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시골 생활자의 집 고르기부터 먹고살기까지『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이 책은 저자가 시골에서 오롯이 내 삶을 담는 그릇인 ‘나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무시무시하게 자란 풀과 나무 정리하기, ‘푸세식’ 화장실 고치기, 전기 시설과 보일러 교체하기, 창호지 갈기, 내 취향을 반영한 주방 만들기, 아궁이가 달린 집주인 전용 황토방 만들기, 미니 연못과 연 밭 만들기, 대나무 울타리 만들기 등 풀인지 나물인지 구별도 못했던 서울 토박이 저자가 이웃사촌들의 도움을 얻어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해결해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의 좌충우돌 시골 생활 생존기는 시골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엄윤진
저자 엄윤진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13년 동안 아이들 독서 지도와 글쓰기 지도를 하며 지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일하고 남는 시간에 오래된 집, 오래된 나무, 오래된 물건 같은 것을 찾아 여러 곳을 여행하고 수집하는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성주에 있는 한옥, 아소재를 만나게 되었다. 한옥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서울 토박이의 시골살이. 오늘도 이른 아침 아소재의 대청마루 위에서 군더더기 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소박하면서도 충만한 삶을 꿈꾸고 있다.
글을 시작하며 나를 소생시키는 집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다 길을 잃고 집을 만나다
짐을 꾸리고 짐을 풀다
푸세식은 힘들어
내 취향을 반영한 나만을 위한 공간
세상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무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집이랑 함께 즐겁게 늙어갈래
뭐 하고 먹고살 거야? 한옥 체험 프로그램을 해볼까 해요
첫 손님, 그리고 이어지는 인연
한옥 체험의 몇 가지 원칙
‘뭘까바구니’가 뭘까?
뒹굴뒹굴 대청마루에서 책 읽기
텃밭을 지키고, 텃밭을 가꾸고
시골에서 잘 살 수 있겠어? 철마다 다른 놀이, 말 그대로 시절 놀이
어른들을 위한 모임, 외우
가을 놀이마당
삶의 윤활제, 수다 수다
이웃, 동물, 식물 모두 함께 살아요
스스로 충만해지는 삶
먹는 것이 바뀌니 삶이 바뀐다 우리 집 밥상이 보약
몸을 살리는 잡곡밥 한 그릇 이야기
뽀글뽀글 된장찌개다
겉절이 좋아하세요?
간단하고 든든한 아침 식사를 위하여
아소재의 술친구, 부침개
지천에 깔린 게 다 먹을 것이로구나
저장 식품이 효자야
삶의 속도를 늦추니 행복해진다 이젠 별걸 다 자급자족
그래서 나는 그 길을 걷는다
오래된 것과 아날로그적인 삶이 주는 행복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시골에 내려가서 살아볼까?”
도시에 사는 것이 어쩐지 지치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도 이미 시골에 내려가 살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시골’은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을 담은 단어가 되었다. ‘나(我)를 다시 살리는(蘇) 집(齋).’ 저자는 왜 인생2막을 시작한 경북 성주의 한옥에 아소재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어쩌면 ‘소생(蘇生)’은 우리가 꿈꾸는 삶, 집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살지?”
저자는 일 때문에 찾아간 경북 성주에서 우연히 사람이 살지 않는 한옥을 발견하고 시골살이를 결심했다. 사람이 집을 찾은 것이 아니라, 집이 사람을 찾은 셈이다. ‘무데뽀’로 집을 싸서 내려오긴 했지만, 풀인지 나물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서울 토박이가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한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적응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당장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무시무시하게 자란 풀과 나무 정리하기, ‘푸세식’ 화장실 고치기, 전기 시설과 보일러 교체하기, 창호지 갈기, 내 취향을 반영한 주방 만들기, 아궁이가 달린 집주인 전용 황토방 만들기, 미니 연못과 연 밭 만들기, 대나무 울타리 만들기 등.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아는 사람들과 친절한 이웃사촌들의 도움을 얻어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성주에 뿌리내리기 시작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아소재는 여전히 변신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시골에서 오롯이 내 삶을 담는 그릇인 ‘나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뭐 하고 먹고살 거야?”
시골에 내려간다고 했을 때, 모두가 걱정의 말부터 늘어놓았다. 쟁여놓은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수로 입에 풀칠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돈보다 시간을 쓰면 된다며 느긋한 마음을 먹은 저자는 우선 시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떼돈’을 벌어들일 수는 없지만 즐겁게 생존할 수 있는 재미있는 돈벌이. 저자가 지금도 열심히 생각하는 문제다. 덩치 큰 한옥 공간을 이용할 방법을 궁리하다 한옥 체험과 한옥 카페를 생각했고, 예전에 하던 일의 연장선으로 아이들을 위한 방학 독서 캠프도 운영한다. 이 집이 누군가와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 집주인은 성주 토박이 시인과 의기투합해 성주의 농산물과 자신의 텃밭에서 키운 건강한 먹을거리를 도시에 배송하는 일도 했고, 머위데이, 창포데이, 연잎데이 등 계절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해 한 달에 한 번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먹을거리나 소품을 넣은 바구니를 회원들에게 배송하는 ‘뭘까 바구니’는 자칭 아소재의 히트 상품이다. 저자의 좌충우돌 시골 생활 생존기는 시골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시골에서 잘 살 수 있겠어?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이 낯설고 외롭고 지루해 보이는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삶을 꿈꾸며 느긋한 마음으로 찾아낸 그만의 시골 생활 적응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책의 후반부는 먹을 것은 물론이고 비누, 스킨, 샴푸, 모기약까지도 만들어 쓰는 반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계속 몸을 부지런히 놀려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느린’ 일상 이야기로 채워진다. “때가 되면 일하고, 때가 되면 노는” 그런 삶.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아주 일상적인 삶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도, 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무엇을 해도 기꺼이 하려는 마음이 드는 것. 이 책은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스러운’ 삶을 꿈꾸게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가 가족과 친구, 일터 등 모든 것을 밀어놓고 다른 곳에서 살겠다는 게 만만한 일이었겠는가. 그럼에도 난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난 살고 싶어. 다시 살고 싶어. 몸도 마음도 다 지쳐버린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마치 이곳에서 사는 것인 양 난 다른 어떤 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랬더니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마당에 서서 생각했다. ‘이 집의 이름을 지어야겠어.’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곳. 아소재. 나 아(我), 소생할 소(蘇), 집 재(齋). 이 집에 오는 이들은 나를 포함해 누구나 다시 생기를 얻어서 돌아갈지니! 그것을 내 원으로 삼기로 했다.
“뭐 하고 살 거야?” “어떻게 살래?” “무섭지 않겠어?”
요약하면 이렇게 딱 세 가지. 어느 정도 집을 고치고 들어앉으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삶의 자리를 옮긴다는 일. 그것도 사는 공간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겼다는 것과 한술 더 떠 아파트라는 현대적 주거 공간을 떠나 한옥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데 많은 사람들은 ‘용기’라는 단어를 들먹였다. “용기 있어요. 대단해요.”
처음엔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그런 줄 알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나 용기 있나 봐. 하지만 보는 이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그 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말 그런 말을 들을 만한 일이었을까? 아마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아주 신중히 결정을 내려서 이곳에 왔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용기’라는 단어를 들어도 마땅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건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 굳이 생각했다면 도시에서 사는 건 그만하고 싶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입에 비해 삶의 유지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텐데 그렇다고 그걸 준비하기 위해 도시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 연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돈보다는 시간을 벌고 싶었다는 말이다.
시골에서는 무엇을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눈에 보여서 철철이 준비를 하게 되는 게 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를 챙기는 일인 것 같다. 마늘이 나오면 마늘 사고 고추 나오면 고추 사들이고 해서 일 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는 일은 도시에서 필요할 때마다 쪼르륵 슈퍼에 나가서 사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생활이다. 좀 번거롭고 귀찮을 것 같은 이런 일들이 사람 사는 일이라 생각하면 내가 오랜만에 계절 변화에 맞게 먹을거리를 챙기며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내게 있어 생활비가 덜 든다는 것은 이런 것들을 그때그때 챙겨가며 사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이게 내가 터득해가는 시골살이의 첫걸음이다.
첫댓글 엄윤진 지음 /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 201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