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임영준·시인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자꾸 생각납니다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먼저 건네게 됩니다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또 다른 12월입니다
12월 / 오세영·시인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 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12월 / 이외수·소설가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겨울 날의 희망 / 박노해
따뜻한 사람이 좋다면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꽃 피는 얼굴이 좋다면
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
빛나는 날들이 좋다면
우리 겨울 밤들을 가질 일이다
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
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
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살아나는 것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우리 겨울 희망을 품을 일이다
따뜻한 댓글과 답글은 그 사람의 향기 입니다
첫댓글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화이팅입니다
작은별님 다녀 가셨네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