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15,1-8)
주님의 뜻대로
우리는 흔히 기도한다고 하면 무엇을 청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무엇을 달라고 합니다. 나의 바람을 정해 놓고 그것을 꼭 이루어 달라고 하소연하고 내 것이 관철되었을 때 비로소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면서 알게 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한없이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기도 하면서 내가 만든 ‘신념’이나‘가치체계’에 머물지 않고 하느님과의‘사랑의 관계’안에 머물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분 마음에 드는 것을 실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성숙한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선서문을 보면서 한 차원 더 높은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서문은 “지극히 거룩하신 성령이시여, 당신의 위대한 목적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제 영혼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시어 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성모님의 사랑과 뜻에 일치하게 해 주소서…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제 안에서도 자라시게 해 주소서…이 세상과 영혼들에게 그리스도를 모셔다드리게 해 주시고……복되신 성 삼위의 영광 안에 살게 해 주소서….당신께서 저를 받아 주시고 저를 써 주시며 저의 나약함을 굳센 힘으로 만들어 주시리라 확실히 믿으며 다짐 하나이다.” 하고, 이어서 충실한 봉사와 규율에 대한 엄격한 복종을 선서합니다.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기도가 아니라 봉헌의 기도요, 성령께 각별한 사랑을 드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주님과의 일치를 통해서 효과적인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달라고 매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그분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이신 그분과 하나가 되려면 사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기도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수록 그만큼 더 가치가 있습니다. 성녀 마더데레사 수녀님은“나의 할 일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충성심을 바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타인 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바람이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과 일치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사랑으로 철저히 하나가 되셨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당신 스스로 인간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께 열려있고 그분과 하나 되어 살아간다면 우리의 모든 바람은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그분과 일치의 상태를 살펴야 하겠습니다. 내 뜻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포도나무와 그 가지는 붙어있을 때 생명력을 지닙니다. 열매는 가지에 달리지만 가지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몸통이 튼튼해야 가지의 열매도 튼실합니다. 포도나무는 전체고 가지는 부분입니다. 부분과 전체는 나뉠 수 없는 사이입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제자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은 ‘사랑’과 ‘순명’입니다. 우리의 관계도 그러해야 합니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의 명을 좇지 않는다면 그는 참 제자가 아닙니다.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최선을 다하여 예수님의 가르침을 좇아 살다 보면 우리 인생에 알찬 열매가 맺을 것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러 원하는 바를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아버지, 제가 기도할 때 더 많은 것을 바라고 구하기보다 문간에 있는 것들, 곧 먹을 것과 마실 것, 부드러운 비, 드맑은 하늘, 가정과 친구, 평화와 기쁨, 무엇보다 사랑에 감사하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모든것은 당신의 것, 오로지 당신의 뜻대로 그것들을 처리하소서.”하고 기도하며 오늘을 봉헌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첫댓글 아멘 🙏
신부님, 감사합니다 ♡
"저의 모후 저의 어머니이시여 저는 오로지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 것이옵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
그분과의 일치의 상태를 살피십시오.
아멘
기도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수록 그만큼 더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