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동안 해야 할 일 “회개, 화해, 재계”
2025.3.5.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애련함이 크시오니 내 죄를 없이하소서.”(시편51,3)
오늘 재의 수요일부터 은혜로운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삶을 재정비하여 심신을 새롭게 하는 특별한 영적수행의 시기가 참 고맙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사순절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여 당신의 수도승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줍니다.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악습들을 멀리하고, 눈물과 함께 바치는 기도와, 독서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통회와 절제에 힘쓸 때, 합당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자는 성령의 기쁨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
절대로 우울하고 어둔 분위기에서 사순절을 지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성령의 기쁨으로 수행생활에 힘쓰고, 영적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리며 사순절을 보내라는 것입니다. 규칙서에 ‘기쁨(gaudio;joy)’이란 말마디도 오직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라는 제49장에서 단 2회 나옴이 주목됩니다.
어제 참 기쁘게도 1989년 1월27일 부제품을 받고 이어 2월8일, 그러니까 36년전 재의 수요일에 최초로 한 강론을 찾아 냈습니다. 1989년 다해 재의 수요일은 오늘 3월5일보다 거의 한달 앞섬이 참 신기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강론중 서두 부분을, 그리고 끝에서는 마지막 부분을 인용합니다.
“어느 수도승이 평생동안 하느님을 찾았지만,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야 비로소 그는 줄곧 하느님이 그를 찾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흔히 수도승을 일컬어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라 하는데 ‘사람을 찾는 하느님’을 잊을 때 위 수도승처럼 죽을 때까지 하느님을 찾다가 인생 마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성서의 하느님은 철저히 사람을 찾아 나서시는, 돌아오라 목메어 부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여기까지 첫부분입니다. 사순절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드러납니다.
첫째, “회개하라!”입니다.
요엘 예언자의 외침이 참 간절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 너희는 시온에서 뿔 나팔을 불어, 단식을 선포하고, 거룩한 집회를 소집하여라.”
그대로 사순절을 시작하며 재의 수요일 미사집회에 참석한 우리를 두고 하시는 말씀같습니다. 사순절이야말로 회개의 시기입니다. 아니 그리스도교야 말로 ‘회개의 종교’라해도 무방합니다. 평생 ‘회개의 여정’중에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께 돌아가는 회개의 종교입니다. 회개와 함께가는 겸손과 지혜의 삶입니다.
둘째, “화해하라!”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화해하라는 권고가 교회 어른들의 말씀처럼 참 간절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사순절 하루하루 오늘 지금이 바로 하느님과 화해하는 매우 은혜로운 때이자,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세계적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죽음과 화해하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회개와 더불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할 때 모두와 화해할 수 있는 사랑도 힘도 주어집니다.
셋째, “재계(齋戒)하라!”입니다.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심신을 깨끗이 하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이 여기에 해당되겠지만 교회는 전통적으로 자선과 기도, 단식을 권합니다. 오늘 재의 수요일은 아침 단식이 있고 십자가의 길 기도도 있습니다. 셋 모두가 자발적 사랑과 자유, 비움과 소통의 표현입니다.
인위적 과시나 자기자랑이 없는, 하느님 중심의 모두에게 숨겨진,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는 참 아름답고 향기로운 겸손한 재계이자 수행인 자선, 기도, 단식입니다. 자선을 통해 이웃과의 소통과 나눔이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소통과 나눔, 그리고 단식을 통해 이기적 나를 비워 나와의 소통이요 나눔입니다. 모두가 회개의 열매이자 화해의 증거입니다.
이런 자발적 사랑과 자유의 자선과 기도와 단식의 봉헌이요 전통적 재계인 이들은 회개와 화해의 진정성을 보장합니다. 주님은 매 수행의 재계마다 못을 박듯이 후렴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바로 이런 주님과 내적일치를 이루는 순수하고 한결같은 믿음이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겸손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합니다. 이어 36년전 재의 수요일 미사시 첫 강론 마지막 부분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강론후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사제의 말씀을 들을 것입니다. 인생무상이 아닌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존해 있는 나약한 인간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이 말씀 안에서 “나에게 돌아오라.”는 주님의 호소를 들어야 합니다.
사순절은 주님께 돌아와 화해하는 시기이자, 부활의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의 시기입니다. 사순절이 끝나는 부활축일에 우리는 주님을 기쁨으로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자발적 기쁨의 사랑과 자유로 회개와 화해, 재계의 삶에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을 사순절 동안 내내 마음에 담고 사시기 바랍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2코린6,2).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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