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처럼 막내 네만 빼고 다른 아홉 가족이 다 모였는데 어디 나가서 식사하기가 뭐했습니다.
둘째 사위가 복어매운탕을 한ㅂ전도 먹어보질 않았다고 해서
가까운 복집에서 식탁 두 개를 따로 잡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선가게에서 두툼하게 살이 오른 가자미를 한 손 사왔네요.
집에 있는 손녀 손자들을 위한 반찬거리입니다.
가자미의 어원은 우리나라 전래설화에서 나타납니다.
전처의 자식을 몹시 미워하던 계모가 죽은 뒤 태어난 생선이 바로 가자미입니다.
하도 전처의 자식에게 눈을 흘긴 까닭에 그 죄로 눈이 한쪽으로 몰렸다는 얘기인데 믿거니 말거나...^^
그래서 가자미는 계모를 뜻하는 '갖'(가죽→겉→거짓)과 '미'(어미)의 합성어가 됐답니다.
전처 자식을 흘겨보던 '가짜 어미'라는 뜻이지요.
학자들의 말로는 가자미는 넙치과에 속한답니다.
우리 속담에 "가자미눈으로 본다"는 말은 있지만 "넙치눈으로 본다"는 말은 없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오른쪽을 '바른 쪽'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나요.
가자미눈은 바른 쪽에서 왼쪽으로 흘겨본다는 말이 됩니다.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는 속담은 하도 맞아서 바른쪽(오른쪽)에 있던 눈이 왼쪽으로 돌아갈 정도가 됐다는 뜻이됩니다.
그러나 시쳇말로는 '좌광우도; 눈이 왼쪽으로 몰렸으면 광어(넙치)이고 오른쪽으면 도다리'로 더 알려졌습니다.
'도다리쑥국'은
봄철에 살이 물러 횟감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어린 문치가자미에 봄철 쑥을 넣어 탕으로 끓여먹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봄철 음식으로 인식돼 크기와 상관 없는 다양한 가자미와 쑥을 넣고 끓이면서
'도다리쑥국'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알고 끓여먹어야 할 것입니다.
봄철에는 가자미가 워낙 많이 나다보니 너무 먹어서 물린다는 사람도, 맨날 먹어도 좋다는 사람도 나옵니다.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포항 장기면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남긴 시 '추회'(가을생각)에서
"꽃게의 엄지발이 참으로 유명한데 아침마다 대하는 것은 가자미국뿐이라"며 한탄했습니다.
반면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포를 만드는 것보다는 직접 국을 끓이거나 구워먹는 게 좋다"며 가자미국을 높게 쳤습니다.
가자미를 사랑했던 백석 시인은 맨날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가자미를 자신의 시 '가재미·나귀'에서 이렇게 치하했습니다.
"동해(東海) 가까운 거리로 와서 나는 가재미(가자미)와 가장 친하다.
광어, 문어, 고등어, 평메, 횃대……생선이 많지만 모두 한두 끼에 나를 물리게 하고 만다.
그저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치장(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
며칠전 텃밭에 나가보니 햇쑥이 소복소복 돋아나고 있더라구요.
도다리든 가자미든 그게 그것이니 햇쑥과 같이 끓여먹는 기회를 만들어봐야지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