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기쁜 사람이 되자
우리가 삶에 지쳤을 때나
무너지고 싶을 때
말없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하여
속 마음마저 막막할 때
우리 서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자.
누군가 사랑에는 조건이 따른다지만
우리의 바램은 지극히 작은 것이게 하고
그리하여 더 주고
덜 받음에 섭섭해 말며
문득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먼 회상 속에서도
우리 서로 기억마다
반가운 사람이 되자.
어느날 불현듯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시간에
우리 서로 마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혼자 견디기엔 한 슬픔이 너무 클 때
언제고 부르면 달려올 수 있는 자리에
오랜 약속으로 머물며 기다리며
더없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눈 시리도록 바라 보고픈 사람
우리 서로 끝없이 끝없이
기쁜 사람이 되자
- <좋은글> 中에서 -
여백/정동원
https://www.youtube.com/watch?v=rlRrWB8wB1I
후끈 달아 오른 햇볕사이로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요즘 아침 기상이 늦다
보통 4시면 일어나는데 다섯시 다되어 눈을 뜬다
열대야 때문일까
밤에도 더워 선풍길 틀고 잔다
이 더위도 언젠가는 수그러 들겠지
닭장의 닭과 기러기는 모이 두바가지에 미강 세바가지를 먹어 치운다
그리 먹으니 알이라도 낳으면 좋으련만 날씨 더워서인지 알을 낳지 않는다
알을 품고 있는 기러길 보니 알 세 개를 밖으로 빼 놓았다
알을 흔들어 보니 곯아 있다
알이 곤 걸 보니 무정란이었나 보다
나머지 알들도 거의 그 상태일 듯
아예 알을 뻬내 버릴까?
알이 하나만 부화하다니
내가 기러길 키워 본 중 처음 있는 일
숫컷 기러기가 늙어 숫컷 구실을 못할까?
숫컷은 씨종자로 키운지가 5년정도 되었다
내가 기른 기러기는 모두 이녀석 종자
동물은 늙으면 숫컷 구실을 못하나?
모르겠다
병아리장엔 전기 사료와 싸래기를 주었다
이 녀석들도 미강을 버무려 주어야겠다
어제 오일 칠하며 밖으로 빼낸 물건들을 정리해 안으로 넣어 두었다
잠깐 사이에도 땀이 흐른다
오늘이 입추인데도 무척 더우려나 보다
미역국 데워 아침 한술
미역국이 맛있다며 자주 끓여 먹잔다
그도 좋겠다
오늘은 양총무네와 고창스포츠 타운에 있는 파크장으로 파크볼 치러 가기로
8시에 파크장 입구에서 만나자고 약속해 식사하고 바로 출발
파크장에 도착하니 양총무네는 벌써 도착해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우리도 공과 채를 가지고 가려는데 집사람 채가 보이질 않는다
어? 왜 채가 없지
지난번 지인들과 여기 파크장에 와서 파크볼 친 뒤론 다른 곳에 가서 파크볼 친 적 없는데..
그럼 여기서 잃어버렸다는 건데...
관리 사무실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볼치러 왔는데 이런 낭패가...
그럼 기다리라며 우리만 치고 나가려는데 사무실로 관리자가 들어간다
집사람과 사무실에 가서 관리자에게 혹 파크채 주워 놓은 게 없냐고 하니 있다며 내어준다
집사람 채다
이름이 쓰여 있어 금방 알 수있다
와 정말 고맙다
파크장에 있는 건 주워서 주인을 찾아 준다고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집사람은 다음에 여기 오면 음료수라도 한박스 사다 드려야겠다고
그래야겠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양총무가 모르는 분과 같이 왔다
서로 인사 나누었다
양총무가 개인 파크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분이 맡아서 해주기로 했다고
그래서 파크장 상태를 보러 같이 왔단다
내년에 개장할 거라며 우리 클럽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단다
좋은 파크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지
고창 스포츠 타운에 있는 파크장은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져 있다
여긴 직선거리가 별로 없고 코스가 비스듬하거나 나무 사이를 통과해 가야하는 곳이 많다
에이, 비 두코스로 되어 있지만 거리는 짧다
난 계속 오비
코스 폭이 좁기에 신경쓰지 않으면 옆으로 나가 버린다
또 홀 거리가 짧아 힘있게 쳐 버리면 홀 밖으로 오비가 나 버린다
그래도 평범한 것보다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햇볕이 넘 따갑다
난 팔 토시를 하지 않기에 살갗이 검붉게 타 있다
거기에 땀까지 송올송올 맺힌다
18홀 돌고 안되겠다며 잠깐 휴식
양총무네가 냉커피 얼음물 오이 달걀 빵을 준비해 왔다
얼음물을 벌컥벌컥
얼음물을 마시니 뱃속까지 시원한 느낌
다시 한바퀴 돌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더워진다
너무 더워 더 이상 못치겠다며 오늘은 그만 아웃
더우니까 숨이 막히는 것같다
집에 와 샤워하고 에어컨을 트니 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침대에 누워 잠 한숨
일어나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집사람에게 국수나 삶아 먹자니 차가운 것만 먹으니 속이 좋지 않다며 따끈한 미역국 먹잔다
그 말도 맞다
덥다고 찬 것만 찾으면 안된다
이열치열이라 하지 않던가?
미역국 데워 밥 한술
오히려 속이 편하다
고관절 약 처방 받으러 첨단 우리 병원으로
여기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고관절이 견딜만하게 아프다
그런데 약만 먹고 나을 수가 있을까?
병원에 가니 대기하는 환자가 한 분 있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약을 먹을 땐 아프지 않고 약을 거르면 아프다니 일단 약을 먹어보자며 2주분을 처방해 준다
약으로 나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나을 수도 있단다
약을 먹고 견디어 보아야겠다
약을 지으며 약사에게 이게 어디에 좋냐고 물으니 어깨 허리 무릎 손목등 관절엔 다 좋다고
뭐 그런 약도 있나?
오면서 약봉투를 읽어 보니 여기에 든 약은 소염진통제 진통제 근육이완제 위 점막보호 소화장애 개선등에 좋다고 쓰여 있다
허리 아파 처방받은 약은 대부분 이런 약
제약회사만 다르다
진통제가 두 알이나 들어 있어 아프지 않나?
이걸 먹고 견딜 수 있으니 다른 운동을 하면서 몸의 근육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집사람이 파크볼을 치고 가잔다
아이구 날씨 더운데...
그래도 치고 가자는데 안된다고 할 수 없지
황룡파크장에 가니 볼치는 사람들이 별로
그래 이리 더운 날 볼치다 열사병 걸릴 수도 있겠다
나온 사람들은 체력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집사람과 포섬하는 분들이 집사람을 보고 자기들과 같이 치잔다
집사람이 그분들과 친다기에 난 혼자 두바퀴를 돌았다
볼치는 팀이 두서너 팀 밖에 없어 혼자 볼치기가 괜찮다
치는 팀이 많으면 혼자서 볼을 칠 수 없다
두바퀴를 돌고 나니 땀으로 옷이 젖었다
와 정말 덥다
도저히 안되겠어 휴게실에 들어가 쉬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어 시원하다
집사람과 치던 사람들도 두바퀴 돌고 모두 아웃
넘 더워 치기 어렵단다
동생에게 용봉탕이나 해먹자고 전화하니 코로나 걸려 쉬고 있단다
저런
어쩌다 코로나에 걸렸지
요즘 다시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
집사람이 지인들과 한바퀴 더 돌고 간단다
나도 혼자서 한바퀴 돌았다
아직도 티샷이나 펏팅이 불안
언제 흡족하게 칠 수 있을까?
양총무가 두세달만 집중적으로 볼을 치면 실력이 확 늘거라는데...
별 할 일도 없건만 매일 시간을 빼기가 참 어렵다
오늘은 그만 아웃
집에 오니 여섯시가 넘었다
집사람은 들깨밭에 가서 들깨잎을 따겠단다
난 아래 고추와 참깨밭에 가 봤다
고추가 익은게 좀 있지만 많이 익지 않아 토요일에나 땄으면 좋겠다
참깨는 역병 걸려 말라버린 것은 씨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에 그런 참깨는 베어서 말려야겠다
볼치느라 옷이 땀으로 적셨다
옷을 벗어 세탁하고 샤워
몸이 개운하다
막걸리 한병들고 베란다로
어제 남은 목살 구워 막걸리 한잔
집사람도 올라와서 같이 한잔
집사람이 내일은 닭한마리 해 먹자고
지난번에도 말했는데...
내일은 꼭 해주어야겠다
닭을 키우면서도 난 잘 해먹질 않는다
재미로 키우기 때문에 얼른 달을 잡기 어렵다
산그림자가 노적봉을 넘으며 조양뜰에 어둠이 서서히 내린다
또 이렇게 하루가 가는 구나
집사람이 서울처형에게 전화
강진처형이 오늘 대수술을 받았단다
폐절제술을 받고 난 뒤에 후유증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두 번이나 또 수술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강진 처형이 얼마나 힘드실까?
우린 가보지도 못하고...
그저 빨리 완쾌되어 건강히 내려오시기만 기도드릴 뿐이다
처형이 잘 이겨내시리라
은은한 안개속으로 여명이 밝아 온다
님이여!
늦더위에 건강 조심하시면서
오늘도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