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용약겁(大勇若怯)
큰 용기는 비겁과 같다는 뜻으로, 대단히 용맹한 사람은 함부로 날뛰지 않으므로 도리어 겁쟁이 같이 보인다는 말이다.
大 : 클 대(大/0)
勇 : 날랠 용(力/7)
若 : 같을 약(艹/5)
怯 : 겁낼 겁(艹/5)
중국 송나라 문장가로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소식(소동파)이 '벼슬살이로 떠나는 구양소사를 축하하며'라는 글에서 "지극한 존귀함은 면류관을 쓰고 있지 않아도 영광스럽다"며 한 말이다.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는 대지약우(大智若愚)와 짝을 이뤄 쓰인다.
참으로 용맹한 사람은 신중하고 느긋한 자세를 취해 마치 겁쟁이처럼 보이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지혜를 과시하지 않는다. 작은 용기를 갖거나 지혜를 가진 사람일수록 사소한 일에 흥분해 나서고, 자기 자랑을 많이 하는 법이다. 우리 속담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와 비슷한 의미다.
대표적인 고사가 중국 고대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한신의 이야기다. 그는 젊은 시절 몹시 가난하고 불우했다. 어느 날 그가 거리를 걷는데 한 건달이 앞을 막았다. 건달은 "네가 그 큰 덩치로 칼을 차고 다니며 으스대지만 겁쟁이에 틀림없을 것이다. 나를 죽일 수 있다면 그 칼로 나를 찔러라. 못 찌르겠거든 기어서 내 사타구니 밑으로 빠져나가라"라고 했다.
한신은 치욕에도 불구하고,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서 빠져나갔다. 이를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고 한다. 과(跨)는 사타구니를 가르킨다. 건달로부터 겁쟁이라고 비웃음을 샀던 한신은 뒷날 천하에 더 없을 명장이 되어 유방이 한(漢) 나라를 세우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약한 개일수록 잘 짖듯이 용기나 지혜를 과시하는 사람일수록 가짜가 많다. 노자도 도덕경 45장에서 "크게 곧은 것은 구부러진 것과 같고, 크게 정교한 사람은 졸한 것과 같으며, 크게 말하는 사람은 더듬는 것과 같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고 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은 서예에서 명필을 뜻할 때도 쓰인다.
지용(智勇)을 겸비한 사람은 드러나려 하지 않고, 말만 번지르한 현학(衒學)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혜는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고, 용기는 과시하는 게 아니라 때(時)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대용약겁(大勇若怯)
대단한 사람은 함부로 날뛰지 않고 도리어 겁쟁이같이 보인다는 말이다.
참된 용자(勇者)는 겁쟁이처럼 보인다. 소동파의 글 중에 '참된 용사는 겁쟁이처럼 보이고, 참된 현인은 바보처럼 보인다'는 대목이 있다. 본래 대담한 사람은 오히려 담이 적은 척한다. 표면적인 '겁' 속에 '큰 용기'를 숨기는 것이다. 대담하면서도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담이 클 뿐 아니라 지혜가 남다르고 원대한 목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약하고 겁 많은 속에 감추어진 용기는 확실한 성공을 거둘 조건이 된다.
대용약겁(大勇若怯)의 모략 사상은 노자와 장자의 이론 체계에 반영되어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가장 떳떳한 사람은 마치 겸손한 것 같고, 가장 재주 있는 사람은 마치 졸렬한 것 같고,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은 마치 말더듬이 같다'는 구절이 보인다.
인류의 모략사상은 철학을 이론적 기초로 삼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소박하지만 변증법적이고 일관성 있는 모략 사상으로 가득 차 있다. 대용약겁(大勇若怯)은 철학적으로 본질과 허구의 상호관계를 반영하며, 또 '서로 반대되면서도 일정한 조건 아래 서로 어울린다'는 상성상반(相成相反)의 모순 운동을 반영한다.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는 소패성(小沛城)에서 여포(呂布)에게 패한 후 한 몸 의지할 곳 없어 하는 수 없이 조조(曹操) 밑으로 들어갔다. 조조는 유비를 허창(許昌)으로 데리고 갔는데, 목적은 유비를 확실히 장악하는 것이었다. 유비도 조조가 자신을 해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조 밑에 있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조조가 자신의 큰 뜻을 눈치 채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더 컸다. 그래서 유비는 집 뒤에다 채소밭을 일구어 손수 물을 주며 가꾸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조조가 유비를 술자리에 초대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가는데 갑자기 날이 흐려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이 치자 조조는, 용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으며 날 수도 숨을 수도 있어 인간에 비유하자면 단숨에 구천 하늘을 날 수 있는 일대의 영웅과도 같다고 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지금 이 세상에서 영웅은 누구냐고 물었다. 유비는 원술(袁術), 원소(袁紹), 유표(劉表) 등을 꼽았다.
조조는 껄껄 웃으며 손을 젓고 대저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다가 지혜와 모략을 감추고 있는 자이며, 우주의 기밀을 품고 있다가 천지로 토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비는 그런 영웅이 누구냐고 물었다. 조조는 손가락으로 유비를 가리킨 다음 다시 자신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지금 천하에서 영웅이라고 한다면 그대와 나 둘 뿐이지요."
속마음을 간파당한 유비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수저를 땅에 떨어뜨렸다. 그때 마침 천둥과 번개가 치며 세찬 비가 쏟아졌다. 조조는 왜 수저를 떨어뜨렸냐고 물었다. 유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성인께서 말씀하시길 '천둥 번개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반드시 무슨 변화가 생긴다'고 하셨지요. 그 위세가 정말 굉장하군요."
조조가 "천둥 번개야 천지 음양이 부딪쳐 나는 소리인데 무얼 그리 두려워한단 말이오?" 하니, 유비가 "저는 어려서부터 천둥소리에 겁을 내서, 천둥소리만 들리면 숨을 곳이 없나 늘 걱정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조조는 냉소를 흘리며, 유비는 보잘것 없는 위인이라고 생각했다.
이일이 있은 후 유비는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에게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뒤뜰에다 채소밭을 일군 것은 조조로 하여금 나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게 하기 위해서였다. 수저를 떨어뜨린 것은 조조가 나를 영웅이라고 한 말에 놀랐기 때문이었고, 천둥 번개가 두렵다고 한 것은 조조가 나를 소인배로 여기도록 함이었다. 그래야 조조가 나를 해칠 마음을 품지 않을 것 아닌가?"
훗날 한 시인은 이 일을 두고 다음과 같이 감탄했다. "갈 곳 없어 호랑이 굴에 몸을 맡겼다가/ 자신이 영웅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더라./ 지나가는 천둥 속에 교묘히 정체를 감추니/ 급한 자리 피하는 솜씨가 참으로 귀신같구나."
이런 일이 있은 뒤 유비는 조조에게 원술을 공격할 테니 약간의 군사를 달라고 요청했고, 조조는 별다른 생각 없이 허락했다. 유비는 밤을 새워 군기와 군마 그리고 장군을 상징하는 도장을 챙겨 서둘러 허창을 떠났다.
관우와 장비가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고 묻자 유비가 대답했다. "나는 새장에 갇힌 새와 같았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같았지. 이번 출동은 물고기가 바다로 나가고 새가 푸른 하늘로 날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네. 더 이상 그물에 갇혀 있을 수야 없지!"
조조의 모사 곽가(郭嘉)는 조조가 유비에게 군대를 주어 서주(徐州)로 진군케 했다는 사실을 알고 서둘러 조조에게 달려가 유비는 큰 뜻을 품고 있으며 민심까지 얻고 있는 인물로 남의 밑에 오래 있을 위인이 결코 아닌지라 무슨 일을 도모할지 모른다며, 이번에 군대를 그에게 맡긴 것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며 속히 조치를 거두시라고 간했다.
그러나 조조는 곽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채소밭이나 가꾸고 천둥 번개에 놀라는 것을 보면 유비가 큰일을 꾀할 인물이 아닌데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조조는 아뿔싸, 유비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이렇게 유비는 자립하여 삼국이 정립하는 국면을 연출해 냈다. '겁'으로 '용기'를 숨김으로써, 유비는 마침내 큰 듯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유비다운 도회지술(韜晦之術)이요 대지약우(大智若愚)를 겸비한 전형적인 책략이다.
대용인(大勇人)
용기(勇氣)에는 대용(大勇)과 소용(小勇)의 두 가지가 있다. '대용'은 참 용기, '소용'은 천박한 용기를 말한다. 대용약겁(大勇若怯)이라고 해서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용기가 있는 사람을 옆에서 볼 때는 답답해 보일 수도 있고 실속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사사로움을 버리고 대의를 가진 사람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슈바이처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밀림의 성자(聖子)로 불리며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았다. 간디는 죽을 때까지 인도인의 자유를 위해 자신이 직접 비폭력의 상징이 됐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재산을 축적하거나 대단한 권력을 가지진 못했지만 그들로 인해 세상은 바뀌었고 그들의 뒤를 잇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자유를 위해 권력에 맞서는 민주투사들이 수없이 생겨났다.
자연의 법칙상 세상에는 양지(陽地)만 있을 수가 없다. 철저하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가는 소용인(小勇人)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린다. 독재자,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인 같은 이들은 눈앞의 이득은 취했다 할지라도 역사의 이름 앞에 지탄받는 존재로 남아있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도 뚜렷이 구분되는 대용자가 있고 소용자들이 있다.
맹자는 '과즉개지(過則改之)'라고 해, '잘못을 알았으면 곧바로 고치라'고 했다. 이 문장의 핵심은 '곧 바로'에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모든 분쟁의 원인은 잘못을 하고 그 잘못을 즉각 인정하지 않고 고집과 독단을 부릴 때 일어난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건전한 견제를 하면서도 사사로운 정쟁(政爭)을 버리고 오직 민족과 국가를 위한 대용인(大勇人)들이 돼야 한다.
▶️ 大(클 대/큰 대, 클 대, 클 다)는 ❶상형문자로 亣(대)는 동자(同字)이다. 大(대)는 서 있는 사람을 정면으로 본 모양으로, 처음에는 옆에서 본 모양인 人(인)과 匕(비) 따위와 같이, 다만 인간을 나타내는 글자였으나 나중에 구분하여 훌륭한 사람, 훌륭하다, 크다의 뜻으로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大자는 '크다'나 '높다', '많다', '심하다'와 같은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大자를 보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크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大자는 기본적으로는 '크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정도가 과하다는 의미에서 '심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러니 大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大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크다'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사람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大자가 본래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大(대)는 (1)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 큰, 으뜸가는, 뛰어난, 위대한, 광대한, 대단한 등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존경(尊敬) 또는 찬미(讚美)의 뜻도 나타냄 (3)큼. 큰 것 (4)큰 달. 양력으로 31일, 음력으로 30일인 달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크다,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대) ②높다, 존귀하다(대) ③훌륭하다, 뛰어나다(대) ④자랑하다, 뽐내다, 교만하다(대) ⑤많다, 수효(數爻)가 많다(대) ⑥중(重)히 여기다, 중요시하다(대) ⑦지나다, 일정한 정도를 넘다(대) ⑧거칠다, 성기다(물건의 사이가 뜨다)(대) ⑨낫다(대) ⑩늙다, 나이를 먹다(대) ⑪대강(大綱), 대략(大略)(대) ⑫크게, 성(盛)하게(대) ⑬하늘(대) ⑭존경하거나 찬미(讚美)할 때 쓰는 말(대) 그리고 클 태의 경우는 ⓐ크다,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태) ⓑ지나치게(태) 그리고 클 다의 경우는 ㉠크다, 심하다(다) ㉡극치(極致), 극도(極度)(다) ㉢지나치게(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위(偉), 클 굉(宏), 클 거(巨),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소(小), 가늘 세(細)이다. 용례로는 크게 어지러움을 대란(大亂), 큰 일을 대사(大事), 크게 구분함을 대구분(大區分), 일이 진행되는 결정적인 형세를 대세(大勢), 크게 길함을 대길(大吉), 조금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같음을 대동(大同),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큰 규격이나 규모를 대형(大型), 크게 어지러움을 대란(大亂), 사물의 큼과 작음을 대소(大小), 크게 이루어짐을 대성(大成), 크게 웃음을 대소(大笑), 넓고 큰 땅을 대지(大地), 넓혀서 크게 함을 확대(廓大), 가장 큼을 최대(最大), 몹시 크거나 많음을 막대(莫大), 뛰어나고 훌륭함을 위대(偉大), 매우 중요하게 여김을 중대(重大), 마음이 너그럽고 큼을 관대(寬大), 엄청나게 큼을 거대(巨大), 형상이나 부피가 엄청나게 많고도 큼을 방대(厖大), 더 보태어 크게 함을 증대(增大),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 넓고 큰 바다에 물방울 하나라는 뜻으로 많은 것 가운데 아주 작은 것이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대해일적(大海一滴), 넓고 넓은 바다에 떨어뜨린 한 알의 좁쌀이란 뜻으로 매우 작음 또는 보잘것없는 존재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대해일속(大海一粟), 거의 같고 조금 다름이나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대동소이(大同小異),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 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뚜렷이 드러나게 큰 글씨로 쓰다라는 뜻으로 누구나 알게 크게 여론화 함을 이르는 말을 대서특필(大書特筆),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중대한 의리와 명분을 이르는 말을 대의명분(大義名分), 큰 집과 높은 누각이라는 뜻으로 웅장하고 큰 건물을 이르는 말을 대하고루(大廈高樓), 크게 깨달아서 번뇌와 의혹이 다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대오각성(大悟覺醒), 장군의 별칭으로 매사에 겸손하고 말 없이 수고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대수장군(大樹將軍), 큰 재목이 작게 쓰이고 있다는 뜻으로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서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됨을 이르는 말을 대재소용(大材小用), 큰 소리로 목을 놓아 슬피 욺을 일컫는 말을 대성통곡(大聲痛哭),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대경실색(大驚失色), 크게 간사한 사람은 그 아첨하는 수단이 매우 교묘하므로 흡사 크게 충성된 사람과 같이 보임을 이르는 말을 대간사충(大姦似忠), 바라던 것이 아주 허사가 되어 크게 실망함을 일컫는 말을 대실소망(大失所望), 매우 밝은 세상을 이르는 말을 대명천지(大明天地),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말을 대도무문(大道無門), 덕이 높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질구레한 일에 초연함 곧 도량이 넓어서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대인대이(大人大耳),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말을 대지여우(大智如愚) 등에 쓰인다.
▶️ 勇(날랠 용)은 ❶형성문자로 勈(용)은 본자(本字), 恿(용)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甬(용; 管 속을 뚫고 나가는 일)으로 이루어졌다. 힘(力)을 돋우어 날래다는 뜻을 합(合)하여 용감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勇자는 '날래다'나 '용감하다', '강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勇자는 甬(길 용)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甬자는 고리가 달린 '종'을 그린 것이다. 쇠로 만들어진 종은 무게가 상당했을 것이다. 勇자는 이렇게 종을 그린 甬자에 力자가 결합한 것으로 무거운 쇠 종을 들 수 있는 정도의 힘과 용기, 결단력을 뜻한다. 勇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날래다'나 '용감하다', '강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勇(용)은 (1)용기(勇氣) (2)일시(一時)에 몰아서 내는 강(强)한 힘 등의 뜻으로 ①날래다 ②용감하다 ③과감하다 ④결단력(決斷力)이 있다 ⑤강하다 ⑥용기(勇氣)가 있다 ⑦다툼 ⑧용사(勇士), 병사(兵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겁박할 표(剽), 감히 감(敢), 날랠 효(驍)이다. 용례로는 씩씩하고 겁이 없으며 기운참을 용감(勇敢), 날쌔고 굳셈을 용강(勇剛), 용감하고 건실함을 용건(勇健), 용기 있게 결단함을 용단(勇斷), 어떠한 위험이라도 무릅쓰고 선행을 감행하는 덕을 용덕(勇德), 씩씩한 힘 또는 뛰어난 역량을 용력(勇力), 용자로서의 명성을 용명(勇名),용감한 군사를 용병(勇兵), 용감한 사나이를 용부(勇夫), 용맹스러운 사람을 용사(勇士), 용감한 자태를 용자(勇姿), 날래고 씩씩함을 용장(勇壯), 용맹스러운 장수를 용장(勇將), 용감하게 싸움을 용전(勇戰), 날래고 사나움을 용한(勇悍), 의협심이 있어 남자다움을 용협(勇俠), 용기 있게 결단함을 용결(勇決), 씩씩하고 용감한 기운을 용기(勇氣), 날래고 사나움을 용맹(勇猛),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나감을 용퇴(勇退), 사리를 분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기를 만용(蠻勇), 강하고 용감함을 강용(强勇), 굳세고 용감함을 강용(剛勇), 큰 용기로 큰 일을 당하여 분발하는 용기를 대용(大勇), 날래고 용맹함을 효용(驍勇), 용기를 북돋음을 고용(賈勇),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냅다 찌르는 기세로 내닫는 용기를 저용(豬勇), 무예에 뛰어나고 용감함을 무용(武勇), 한 사람을 능히 대적할 만한 정도의 용맹을 소용(小勇), 사람의 지혜로는 생각할 수 없는 용기를 신용(神勇), 어떤 일을 용감하게 끝낸 뒤에 아직 넘치는 용기를 어용(餘勇), 영특하고 용감함을 영용(英勇), 용감하기 짝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용감무쌍(勇敢無雙), 용맹스럽게 힘써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용맹정진(勇猛精進), 거리낌없이 힘차고 용감하게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용왕매진(勇往邁進), 용감하고 강한 장수에게는 약하고 비겁한 병사는 없음을 일컫는 말을 용장약졸(勇將弱卒), 관직을 그만두고 속세를 떠나서 생활함을 이르는 말을 용퇴고답(勇退高踏),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소인이 깊은 생각 없이 혈기만 믿고 함부로 부리는 용기를 이르는 말을 필부지용(匹夫之勇), 혼자서 능히 몇 사람을 당해 낼 만한 용기를 일컫는 말을 겸인지용(兼人之勇), 멧돼지처럼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용맹스럽게 골진한다는 뜻으로 앞뒤를 가리지 아니하고 함부로 날뜀을 일컫는 말을 저돌희용(豬突豨勇), 벼슬자리를 단연 버리고 물러나는 것이 급류를 건넘과 같이 용감함을 이르는 말을 급류용퇴(急流勇退), 어부는 물 속에서는 무서워하지 않는 데서 오랜 체험에서 얻은 용기를 이르는 말을 어부지용(漁夫之勇) 등에 쓰인다.
▶️ 若(같을 약, 반야 야)은 ❶회의문자로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右(우; 오른손, 손으로 물건을 잡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캐는 일의 뜻으로 만약의 뜻으로 쓰임은 가차(假借)의 뜻이다. ❷상형문자로 若자는 '같다'나 '만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若자는 艹(풀 초)자와 右(오른쪽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若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갑골문에서는 양손으로 머리를 빗는 여인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갑골문에서의 若자는 '온순하다'나 '순종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금문에서부터는 여기에 口(입 구)자가 추가되면서 '허락하다'라는 뜻이 더해졌다. 하지만 소전에서는 若자가 '같다'나 '만약'과 같은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言(말씀 언)자를 더한 諾(허락할 낙)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若(약, 야)은 ①같다 ②어리다 ③이와같다 ④좇다 ⑤너 ⑥만약(萬若) ⑦및 ⑧이에(及) ⑨바닷귀신 ⑩어조사(語助辭) ⑪성(姓)의 하나 그리고 ⓐ반야(般若;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야) ⓑ난야(蘭若; 사찰)(야) ⓒ성(姓)의 하나(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나 양 따위가 얼마 되지 아니함을 약간(若干), 어떠함을 약하(若何),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약혹(若或), 바둑에서 아직 어리석은 경지에 있다는 약우(若愚), 무덤이 집 모양과 같음 또는 그런 무덤을 약당(若堂), 자기의 몸이나 뜻이 더럽혀질 것과 같이 생각함을 약매(若浼), 갓난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이 함을 약보(若保), 이와 같이를 약시(若是), 이렇게를 약차(若此), 만일이나 혹시를 만약(萬若), 과연이나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를 과약(果若), 분별이나 망상을 떠나 깨달음과 참모습을 환히 아는 지혜를 반야(般若), 늙은이와 젊은이를 노약(老若), 가정하여 말하자면을 기약(假若),큰 일을 당하여도 아무렇지 않고 침착함을 자약(自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란 뜻을 이르는 말을 약팽소선(若烹小鮮), 부절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꼭 들어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약합부절(若合符節), 있는 둥 마는 둥을 일컫는 말을 약존약망(若存若亡), 이러 이러함을 일컫는 말을 약시약시(若是若是), 자기 나라와 힘이 대등한 나라를 얻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훌륭한 인재를 얻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약득일적국(若得一敵國),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방약무인(傍若無人), 불을 보는 것 같이 밝게 보인다는 뜻으로 더 말할 나위 없이 명백함을 이르는 말을 명약관화(明若觀火), 마음에 충동을 받아도 동요하지 않고 천연스러운 것을 이르는 말을 태연자약(泰然自若), 대문 안 뜰이 저자와 같다는 뜻으로 집안에 모여드는 사람이 많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문정약시(門庭若市), 문 앞이 시장과 같다는 뜻으로 대문 앞에 시장이 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는 말을 문전약시(門前若市) 등에 쓰인다.
▶️ 怯(겁낼 겁)은 형성문자로 㹤(겁낼 겁)은 본자, 㥘(겁낼 겁), 㾀(병약할 겁, 앓을 거)은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去(거→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怯(겁낼 겁)은 ①겁내다, 무서워하다, 두려워하다 ②겁많다 ③약하다(弱--), 비겁하다(卑怯--), 무서움을 잘 타다 ④피하다(避--), 회피하다(回避--) ⑤겁쟁이 ⑥병(病)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怖(두려워할 포), 恐(두려울 공), 悚(두려울 송), 惶(두려울 황), 懼(두려워할 구), 畏(두려워할 외) 등이다. 용례로는 겁이 많고 나약함을 겁나(怯懦), 겁이 많고 게으름을 겁타(怯惰), 겁결에 어떻게 할 바를 모름을 겁의(怯疑), 겁이 나서 지르는 소리나 무서워서 내는 소리를 겁성(怯聲), 겁을 내는 마음을 겁심(怯心),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을 식겁(食怯), 아주 익숙하여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없어짐을 파겁(破怯), 겁을 집어 먹고 얼떨떨 함을 황겁(惶怯), 겁이 없음을 무겁(無怯), 지나치게 겁이 많음을 과겁(過怯), 겁이 많음을 다겁(多怯), 몹시 겁을 집어 먹음을 끽겁(喫怯), 겁내고 두려워 함을 공겁(恐怯), 비열하고 겁이 많음이나 사람됨이 옹졸하고 겁이 많음 또는 정정당당 하지 못하고 야비함을 일컫는 말을 비겁(卑怯), 큰 용기는 비겁과 같다는 뜻으로 대단히 용맹한 사람은 함부로 날뛰지 않으므로 도리어 겁쟁이같이 보인다는 말을 대용약겁(大勇若怯)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