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2. 26. 화요일.
하늘이 맑고, 날씨가 많이도 풀려서 덜 춥다.
인터넷 뉴스에 뜬 사진이다.
< 고향사랑 기부하고 답례품 받았더니…삼겹살 '충격 상태'>
'인천축산농협' 상표가 붙어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보낸 삼겹살....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다.
용서해 주실 게다.
많이 홍보, 선전해야 하기에...
* 초기의 뉴스 사진에는 '인천축산농협'이란 출처가 표시되었으나 나중에는 업체명을 아예 가려서... 어느 지역인지도 알 수 없도록 명칭을 삭제했다.
'고향사랑기부제' :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고향이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기부하고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액의 30% 이내의 답례품을 받는 제도로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수십 년 전 서해안 산골마을에 설, 추석, 회갑잔치 및 초상이 났을 때에는큰 돼지를 잡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동네 청장년들이 돼지 네 다리를 새끼줄로 묶고는 큰 도끼로 돼지머리통을 후려 갈겨서 설 죽인 뒤에는 날카롭게 간 칼로 돼지멱(모가지)를 잘라서 피가 콸콸 쏟아지게 했다. 돼지 목 밑에 큰 그릇을 내밀어서 선지 피를 담았다.
가마솥에 뜨겁게 펄펄 끓인 물을 바가지로 떠서 돼지 몸뚱이에 부어서 돼지털을 잡아뜯어냈다. 청장년들이 맨 손으로 털을 쥐어뜯고, 나중에는 칼로 살가죽의 털을 거듭 다듬어서 매끈하게 깎았다. 그런 뒤에는 돼지 뱃때지를 칼로 길게 갈라서 창자를 꺼내고, 간, 허파 등을 꺼내고..... 창자 속에 든 똥물을 빼내고, 창자를 뒤집어서 물로 씻고, 거친 소금을 뿌려서 절였다. 돼지 몸뚱이를 칼과 자귀 등으로 거칠게 해체해서 토막 토막 냈다. 일이 얼추 다 끝나면 돼지 목살부위 등을 길게 잘라서 나무꼬챙이로 꿰어서 타오르는 장작불에 그슬려 구워서, 칼로 잘게 잘게 썬 뒤에는 소금을 찍어서 서로들 나눠 먹었다.
돼지가 엄청나게 크게, 마지막으로 소락대기를 질러댔기에 마을사람들은 돼지 잡는 현장으로 구경 갔다.
위 사진과 같이 살찐 비계살을 잘라서, 불에 구워서, 나눠서 먹었다.
아이들은 돼지 내장(위)에서 꺼낸 오줌보를 물에 씻은 뒤에 입술을 오무려 바람을 불어 넣어서 풍선을 만들었다. 바람이 잔뜩 든 오줌보를 고무풍선처럼 손가락으로 튕겨서 하늘로 띄우고....
설 추석 등의 명절에는 돼지고기를 저울로 달아서 동네사람들한테 팔았다.
돼지를 잡으면 내다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돼지멱을 따서 쏟아낸 선지 피를 조심스럽게 보관했다가 선지국으로 끓여서 나눠 먹었고, 간 허파 등을 생으로 잘라서 소금 찍어서 먹었고, 돼지 창자(창새기)는 큰 냄비솥 안에 넣어 삶아서 곱창으로 먹었고, 돼지털은 큰 가마솥에 넣고는 끓여서 벼름박(벽)에 발랐다. 건축자재 석회로 활용했다. 회색빛깔의 회는 수십 년이나 간다.
돼지털은 엿장수한테 내주어서 엿으로 바꿔 먹었다.
비계살은 가마솥 안, 솥뚜겅의 녹슨 부분에 대고 문질러서 쇳녹을 닦아냈다.
돼지뼈는 묵은 된장 속에 박아서 오랫동안 삭히면 된장맛이 더 좋았으며, 사골로도 활용하여서 큰 가마솥에 넣고는 오랫동안 삶고 끓이고, 또 고아서 뿌이연한 즙을 내서 멀건한 멀국으로 떠먹었다.
돼지 껍데기-살도 숯 불에 구어서 먹었다.
이처럼 한 마리의 돼지를 잡으면 내다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모두 재활용했다.
살찐 돼지의 비계살과 껍데기살 ...
돼지살을 잘 아는 옛사람은 먹겠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은 아는 바가 별로 별로 없고, 또한 구매하고 싶지 않을 게다.
'고향사랑'에 기부한 분들한테 싸구려 비계살로 답례를 하다니 정말로 욕 바가지로 얻어먹을 답례품이다.
이런 식이라면 '고향사랑기부제' 이미지가 나빠져서, 앞으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등 돌리는 사람이 나올까 싶다.
안타까운 사진이다.
나중에 더 보탠다.
2.
날씨가 많이 풀렸다.
햇볕도 나고...
오전에 빗질해서 방바닥을 쓸었고, 물걸레질을 해서 방바닥을 닦았고, 샤워도 했다.
오늘 오후에는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가서 동네 이발소에 들러야겠다.
길게 자란 머릿카락을 깎아서 보다 정갈하게 단장을 해야겠다.
나잇살 처먹은 늙은이가 외모조차 추접하면 남한테 눈총이나 받을 게다.
오후에 동네 이발소에 들렀다.
이발사는 두 명인데도 머리를 깎으려고 대기하는 노인네들은 8명도 더 넘었다.
한참이나 기다린 뒤에 내 차례. 건성건성 깎는데도 나는 뭐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다.
무척이나 바쁘게 일하는 이발사한테 서비스를 더 잘 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다음 손님이 서서 대기하고 있기에.
수돗물에 머리를 얼른 감고는 머리털 말림, 빗질 등의 서비스도 받지 않은 채 그냥 지폐 한 장을 내밀고는 바깥으로 얼른 나왔다.
오랜만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한 바퀴를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면서 한 바퀴 다 돌았다. 2,562m.
서호쉼터 돌벤치 위에 앉아서 바둑 장기를 두는 영감들.
하수들의 장기를 구경하다가는 짜증이 나고, 구경하는 것조차도 이맛살을 구겼다.
'기본이 안 되었군요.'
장기실력이 더 나은 영감한테 나는 고개를 숙여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한테 지청구, 구사리를 또 먹었다.
짧게 깎았다며.... 노인네라도 품위를 지녀야 한다며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늘 혼나는 나.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깎는 게 나한테는 귀찮기에.... 짧게 깎으면 조금은 시간이 더디 갈 게다. 이따금씩 깎기에.
거울 속의 늙은이. 정말로 많이도 늙었다. 눈에 근력이 하나도 없는, 정말로 꾀죄죄한 영감탱이가 보였다.
거울 속의 늙은이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흔든다.
'정말로 폭싹 늙어버린 영감탱이네.'
2023. 12. 26. 화요일.
첫댓글 시골에서 돼지 잡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어릴때 충북 산골
동네에서 보던 풍
경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김일제 소설가님도 시골의 풍속을 잘 아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