 뜻한다. 좌부변(阝)部는 계단(階段)으로 되어 있는 지형, 궁정의 계단(階段)을 말한다. 그래서 階(계)는 (1)벼슬의 등급(等級) (2)품계(品階) 등의 뜻으로 ①섬돌(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②층계(層階), 한 계단(階段) ③품계(品階), 관등(官等), 벼슬 차례(次例) ④차례(次例) ⑤실마리 ⑥사다리 ⑦길 ⑧연고(緣故), 인연(因緣) ⑨사다리를 놓다 ⑩오르다, 나아가다 ⑪인도(引導)하다, 이끌다 ⑫겹치다, 쌓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층 층(層), 층계 단(段), 등급 급(級)이다. 용례로는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층을 계층(階層), 지위나 관직 등의 등급을 계급(階級), 어떤 일을 하는데 밟아야 할 일정한 순서를 계단(階段), 일이 사닥다리 밟듯이 차차 진행 되는 순서를 계제(階梯), 무덤 앞의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땅을 계절(階節), 계단의 주춧돌을 계초(階礎), 벼슬의 등급을 계위(階位), 층계 앞의 들을 계정(階庭), 계급의 차례를 계차(階次), 일의 차례를 따라 나아가는 과정을 단계(段階), 층층이 높이 올라가게 만들어 놓은 설비를 층계(層階), 품계가 오름을 승계(昇階), 나무 층층대 또는 사닥다리를 목계(木階), 벼슬을 올림을 가계(加階), 벼슬의 등급을 위계(位階), 흙으로 만든 계단을 토계(土階), 뜰 한쪽에 조금 높게 하여 꽃을 심기 위해 꾸며 놓은 터를 화계(花階), 차례를 따라 구분하는 모양을 단계적(段階的), 여러 단계를 다단계(多段階), 서로 이해 관계가 다른 계급 사이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일어나는 투쟁을 계급투쟁(階級鬪爭), 사회의 평등을 목적으로 계급을 부인하고 깨뜨려 버림을 계급타파(階級打破), 해당 계급으로 복무할 수 있는 일정한 연한을 계급정년(階級停年), 일정한 계급이 가지는 심리적 경향이나 사고 방식을 계급의식(階級意識), 비탈진 땅에 계단 모양으로 층층이 논밭을 만들어 하는 경작을 계단경작(階段耕作), 품계는 낮고 벼슬은 높음을 계비직고(階卑職高), 품계는 높고 벼슬은 낮음을 계고직비(階高職卑), 신분이나 생활 수준 따위로 계층을 나눌 때 제일 낮은 계층을 하류계급(下流階級), 파도로 말미암아 해안이 깎이거나 또는 흙이나 모래가 쌓이어서 이루어진 바닷가의 평평한 곳을 해성단계(海城段階) 등에 쓰인다.
▶️ 前(앞 전/자를 전)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歬(전)으로 이루어졌다. 歬(전)은 舟(주; 배, 탈것)와 止(지; 발의 모양, 나아가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前자는 '앞'이나 '먼저', '앞서 나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前자는 月(달 월)자와 刀(칼 도)자와 함께 상단에는 머리 모양이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前자의 금문을 보면 舟(배 주)자와 止(발 지)자가 결합한 歬(앞 전)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배가)앞으로 가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과 금문, 소전에서는 歬자가 '앞'이나 '앞서 나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舟자가 月자가 바뀌었고 止자는 ()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刀자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의 前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해서에서 刀자가 더해진 것은 '가위'를 뜻하기 위해서였다. 후에 '자르다'라는 뜻은 剪(자를 전)자로 따로 만들어지면서 뜻이 분리되었다. 그래서 前(전)은 (1)이전(以前) (2)막연하게 과거를 이를 적에 쓰는 말. 그건 (3)어떤 직함이나 자격 등을 나타내는 명사(名詞) 앞에 붙여 전날의 경력을 나타내는 말 (4)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전기(前期)의 뜻을 나타냄 (5)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앞부분의 뜻을 나타냄 (6)연대(年代), 연호(年號) 앞에 붙어 기원전(紀元前)의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앞 ②먼저 ③미래(未來), 앞날 ④미리, 앞서서, 사전에 ⑤거무스름한 빛깔 ⑥가위 ⑦앞서다 ⑧나아가다 ⑨인도하다 ⑩뵙다, 찾아뵙다 ⑪소멸하다 ⑫자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뒤 후(後)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물을 의논할 때 먼저 내세우는 기본이 되는 것을 전제(前提), 앞과 뒤와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전에 가졌던 직업 또는 벼슬을 전직(前職), 지난해나 작년을 전년(前年), 앞으로 나아감을 전진(前進), 이미 있었던 사례를 전례(前例), 앞쪽이나 일선을 전방(前方), 앞쪽에 친 진을 전진(前陣), 지나간 시대를 전대(前代), 앞서의 경력을 전력(前歷), 미리 나타나 보이는 조짐을 전조(前兆), 전번의 시기를 전기(前期), 직접 뛰어든 일정한 활동 분야를 전선(前線), 글이나 편지 전문을 생략함을 전략(前略), 전에 그 임무를 맡았던 사람을 전임(前任), 앞에서 이미 서술함을 전진(前陳), 앞의 부분을 전부(前部), 앞으로 갈 길을 전도(前途), 앞에 게재함 또는 지난해를 전재(前載),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자정으로부터 낮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전(午前),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실행하기 전을 사전(事前), 이전이나 이제까지를 종전(從前), 바로 앞이나 일이 생기기 바로 전을 진전(直前), 식을 거행하기 전을 식전(式前), 살아 있는 동안을 생전(生前),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이란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전거복철(前車覆轍), 앞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뒷수레가 경계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말로 전인의 실패를 보고 후인은 이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전거가감(前車可鑑), 지난 시대에는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매우 놀랍거나 새로운 일을 이르는 말을 전대미문(前代未聞), 이전 세상에는 듣지 못하였다는 뜻으로 지금까지는 들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임의 비유하는 말을 전고미문(前古未聞),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손을 대거나 발을 디딘 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전인미답(前人未踏),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뜻으로 재앙이 끊임 없이 닥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전호후랑(前虎後狼), 앞으로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뜻으로 목적하는 바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남은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요원(前途遙遠), 앞으로 잘 될 희망이 있음 또는 장래가 유망함을 이르는 말을 전도유망(前途有望), 일에 부닥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앞뒤를 재며 머뭇거림을 이르는 말을 전첨후고(前瞻後顧),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전무후무(前無後無), 처음에는 거만하다가 나중에는 공손하다는 뜻으로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전거후공(前倨後恭), 앞길이나 앞날이 크게 열리어 희망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양양(前途洋洋), 앞길이나 앞날에 어려움이나 재난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다난(前途多難),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도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을 문전성시(門前成市),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화(風前燈火), 범에게 고기 달라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림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호전걸육(虎前乞肉) 등에 쓰인다.
▶️ 盈(찰 영)은 형성문자로 盁(영)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그릇 명(皿; 그릇)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夃(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①차다 ②가득하다 ③충만(充滿)하다, 피둥피둥하다 ④남다, 여유(餘裕)가 있다 ⑤불어나다, 증가(增加)하다 ⑥채우다,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⑦교만(驕慢)하다 ⑧이루다 ⑨예쁜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채울 충(充), 메울 전(塡), 찰 만(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다. 용례로는 가득 참을 영만(盈滿), 남음과 모자람을 영축(盈縮), 둥근 달을 영월(盈月), 한 자 남짓이나 한 자 미만의 넓이 즉 협소함을 뜻함을 영척(盈尺), 충만함과 공허함을 영허(盈虛), 가득차고 성함을 영성(盈盛), 짐을 실은 화차를 영차(盈車), 물이 가득 차서 찰랑찰랑한 모양을 영영(盈盈), 가득 차서 넘침을 영일(盈溢), 이지러짐과 꽉 참 또는 모자람과 가득함을 휴영(虧盈), 지나친 욕심을 가지지 말도록 타이름을 계영(誡盈), 풍성하게 꽉 차서 그득함을 풍영(豐盈), 모두 가득 참 또는 이르지 않은 곳이 없음을 관영(貫盈), 가득 차면 기울고 넘친다는 뜻으로 만사가 다 이루어지면 도리어 화를 가져오게 될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을 영만지구(盈滿之咎), 섬에 가득히 채워서 보내 준 선물이라는 뜻으로 썩 많이 보내 준 음식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을 영석지궤(盈石之饋), 한 자 남짓한 글이라는 뜻으로 매우 짧은 글을 이르는 말을 영척지서(盈尺之書),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점차 이지러진다는 말을 일월영측(日月盈昃),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뜻으로 한번 흥하면 한번은 망함을 비유하는 말을 월영즉식(月盈則食), 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다는 뜻으로 변화무쌍하여 헤아리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일허일영(一虛一盈) 등에 쓰인다.
▶️ 尺(자 척)은 ❶상형문자로 呎(척)과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발 부분에 표를 한 모양으로 발바닥의 길이, 한 치의 열 배를 말한다. ❷지사문자로 尺자는 '자'나 '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尺자의 갑골문을 보면 사람의 다리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발만큼의 길이를 표현한 것이다. 길이를 잴 자가 없을 때는 무엇으로 길이를 측정하려고 할까? 아마도 조그만 것은 손의 너비만큼 길이를 잴 것이고 좀 긴 거리는 보폭으로 길이를 측정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寸(마디 촌)자는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 끝에서 가운데 있는 손가락까지의 3cm 정도의 길이를 뜻하고 尺이라고 하는 것은 발의 길이 만큼인 23~30cm 정도를 뜻한다. 그래서 尺(척)은 자의 뜻으로 ①자 ②길이 ③길이의 단위 ④법(法), 법도(法度) ⑤맥(脈)의 한 부위(部位) ⑥편지(便紙), 서간(書簡) ⑦기술자(技術者) ⑧증명서(證明書) ⑨자로 재다 ⑩짧다 ⑪작다 ⑫조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짧은 편지를 척독(尺牘), 자로 잰 길이를 척도(尺度), 퍽 좁은 논밭을 척토(尺土), 작은 종이 또는 짧은 편지를 척지(尺紙), 한 자 사방의 재목을 척각(尺角), 열 살 안팎의 어린아이를 척동(尺童), 물건을 자로 잼을 척량(尺量), 한 자 가량이나 내린 눈으로 많이 쌓인 눈을 척설(尺雪), 퍽 좁은 땅이나 아주 가까운 땅을 척지(尺地), 아주 가까운 거리를 지척(咫尺), 곱자로 나무나 쇠로 ㄱ자 모양으로 만든 자를 곡척(曲尺), 포목을 마르고 재는 일을 도척(刀尺), 일정한 길이를 재고 여분을 더 잡는 길이를 여척(餘尺), 자투리로 자로 재어 팔거나 재단하다가 남은 천의 조각을 간척(殘尺), 장대로 열 자 길이가 되게 만든 자를 장척(丈尺),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든 자를 절척(折尺), 높은 곳에서 멀리 산수를 볼 때 그 작게 보임을 이르는 말을 척산척수(尺山尺水), 얼마 안 되는 공로를 이르는 말을 척촌지공(尺寸之功), 약간의 이익이나 사소한 이익을 이르는 말을 척촌지리(尺寸之利), 약간의 땅이나 얼마 안 되는 땅을 이르는 말을 척촌지지(尺寸之地)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地(땅 지)는 ❶회의문자로 埅(지), 埊(지), 墬(지), 嶳(지)가 고자(古字)이다. 온누리(也; 큰 뱀의 형상)에 잇달아 흙(土)이 깔려 있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땅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地자는 '땅'이나 '대지', '장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地자는 土(흙 토)자와 也(어조사 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也자는 주전자를 그린 것이다. 地자는 이렇게 물을 담는 주전자를 그린 也자에 土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과 물이 있는 '땅'을 표현하고 있다. 地자는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는 뱀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지(土)와 뱀(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地(지)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곳임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 옷의 감을 나타냄 (3)사대종(四大種)의 하나 견고를 성(性)으로 하고, 능지(能持)를 용(用)으로 함 등의 뜻으로 ①땅, 대지(大地) ②곳, 장소(場所) ③노정(路程: 목적지까지의 거리) ④논밭 ⑤뭍, 육지(陸地) ⑥영토(領土), 국토(國土) ⑦토지(土地)의 신(神) ⑧처지(處地), 처해 있는 형편 ⑨바탕, 본래(本來)의 성질(性質) ⑩신분(身分), 자리, 문벌(門閥), 지위(地位) ⑪분별(分別), 구별(區別) ⑫다만, 뿐 ⑬살다, 거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곤(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천(天)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땅의 구역을 지역(地域), 어느 방면의 땅이나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地方), 사람이 살고 있는 땅 덩어리를 지구(地球), 땅의 경계 또는 어떠한 처지나 형편을 지경(地境), 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지위(地位), 마을이나 산천이나 지역 따위의 이름을 지명(地名),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각 변동 현상을 지진(地震), 땅의 위나 이 세상을 지상(地上), 땅의 표면을 지반(地盤), 집터로 집을 지을 땅을 택지(宅地), 건축물이나 도로에 쓰이는 땅을 부지(敷地),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환경을 처지(處地), 남은 땅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여지(餘地), 토지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매겨 놓은 땅의 번호를 번지(番地), 하늘과 땅을 천지(天地), 주택이나 공장 등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정 구역을 단지(團地), 어떤 일이 벌어진 바로 그 곳을 현지(現地), 바닥이 평평한 땅을 평지(平地), 자기 집을 멀리 떠나 있는 곳을 객지(客地), 땅의 끝과 하늘의 끝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지각천애(地角天涯), 토지의 크기나 덕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서로 조건이 비슷함을 이르는 말을 지추덕제(地醜德齊), 간과 뇌장을 땅에 쏟아낸다는 뜻으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힘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간뇌도지(肝腦塗地),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으로 몹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못난 사람이 주책없이 덤벙이는 일 또는 너무 급하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방지방(天方地方),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지진이나 홍수나 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을 일컫는 말을 천재지변(天災地變),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육지행선(陸地行船),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사람은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그 환경을 서로 바꾸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는 말을 역지개연(易地皆然), 발이 실제로 땅에 붙었다는 뜻으로 일 처리 솜씨가 착실함을 말함 또는 행실이 바르고 태도가 성실함을 일컫는 말을 각답실지(脚踏實地), 감격스런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감격무지(感激無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