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점심, 후회스러운..」 (정일근, 1958~)
「 - 한 여름 폭염. 무더운 거리 나서기 싫어, 냉방이 잘된 서늘한 사무실에서 시켜 먹는 편안한 점심.
오래되지 않아 3층 계단을 힘겹게 올라올 단골 밥집 최씨 아주머니.
나는 안다, 머리에 인 밥과 국, 예닐곱 가지 반찬의 무게, 염천에 굵은 염주알 같은 땀 흘리며 오르는 고통의 계단, ……
나는 안다, 머리에 인 밥보다도 무겁고 고통스러운 그녀의 삶.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남편과 늙은 시어머니의 치매, 아직도 공부가 끝나지 않은 어린 사 남매, 단골이란 미명으로 믿고 들려준 그녀의 가족사.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한다.)
서늘한 사무실에 짐승처럼 갇혀, 흰 와이셔츠 넥타이에 목 묶인 채 먹는 점심.
먹을수록 후회스러운 식욕.」
🎐 1998년 시집 <경주 남산> (문학동네)
🔆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서 근무해 본 사람들은, 움직이기조차 싫은 요즘 같은 무더운 날이면 폭염으로 이글거리는 밖으로 ...
-지인의 톡에서-
후회없이 아름다운 삶
https://www.youtube.com/watch?v=boezQCHgoeQ
구름 웅크렸건만
덥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
날씨 더우니 아침을 일찍 먹고 서늘할 때 나가서 일하잔다
식은 밥 데워 비벼서 한술
어제 저녁을 안 먹어서인지 맛있다
나이들어 그럴까?
하루 세끼를 다 찾아 먹질 않는다
아침 점심을 먹으면 저녁은 생략
점심과 저녁을 먹으면 아침밥을 먹기 삻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찾아 먹던 습관이 변한 것같다
리어카에 낫과 참깨망을 싣고 아래 밭으로
잎사귀 떨어지고 아래 씨앗이 벌어진 참깨대를 베었다
두둑마다 다니며 그런 참깨대를 베었다
모두 베고 난 뒤 가져다 리어카에 실었다
집사람이 밭에서 묶어서 가자는 걸 그러지 말고 가지고 가 마당에서 묶어 세워 놓자고
참깨대를 실어온 뒤
마당가에다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부직포 다시 또 그물망으로 덮었다
그 위에 참깨대를 묶어 걸쳐 놓을 수 있는 대를 놓은 뒤
베어 온 참깨대를 알맞게 묶어 세워 놓았다
비올 때는 비닐로 덮어 놓을 수 있도록 길고 넓은 비닐을 가져다 놓았다
이럼 비올 때 참깨대를 안으로 옮길 필요 없을 것같다
이것저것 하고 나니 10시가 다 되간다
동물들 먹이주기
먹이주는 시간이 늦어 꽤 배 고팠겠다
내가 들어가니 우르르 내곁으로 몰려든다
싸래기와 미강을 버무려 주었다
집사람이 백숙이 먹고 싶다 하길래 청계닭 한마릴 잡았다
오늘은 꼭 백숙 만들어 주어야겠다
알을 낳고 있는 닭이지만 이제 일년 밖에 되지 않고 청계닭이라 맛있을 것같다
샤워하고 닭을 가지고가서 삼거리 수퍼에 닭 손질을 맡겼다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을 각각 1통씩 떼었다
무인 발급기에서도 뗄 수 있는데 조작을 해보려니 서툴다
안되겠어 민원창구에 가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발급 받았다
주민등록 등본을 농협 프라자에 가져다 주었다
담당 직원에게 주니 누구시냐고 묻는다
담당 직원이 몇 년을 보았는데도 아직도 내 이름을 모른다
내가 누구라며 이제는 기억 좀 하라며 웃었다
나도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 정도는 아닐 것같다
어쩜 농협이니까 조합원들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막걸리를 두병 샀다
일하고 나면 한잔해야겠다
사거리 농약사에 들러 감나무 잎이 떨어지고 시커멓게 변한다니 그건 바이러스 때문이란다
살균제와 살충제를 후북하게 뿌려주는게 좋을 거라며 약을 내준다
약값이 33,000원
꽤 비싸다
그래도 약을 해주어야 감하나라도 따먹을 수 있겠지
삼거리 수퍼 들러 닭을 찾아 왔다
집사람이 각종 약재를 넣지 말고 마늘만 넣어 담백하게 끓이란다
난 각종 약재를 넣어 해 먹으면 더 맛있던데 집사람은 질색이다
오늘은 집사람이 주문 한 대로 끓여야겠다
마늘 양파 인삼 대추 울금 녹두만 넣었다
여기에 작은 자라를 한 마리
냉동해 둔 자라가 있어 손질하여 같이 넣었다
집사람은 고추 갈아 깻잎김치를 담고 있다
먹어보니 맛있다
들깨잎을 하루에 10장씩만 먹는다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자주 먹어주는게 좋겠다
집사람이 작은며느리가 손주들 데리고 와 닭백숙도 먹고 깻잎 김치 가져가면 좋겠다길래
작은 며느리에게 전화하니 받질 않는다
바쁜가 보다
별 수 있나 우리끼리 먹어야지
잠시 후 작은 며느리 전화
닭죽을 쑤고 깻잎김치를 담으니 손주들과 와서 먹으라니 지금 애들이 방과후 가서 아직 오지 않았단다
오더라도 좀 늦을 것같다고
네 시간 날 때 오라고 했다
손주들이 온다기에 집에 있는 전복 여섯 개를 닭백숙에 다 넣었다
손주들이 전복은 잘 먹을 것같다
작은 며느리가 다시 전화와 애들이 왔다며 지금 가겠다고
잘 되었다
같이 먹으면 좋겠다
압력솥이 딸랑거리길래 불을 껐다
닭이 크지 않으니까 빨리 익을 것같다
애들이 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상을 차려 놓았다
작은 며느리가 왔다
압력솥을 열어 닭과 전복을 꺼내고 그 물로 닭죽을 쑤었다
며느리가 닭을 찢어 보는데 찢기질 않는다
어?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불을 빨리 껐나?
안되겠어 전복만 먹으라하고 닭을 다시 압력솥에 넣고 삶았다
손주들이 전복을 좋아하지 않는다
난 손주들 먹이려고 일부러 집에 있는 전복을 다 넣었는데...
어느 정도 끓길래 찬물 부어 식혀서 닭을 꺼내보니 마찬가지
이런 낭패가
내가 닭을 맛있게 삶는 편인데 오늘은 뭐가 잘못되었지?
아마 불조절에 실패한 것같다
보통 닭을 삶을 땐 센불에서 딸랑거릴때부터 15분 중간 불에 10분 정도 끓이다가 불을 끄고 뜸들이면 먹기좋게 삶아진다
오늘은 내가 넘 빨리 불을 꺼버린 것같다
우선 닭죽을 먹으라 하고 다시 삶았다
닭죽이 맛있다며 손주들이 한그릇씩 먹는다
며느리가 작은애를 데리러 간단다
요즘 작은애 차를 고쳐 며느리가 출퇴근 시킨다고
아이구 힘들겠다
며느리가 전화해 작은애가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단다
집사람이 그 말을 듣고 얼른 쌀 씻어 밥을 짓는다
난 별로 한 일 없는데 피곤해 잠 한숨
오늘은 이상하게 고관절이 아프다
약을 먹으면 괜찮았는데 오늘따라 쌈박쌈박 아파 온다
아침에 일한게 무리였나?
작은애가 왔다
밥을 차려 주니 맛있게 먹는다
지금까지 점심을 먹지 않았으니 배고프겠지
전복과 닭고기도 먹으라니 전복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제일 맛없는게 전복이란다
아이구야 그래서 손주들도 전복을 먹지 않나보다
이런저런 이야기
작은애네가 열심히 살고 있어 우린 마음이 놓인다
뭐든 긍정적으로 보고 며느리가 알뜰하게 살림하며 애들 교욱도 잘 시킨다
자기들은 걱정 하지말고 엄마아빠나 건강 챙기시며 즐겁게 사시라고
애들이 잘 살아주는 것만큼 부모의 기쁨도 커진다
손주들 수영장 갈 시간이 되었다고 일어선다
집사람은 깻잎김치 가지 고추 노각오이등을 챙겨 준다
작은며느리가 음식을 잘 만들어 먹는다
참 좋은 일이다
감나무에 약을 하려고 했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이쿠 이럼 약효가 나지 않겠다
비그치면 해야겠다
문사장에게 전화
퇴근 후 약속 없냐니 그렇단다
그럼 집에 와서 막걸리 한잔 하자고
닭고기가 많이 남아 있어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해도 좋겠다
남은 닭고기를 찢어 냄비에 넣고 국물을 부어 다시 끓였다
이럼 닭고기가 더 맛있을 것같다
압력솥엔 고기를 발라낸 닭뼈를 넣고 다시 끓였다
녹용을 넣었으니 다시 한번 끓여도 좋겠다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추길래 감나무 약을 하려고 했더니 집사람이 여섯시부터 비내린다고
그럼 안되겠다
약을 하고 바로 비내려버리면 효과가 없다
내일 비내리지 않을 때 약하는게 좋겠다
베란다에 상차리니 문사장이 왔다
먼저 국물 한그릇하라고 떠다주니 자라 냄새가 난단다
난 전혀 모르겠는데 용봉탕을 자주 먹어서인지 바로 알아 맞춘다
닭고기에 막걸리 한잔
젊을적 추억 곱씹으며 술에 취해간다
뭐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두어시간 넘게 콩이야 팥이야 하다 끝났다
삶이란 이런게 아닐까?
아무것도 아닌 일을 마치 모든 걸 다 포함하는 것처럼 보는 것
짜르르 짜르르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님이여!
오늘은 반가운 비소식
비내리면 무더위도 한풀 꺾이리라
오늘도 알차고 보람있는 하루 만들어 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