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고문 가해자로 지목돼 온 이근안이 2026년 3월 25일 사망했다.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88세로 숨졌다.
이 글은 1980년 합동통신 기자였던 유숙열씨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겪은 고문 피해를 직접 증언한 기록이다. 그는 김태홍 당시 한국기자협회장의 피신처를 소개해줬다는 이유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이근안에게 물고문을 당했다. 유씨는 고문의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이후 이어진 공포와 수치, 여성 피해자로서 겪어야 했던 모멸감을 구체적으로 전한다.
이 증언은 남영동 대공분실이 국가폭력이 일상적으로 자행된 고문 시설이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석방 뒤 검사가 “여자가 언론자유 같은 데 신경 쓰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고 말했다는 대목은, 당시 국가폭력이 반공 이데올로기와 성차별적 질서 위에서 작동했음을 함께 증언한다.
죽음이 책임을 지우지는 않는다. 가해자의 생이 끝난 지금, 우리는 그가 남긴 상처와 국가폭력의 구조를 다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가폭력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폭력의 구조적 토양이었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지난 수십 년간 고문·조작·사찰·언론 통제 등 다양한 형태로 민(民)을 억압하고 차별하며 국가폭력을 정당화한 기반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미래의 국가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본질적인 제도 개혁이다. 이는 민주적 헌정질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식민과 분단이 남긴 역사적 굴레를 벗고 남북이 공리·공영하며 평화롭게 번영하는 통일의 미래를 여는 데 필수적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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