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인 귀신
류성훈
그의 차에서 주기적으로 틱틱 소리가 났다 또 고장인가, 길에서 언제 멈춰 설지 모르고 돈이 추가로 얼마나 들지도 모르는 공포 앞에서 나는 그냥 텐셔너 베어링 마모일 거라고 했다 보닛을 열자
귀신이 모조리 물러갔다
오래된 집에 귀신이 사는 건 당연하잖아
사람은 벽 속에도 있고 지하 콘크리트 속에도 있는데
아파트 사람들은 아파트가 사람을 묻고 지어진 줄 모르고
모르니까 귀신인 거지
나는 옷장을 닫자마자 옷장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아직도 밤마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생각은 화학반응이니 앞으로는 화학적으로 생각하자 상실의 아픔에 누워 있는 이를 위해 기도해 준다거나 허브차라도 한 잔 드세요, 하고 말하는 게 도움이 안 되는 건 방법의 문제뿐 아니라 신경안정 효과가 없기 때문이지
신경안정이 안정시키는 건 신경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만나 조금씩 알아가며 살다
다시 모름만을 대물림하던 내 옛집에서
좀 자라 열한 시다
그럼 재워 주세요
네가 어둠을 입지 않으면
어둠은 널 입지 않아
나 없는 방에서 내 귀신이 답한다
―계간 《가히》 2024 봄호
-----------------------
류성훈 / 1981년 부산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보이저 1호에게』 『라디오미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