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개고기 이야기
말복 날이다.
불볕더위가 한동안 지속되리라는 기상청 예보다.
오늘, 견공 나리들이 얼마나 시련을 당하실지 불을 보듯 뻔 한 날이다.
그러나 애견가들이 들으면 미치고 펄쩍 뛸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복날 보신탕을 즐겨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니 말릴 일도, 말릴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보신탕을 잘 먹지 못한다. 그렇다고 개고기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우리나라 오랜 풍습이고 보신탕 애호가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어찌 반대를 하랴. 중국인들은 나는 헬리콥터를 재외하고는 매미, 책상다리까지 삶아서 먹는다는데…
하여튼 나는 개고기를 몇 번 먹으려고 노력을 해 보았는데, 그걸 먹기만 하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니 아마 개고기 알레르기 체질인 모양이다. 거기다가 개고기를 먹으려고 하면 어렸을 때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튀어 나온다.
"애야, 넌 개고기 같은 고기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
"엄니 왜요?"
"태몽 꿈에 개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더구나."
하여간 이래저래 나에게는 개고기가 맞지 않는다.
그나저나 오늘은 복날이니 개고기에 얽힌 이야기나 한 토막 해보자.
그 집, 그 맛을 잊지 못한다는 프랑스인
프랑스인 바이어가 우리나라에 왔다.
마침 그 날이 복날인데 점심 대접을 해야 했다.
"한국 음식 중 무슨 음식이 가장 먹고 싶소?"
"아주 토속적인 한국음식 먹고 싶어요."
"정말이오?"
"나는 그 나라 토속 음식 체험이 취미거든요."
"아하, 그래요."
해서 그날 밤 프랑스인 바이어를 서울근교 어느 허름한 보신탕집으로 데리고 갔다. 다 쓰러져 가는 초막 집인데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초승달이 나뭇가지 사이로 고고히 떠 있다.
"오우 원더풀! 분위기 한 번 죽여주네여!"
"음식 맛도 기가 막히지요."
이윽고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푹 삶은 보신탕이 배달되고, 거기에 쇠주까지 한 병 나왔다.
"자아 이게 오리지널 코리언 트래지셔널 푸드라오. 이건 코리언 트래지셔널 리쿼구요."
"오우, 베리 딜리셔스! 이렇게 맛난 음식 처음 먹어봐요!"
"이걸 먹으면 더위를 잊고 정력에도 그만이라우."
"오우, 파워! 나 파워음식 좋아해요. 요사이 파워가 떨어지는데."
그는 정력에 좋다고 하니 원더풀과 딜리셔스를 연발하며 수육에다가 탕까지 깨끗이 다 비운다. 소주도 한 병 더 시켜서 거나하게 취할 정도로 마셨다. 그리고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 날 호텔로 수출계약서를 들고 호텔로 찾아갔다. 그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얼굴이 번지르르하고 원기가 왕성해 보인다.
"잘 주무셨소?"
"예, 웰 슬리프. 기분 짱이오!"
물론 수출 계약서는 커피 한잔을 하며 기분 좋게 사인을 받았다.
그가 가는 날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그리고 공항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잠시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그가 말한다.
"어제 먹은 고기 이름이 무엇이지요?"
"정말 알고 싶소?"
"예~ 담에 오면 또 먹고 싶어서 그래요."
"흐음~"
이걸 말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망설이다가 옜다 모르겠다. 솔직히 털어놓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출계약도 이미 성립이 되었겠다.
"똥 개라우"
"왓?"
"도그."
"리얼리?"
"예."
"웩웩웩!"
순간 그는 먹은 커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앗, 불사! 괜히 이야기를 했나.
"소리. 미스터."
"노우, 땡큐"
프랑스 행 승객은 탑승하라는 페이징이 울린다.
그가 평정을 찾고 냅킨으로 입술이 묻은 커피를 닦고 일어섰다.
그를 보내고 난후 1년 뒤 그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금년 1년 동안의 수출계약을 다시 해야 할 시기였다. 나는 그를 픽업하기 위하여 공항을 갔다. 그를 보니 반가웠지만 내심으로는 걱정도 된다.
"반갑소. 미스터."
"나이스 투 미트 어게인!"
그가 악수를 하며 씩 웃었다. 1년 전의 개고기 사건이 뇌리를 스친다. 수출계약에 차질이 있는 건 아닐까? 야만인이라고 비토를 놓지 않을까? 호텔로 그를 안내하고 저녁식사 때가 되어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무얼 먹을 거냐고.
"그 때 그 집.."
"왓!"
"코리언 트래지셔널 푸드 앤드 리커"
"리얼리?"
"예~"
그는 사실 간부로 승진이 되어 한국에 올 시간이 없었는데, 개고기 맛이 그리워 다시 한국을 찾았단다. 물론 수출계약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그는 다 쓰러져 가는 움막에서 개고기를 먹는 맛으로 매년 한국행을 결행했다.
(말복날에 찰라 ^^)
첫댓글 멋진 반전입니다. 저는 남편때문에 먹게 되었어요. 기라성같은 별 단 분들과 송추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우리 남편이 그야말로 찰라님 같은 양반인지라..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는...대신 제가 맛있는척 먹어 주려한건데 먹다 보니 너무 맛있어서 맛있다 맛있다 외치며 먹어서 그 별 단 분들의 박수와 웃음을 드린 기억이 있네요.
^^ 그 프랑스인과 함께 하면 죽이 맞겠군요. 거기다가 예담님의 일필지휘 한 폭 선물하면 만사오케이겠네욯ㅎ
예담님 지휘 하시나요? ㅋㅋㅋ 찰라님 오타가 웃음을 유발합니다. 일부러 그러셨죠? 저 재밌으라고요. 우헤헤헤
아녜스님, 요즈음 영주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울집엔 은행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때문에 당채 귀가 찌렁찌렁해서 낮잠자기기 힘들어요~
요즘 매주 대구에 다녀오곤 합니다. 다녀올 때마다 영주가 시원한 곳이란 걸 느껴요. 어제 대구에 갔다가 오늘 영주에 왔더니 여긴 가실(가을)입니다. 바람이 설렁설렁.. 한여름의 바람이 선풍기 에어컨 보다도 더 시원하단 것 아시죠?
가실이 오기전에 시원한 영주 행을? 학가산 휴양림에서 자연선풍기 바람을 한번 맞아볼 기회를 가져볼까 하는데... 각하 윤허(?)가 어찌될지 모르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