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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2.0 | 기사입력 2008-02-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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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27)이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국팬들에게 국민 클럽이나 다름없다. 프리미어리그를 독점 중계하는 맨유의 인기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높다. 그런데 맨유의 연고지인 맨체스터에는 맨유 팬보다 지역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시티 팬이 더 많다. 또 맨유 팬 가운데에는 맨유의 구단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2005년 미국인 사업가 말콤 글레이저가 맨유를 인수한 뒤부터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맨유 경기의 관람을 거부하는 서포터들까지 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트러스트(Manchester United Supporters Trust)가 대표적이다. MUST들은 맨유 경기가 있는 날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고 올드 트래포드 주변을 돌며 시위를 하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을 모아 글레이저에게 빼앗긴 맨유를 되찾자며 구호를 외친다. MUST의 부회장 션 본스를 올드 트래포드 근처의 한 펍에서 만났다. 서포터스 이름이 트러스트다. 트러스트라면 금융권에서 쓰는 용어 아닌가. 트러스트는 기업합병을 뜻한다. 우리는 뜻을 같이 하는 서포터들이 보내준 기금을 모아 글레이저가 소유하고 있는 맨유를 해산하고 맨유의 새로운 주인이 되기 위해 모였다. 회원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언제 만들어졌나. 전세계 87개국에서 3만2천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지금까지 약 38억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1998년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맨유를 인수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 SUAM(Shareholders United Against Murdoch)을 만들어 이에 저항했다. 1999년 정부의 협조로 머독의 인수 시도가 좌절됐다. SUAM은 MUST의 전신이라고 보면 된다. 당신도 맨유 서포터 출신인가. 영국에 있는 MUST 회원 대부분은 맨유 서포터 출신이다. 나도 어릴 때 학교 공부가 끝나면 맨유 훈련장에 가 시간을 보낸 열혈 서포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펍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지만 솔직히 괴롭다. 당신들이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설득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맨유가 영원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우리 곁에 있는 것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실하고 투명한 클럽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또 벌어들인 돈을 클럽 안으로 돌려 입장권 가격을 낮추거나 수준 높은 선수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포터들은 클럽의 재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맨유 수뇌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맨유는 그렇지 못하다는 뜻인데. 겉으로 보기엔 맨유가 모든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관중도 많고. 하지만 이벤트에 사람들이 꼬이는 것처럼 모이는 서포터들의 단순한 증가는 큰 의미가 없다. 서포터의 질적인 향상이 중요하다. 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현재 글레이저는 수억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글레이저가 맨유를 인수할 당시에 저항이 대단했을 것 같다. 2년 전 글레이저가 맨유의 인수자금 6억 파운드를 빌리기 위해 일본의 도이체 방크와 협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수많은 MUST 회원이 도이체 방크 본사로 항의전화와 메일을 보내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다. 하지만 글레이저는 결국 헤지펀드를 통해 약 7억 파운드의 자금을 동원했다. 헤지펀드 이자율은 14~20%에 이른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고 도박성이 강한 펀드다. 이 같은 위험한 형태의 인수는 맨유의 미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외국자본이라도 클럽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건실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서포터들이 자금을 유치해 자립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도 산업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고 현재 외국자본도 많이 들어와 있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클럽마다 특색이 있고 그 색깔에 맞는 이상적인 방식이 무엇인지는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현재 맨유의 글레이저 체제는 분명 문제가 있고 그것은 맨유의 사활이 걸린 아주 중대한 문제라는 점이다. MUST 내에서 의견 충돌은 없나. 글레이저가 구단을 인수하기 전에는 MUST 회원들 모두가 클럽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인수 이후 이런 기대가 많이 꺾였다. 글레이저 세력은 안에 있고 우리는 밖에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조직은 상당히 크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임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회원들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장권 가격을 낮추는 문제뿐만 아니라 클럽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몇 달 안에 열 예정이다. 회원들끼리는 어떤 방식으로 교류가 이뤄지나.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보낸다. 잡지도 일 년에 4번씩 발간한다. 회원 배지와 홍보용 스티커도 만들어 나눠준다. 운영을 최대한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쯤 이런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몇 년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글레이저가 물어야 할 이자와 맨유와 관련된 모든 빚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시즌부터 걱정이다. 최근 더비 카운티에도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이제 프리미어리그의 절반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를 떠나 일단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문제는 입장권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적 관점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겠지만 현재 상황은 입장권 가격이 오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맨유의 경우 2006년 6월 회계 장부를 보면 입장권 가격 상승률을 2.5%로 예상하고 있지만 결국 12%까지 오르지 않았나. TV 중계권료 배당금과 각종 마케팅 수입이 많이 늘어 맨유의 총수입은 결코 줄지 않았다. 입장권 가격을 올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비단 맨유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자본이 들어온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다. 이탈리아나 스페인리그 등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입장권 가격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올드 트래포드는 늘 만원 관중이다. 올드 트래포드에는 맨유만의 전통적이고 독특한 기운이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는 맨유 팬들은 그런 전통을 잘 지켜나가면서도 현재 맨유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SPORTS2.0 제 91호(발행일 2월 18일) 기사 맨체스터=장지현 기자 |
첫댓글 글레이저 가문이 부채가 많다니까..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