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주연이라도, 성별을 바꿔 연기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 근데, 이럴 때 궂은일은 막내한테 돌아가곤 하지. 여기서 막내는 춘앵이잖아. "춘앵아. 그러지 말고 딱 한 번만 해보자. 내가 도와줄게!"라며 하늘 같은 박녹주 선배의 부탁이야. 거절할 수 있겠어? 결국 이몽룡 역엔 춘앵이 낙점됐어.
춘앵은 기왕 하게 된 거, 젊고 패기 넘치는 이몽룡을 제대로 한 번 보여 주자고 결심했어. 그런데 이게 결심만 한다고 되는 일일까? 지금껏 20년 넘게 여자로 살았잖아. 아무리 연기라도 갑자기 남자 흉내를 내는 게 쉽진 않겠지. 사실 춘앵은 키가 158cm야. 남자라 하기엔 체구가 좀 작은 편이지? 그래서일까. 춘앵은 유독 덩치에 집착을 했다고 해. 마치 양복 패드를 넣은 것처럼 어깨를 크게 부풀리고, 신발 밑창엔 고무를 잘라 여러 겹 덧붙였어. 키가 커 보이려고. 심지어 매일 밤에는 우동을 먹었대. 일부러 살을 찌우려고 한 거야.
춘앵은 작품을 고를 때부터 남자주인공에 대한 3가지를 조건을 뒀어. 첫째! 남주는 충절과 신의를 지키는 용맹스러운 왕 혹은 왕자여야 한다. 둘째! 남주는 가무에 능하고 무예를 겸비해야 한다.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해. 남주는 여성을 존중하고 사랑에 헌신하는 로맨티시스트여야 한다. . . .
그간 임춘앵이란 이름 앞엔 언제나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다녔어. '세상에 다시없을 천재 예술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전무후무한 여류 국악인', '만인의 사랑을 쟁취한 최고의 남장 배우'. 하지만 그녀가 진정 원했던 수식어는 이런 게 아니었을까?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이들의 애환을 노래했던 멋진 언니!'
전문 출처로(임충앵 부분만 조금 퍼온건데 다른 배우들이나 현재의 여성국극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어서 출처 들어가서 보는거 추천!!)
첫댓글 와 출처가서 읽고왔는데 진짜 대단한분인데 너무 슬프게 가셨다..
말년이 너무 슬펐어 ㅜㅜㅜ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