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로 11기서 16기로 증설…유족대기실·주차장 등 편의시설 확충
洪시장 "기피시설 아닌 이별 아픔 위로받는 치유공간으로"
대구시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지역 유일의 화장시설인 대구명복공원 현대화사업을 추진한다. 대구시 제공.
지역 내 유일한 화장시설이지만 시설 노후화로 폭증하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던 대구 명복공원의 시설 현대화 사업이 본격화된다.
대구시는 31일 수성구 고모동 명복공원의 화장로 증설과 유족 대기실 확장, 편의시설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명복공원 현대화사업 기본 방향을 공개했다.
시에 따르면 기피시설인 화장로 등 명복공원 건물 전체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산책로와 쉼터, 체육시설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한다.
화장로는 현재 11기에서 5기 확장된 16기로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화장 가능 용량이 연간 1만6천구에서 2만4천구로 증가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턱없이 부족한 부대·편의시설도 대거 확충된다. 고인별 유족대기실이 3실에서 15실로 늘어나고 식당과 카페 등 편의시설도 설치된다. 진입 도로 확장과 함께 주차장도 늘어나 이용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화장시설 부족으로 타 시·도 화장장을 이용하거나 4~5일장을 치러야 했던 시민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명복공원 현대화사업에 국·시비 등 사업비 1천억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기본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비(1억원)와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용역비(2억2천만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다.
시는 향후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 승인 등을 거친 후 2026년 상반기에 착공,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다.
1966년 수성구 고모동에 자리잡은 명복공원은 시설 노후화로 증가하는 화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구시민의 화장률은 지난 2005년 51.5%에서 지난해 91.6%로 증가했고, 덩달아 명복공원이 하루 화장 한도(45구)까지 처리하는 만장일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명복공원을 예약하지 못해 인근 지역 화장시설을 이용한 대구시민 수는 지난해 716건에 달했고, 올해도 7월 말 기준 367건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3일장을 치른 화장률이 14.2%까지 떨어졌고, 일부 시민은 7일장을 치르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시는 내년부터 상시 화장 회차를 9회에서 10회로 확대해도 2~3년 내에 화장 수요가 명복공원 최대 가동 능력치인 연간 1만8천250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대구의 화장 1기 당 의존인구는 21만4천명으로 전국 평균인 13만6천명을 훌쩍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시는 지난 200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명복공원 현대화를 추진했지만 장사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시는 갈등관리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명복공원 인근 지역인 고모동과 만촌2동, 만촌3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경청회를 여는 등 갈등 해소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았다.
또한 주민 불만을 해소하고자 고모동은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만촌2동은 주거지역 종상향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수성구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급증하는 화장 수요와 시민 불편 등을 고려할 때 명복공원 현대화는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면서 "명복공원을 전국 최고의 장사시설로 조성해, 기피시설이 아닌 이별의 아픔을 위로받고 극복할 수 있는 치유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