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하고 숲에 가서 다람쥐를 봤다. 나무 구멍에서 머리 쏙 내민 새끼 다람쥐.
예뻐서 딸한테 사진 보여 줬더니 자기도 보고 싶단다. 마침 쉬는 날이라 같이 갔다.
가면서 잠깐 차를 세워 식구 많이 거느린 은행나무도 보아주고
수꽃만 핀 호박도 보아 주었다.
"너, 수꽃만 피다간 내년에 자손 하나 못 본다!" 이렇게 엄포도 놓았다.^^
장유사. 장유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절에 사는 개라서 그런가 어찌나 순하던지. 잘 생기기까지. ㅎㅎ
장유사는 옛날 모습에 견주면 마당이 두 배나 넓어졌다.
새로 지은 건물도 있고 낮설어 옛모습이 그립지만, 세월이 얹혀지면 예전같은 맛이 나겠지.
약수터 옆 닭의장풀
햐, 한 눈에 보니 좋다.
구름이 좋다며 딸이 찍어 놓았네. ㅋㅋ
8시 조금 넘어서 절에서 본 장유. 안개에 쌓여서 그런가 사람 사는 마을이 신령스럽다.
절 뒤로 올라가며
다람쥐가 사는 곳으로 가는 길, 개서어나무가 많은 곳도 지나고.
상수리나무 굴참나무가 많은 참나무대도 지나고
상수리나무
길옆 신갈나무에선 잠눈(맹아)에서 난 가지가 삶이 팍팍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소사나무 군락도 지나고
소사나무
빛무리가 쏟아지는 숲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 산벚나무에 다람쥐 집이 있다.
산벚나무 곁에는 먹이가 될 상수리나무 같은 참나무 종류가 많다.
조금 지나면 다람쥐 좋아하는 도토리가 많이 떨어지겠지.
오늘 가자마자 본 모습.
한 마리가 구멍에서 나와 숲으로 내려가더니 풀도 뜯어 먹고, 나무에도 올랐다 잎도 갉아 먹고 한다.
요기조기 쪼르르 쪼르르 다니더니 마실 갔나...한참 기다려도 안 보인다.
이렇게 숨어서^^ 지켜봤다.
어제 갔을 때 누가 사과 껍질하고 바나나를 구멍하고 가지에 올려 놓았다.
숲에 사는 다람쥐는 숲에 난 걸 스스로 찾아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건 거두어 왔다.
먹을 게 모자라는 겨울도 아니니.^^ 빨간 사과 껍질과 바나나를 버리며 다람쥐 먹으라고 두고 간 이쁜 맘을 그려봤다.
다람쥐네 집, 산벚나무. 벚나무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데 산벚나무는 야물게도 잘 아물었다.
구멍이 얼마나 깊을까? 몇 마리나 살까? 들여다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눈맞추고 싶지만
내가 다가가는 건 여기까지.
다람쥐를 품어 키우는 산벚나무 이렇게 싱싱하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아웅, 저 발.
기척을 느끼고 다시 쏙 들어갔다.
한 마리가 얼굴을 쏙 내민다. 저 볼, 저 눈, 저 수염...누가 왔다는 것 들었는지 완전 호기심 천국이다.
형아, 나도 나도!
저 아짐은 별로 안 무서워 보이네. 그럼 어디!
휙 돌아서 나무 아래로 내려오더니 여기저기 사진도 못 찍게 빠르게 누비고 다닌다.
와, 저기 있다.
새끼 보고 있을 때 가까운 나무에 있던 두 마리. 엄마 아빠 같기도 하고.
나무를 어찌나 잘 타는지. 한때 나도 별명이 날다람쥐였는데.ㅋㅋ
다람쥐가 사는 집 다시 한 번 보아주고 내려 왔다.
청미래덩굴 잎으로 만든 멋진 모자. 사진 좀 찍어도 되냐니 잘 찍어 달란다.
숲에 단풍취가 예쁘게 피었던 날이다.
가을이 오고 있다.
[2011. 9. 5. 풀꽃지기 자연일기]
첫댓글 아공공, 귀연 다람쥐! 데려갑니다.
데려가서 많이 예뻐해 주세요.^^
은행이 벌써 노랗게 익었네요. 다람쥐도 너무 귀여워요.....
세월가는 줄 몰라서 그런가 벌써 은행 익는 철이라는 게 저도 믿기지 않아요. ㅎㅎ 선생님 동네 다람쥐도 귀엽겠죠?
가끔 보기는 하지만....잽싸게 도망치는 바람에 늘 섭섭한 마음이죠. 전에 오소리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귀엽더라구요^*^
덕분에 가을햇살 봤네요.
두 마리가 고개내미는 모습이
제일 예쁩니다.
ㅎㅎ 저도요. ^^
ㅎㅎㅎ
넘 재미나고 멋졌을 것 같아요.
다람이가 바빠지는 계절 샘도 바쁘시군요...^^
맞아요. 도토리가 떨어지면 내리막길에서 고걸 주우러 쪼르르 내려가는 다람쥐도 봐 줘야 하고요.^^
그리운 소사나무 그리운 영득샘. 어제 설악 대청봉에서 너구리를 봤어유.
와, 좋으셨겠다!
다람쥐 집은 다람쥐가 만드나요? 다람쥐는 도토리 없을땐 나뭇잎을 먹나요?
사진 속 다람쥐 집은 딱따구리류가 만든 것일 테고, 무지무지 배고프면 개도 풀을 뜯어 먹는다니 비슷하지 않을까!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같지만)
네, 선생님! ^^
심상우 샘 말이 맞아요. 오색딱따구리나 청딱따구리 들이 뚫어 놓은 구멍을 집으로 쓸 때가 많아요.
다람쥐는 잡식성이라 도토리도 잘 먹고, 개구리나 메뚜기를 잡아 먹는 것도 봤어요. 풀 뜯어 먹는 건 이번에 처음 봤는데 이른 봄에는 새순이 나는 걸 똑 똑 끊어 먹는 것도 몇 번 봤어요. 이른 봄엔 나무의 껍질도 갉아먹었어요.
사이좋은 다람쥐 두 마리, 너무 귀여워요. 우리동네 뒷산에는 몇년 전만 해도 많던 다람쥐들을 들고양이들이 잡아먹어서 멸종 되다시피 했다네요. ㅠㅠ
구멍이 작아 한꺼번에 두 마리만 머리를 내밀었지 싶어요. 걔들이 쏙 들어가고 바로 뒤에 다른 아이가 고개를 내민 것 같았는데 당최 쌍둥이 같이 생겨가지고 알아볼 수 없었어요.^^
전 모처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궁전 정원 숲에서 다람쥐들하고 놀았었는데 글쎄 사진은 못 찍어서 너무 아쉬워요, 근데 한국 다람쥐가 훨씨 더 이뻐요.
오스트리아 다람쥐 보고 싶어요. 선생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