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역대 최고의 경기 중 하나이자
1982 스페인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인
2라운드 브라질 vs 이탈리아,
직접 딴 짤들과 함께 경기 전체 리뷰해봅니다.
1. 경기 전 알아야 할 정보
1982년 7월 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리아 스타디움에서
2라운드 C조 세 번째 경기인
브라질 vs 이탈리아 경기가 열립니다.
1982월드컵까지 월드컵의 대진방식은 지금과는 달랐는데
우선, 24개팀만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1라운드 24개팀이 4개팀씩 여섯조로 나뉘어 각 조 2위까지, 12개팀이 2라운드로 진출하고,
2라운드에서는 3개팀씩 네 조라 나뉘어 각 조 1위만이 4강에 진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2라운드에서 조편성이 정말 중요했죠.
그런데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죽음의 조라고 불릴만한 조편성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월드컵 3회 우승의 브라질, 2회 우승의 이탈리아,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한 조로 편성된 것이죠.
그러나 대부분이 브라질의 손쉬운 승리를 점쳤습니다.
왜냐하면 1라운드에서 이탈리아는 3무, 2득점 2실점을 기록하며 같은 3무에 1득점 1실점을 기록한 카메룬을 다득점으로 겨우 따돌리고 2라운드로 진출했고,
반면에 브라질은 3전 전승, 10득점 2실점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2라운드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기 라인업입니다.
당시 황금의 4중주라고 불렸던 지쿠, 소크라테스, 파우캉, 세레주가 있었죠. 이런 미드필더 조합은 축구 역사에 전무후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트발에서 뽑은 역대 선수 랭킹에서 지쿠는 15위, 소크라테스는 26위, 파우캉은 86위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발롱도르를 남미 선수들도 받을 수 있었다면 지쿠는 몇 번씩 수상했을 것이고, 소크라테스와 파우캉도 여러 번 포디움에 들만한 선수들이었습니다.
세레주도 브라질 역대 최고의 수미 중 한 명이자 수비 외에도 모든 기량이 뛰어났던 육각형 미드필더였습니다.
당시 지쿠, 주니오르, 레안드루, 페레스는 플라멩구 소속으로, 당시 도쿄에서 열린 도요타컵에서 유러피언컵 챔피언이었던 붉은 제국 리버풀을 3대0으로 박살낸지 1년도 채 안 됐고,
소크라테스, 파우캉은 당시 월드사커 올해의 팀에 연속으로 뽑힐 정도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라인업입니다.
이탈리아도 브라질 정도의 위상은 아니었지만
마흔살의 주장 디노 조프를 비롯해서
전성기의 시레아, 그리고 카브리니, 콜로바티, 젠틸레까지 모두 역대급 레전드입니다.
여기서 약간 인지도가 떨어지는 콜로바티도 이탈리아 역대급 스토퍼로서 지금의 보누치 이상 가는 위상의 선수였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브루노 콘티도 이탈리아 역대 최고의 윙어, 안토뇨니는 피오렌티나의 전설.
그라치아니도 세리에 득점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고,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활약할 정도로 멀티성과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던 공격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설, 파올로 로시가 있었죠.
직전 메이저대회였던 유로80에서 타르델리, 시레아, 젠틸레, 조프가 베스트팀에 들었습니다.
1라운드에서 3무를 기록하는 바람에 기대치가 뚝 떨어지긴 했지만 상대가 브라질이라 그렇지 이탈리아도 충분한 강팀이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건 양팀 선수들의 나이.
마흔살 큰 형님도 한 분 계시긴 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 후반의 전성기 나이에 있어서 누가 더 강했는지 제대로 가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2. 경기 (시간순)
-전반-
전반 초반은 그래도 팽팽하게 진행됩니다.
82월드컵 골든볼 로시의 부드러운 볼키핑.
타르델리의 훌륭한 침투, 카브리니의 자로 잰듯한 로빙 패스, 다시 타르델리의 정확한 크로스가 이어졌으나 로시가 헛스윙해버리네요.
곧이어 다시 이탈리아의 공격.
콘티의 반대전환 패스, 카브리니의 크로스에 이은
로시의 선제 헤더골!!!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반 5분만에
1대0으로 앞서가는 이탈리아!!
흥분한 관중이 화염을 던지기도.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브라질이 반격에 나섭니다.
소크라테스의 패스를 받은 세르지뉴가 돌아서며 우당탕 튕겨나온 볼을 지쿠가 잡아 좋은 슛찬스를 맞을 뻔 했으나 세르지뉴가 어이없는 슈팅으로 찬스를 날려버립니다.
세르지뉴는 당시 대표팀 유일한 구멍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국팬들에게 많은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라이트백 레안드루의 오버래핑과 정확한 소크라테스의 스루패스.
레안드루도 소위 브라질 라이트백 삼대장에, 알베스 바로 다음 가는 라이트백으로 충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레전드입니다.
그리고 브라질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던 전반 12분!
지쿠가 순간적으로 압박을 제껴내고 바로 침투하는 소크라테스에게 패스,
소크라테스가 훌륭한 마무리로 동점골!!!
눈이 즐겁네요ㅎㅎ
지쿠에게 살인백태클을 날리는 젠틸레. 경고를 받습니다.
요즘 같으면 퇴장도 나올 만한 백태클이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용인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젠틸레는 수비력으로 역대 순위 안에 들만한 풀백이자 센터백이었습니다.
당시 에이스들을 젠틸레가 전담마크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 경기에 타겟은 지쿠였습니다.
젠틸레의 압박을 이겨내고 또 다시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러넣는 지쿠
소크라테스도 볼처리 여유가 미쳤습니다.
가끔 소크라테스가 왜 역대 순위에서 그렇게 순위가 높은지 모르겠다는 글들을 보게 되는데
커리어는 크게 돋보이지 않아도 소크라치스는 전성기 내내 지단과 같은 플레이의 여유가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선수였습니다.
이 전설적인 82월드컵 브라질팀의 주장이기도 했죠.
브라질이 일방적으로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를 만들어가고 있던 전반 25분,
세레주의 안일한 패스를 로시가 가로채
깔끔하게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다시 2대1로 앞서나가는 이탈리아!!
세레주의 크로스를 받아 소크라테스가 플라잉헤더를 시도해보지만 역부족이었구요,
전반 중반 센터백 콜로바티의 갑작스러운 다리 부상으로 인해 18살의 베르고미가 월드컵 첫출전을 하게 됩니다.
18살인데 콧수염이 멋있네요.
소크라테스의 키패스를 받아 슈팅까지 날리지만 지쿠의 핸드볼 파울이 불리는데
지쿠는 젠틸레가 잡아당겨 유니폼이 찢어졌다며 유니폼을 보여주지만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대로 전반이 2대1,
이탈리아가 앞서있는 상태로 마무리 됩니다.
-후반-
후반 시작
파우캉의 슈팅이 아쉽게 빗나가고,
카브리니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콘티의 슈팅도 아쉽게 빗나갑니다.
로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밀려 넘어지지만 파울이 선언되지 않습니다.
리플레이로 보니 페널티가 선언됐어도 이상하지는 않았네요. 다이빙인지 아닌지 애매합니다.
위험한 자리에서 세르지뉴에게 뒤늦게 백태클을 해서 프리킥을 내주는 18살의 베르고미.
판단력이 아직은 아쉽네요.
브라질에는 역대 최고의 프리키커 지쿠가 있었습니다.
주닝요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지쿠.
1라운드에서 이미 프리킥골을 넣은 적이 있었는데,
지쿠의 프리킥은 다소 아쉽게 빗나가고 맙니다.
레안드루의 과감한 중거리슈팅.
82브라질에는 레안드루 말고도 에데르, 세르지뉴와 같은 파워슈터가 또 있었죠.
지쿠의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마흔살의 조프가 훌륭한 예측으로 막아냅니다.
다시 문전의 위험한 볼을 걷어내는 조프!!
수비에서 이탈리아가 분전하고 있는데
공격에서는 로시가 완벽한 기회를 놓쳐버리네요.
브랑코, 카를로스 이전에 브라질의 중장거리 프리킥은 에데르가 맡았죠.
그러나 너무 정면이었습니다.
좀처럼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열리지 않네요.
에데르의 드리블을 백태클 파울로 끊는 이탈리아.
지금 같으면 퇴장도 나올 수 있는 장면인데요.
경고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후반 23분.
끊임없는 브라질의 공격 끝에
파우캉이 시원한 왼발슈팅으로
후반 23분 동점골을 만들어냅니다!!!
2대2 재동점!!
포효하는 파우캉!!!
계속해서 브라질의 파상공세가 이어집니다!!
지쿠의 중거리슈팅.
정신을 못차리는 이탈리아 수비!
젠틸레는 또 지쿠에게 백태클을 날리고, 신경전을 겁니다.
지쿠가 재밌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지쿠vs젠틸레.
지쿠가 젠틸레와 1대1을 시도합니다.
필드 위에 둘만 있는 듯.
젠틸레가 빨리 들어오라며 손짓을 하자
바로 뚫어버리는 지쿠.
그러나 결국 뒤에 있던 수비에 막히고 마네요.
경기양상은
브라질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역습도 매섭습니다.
그리고 후반 30분.
코너킥 찬스에서 타르델리의 어시스트를 받아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로시!!!
원맨쇼를 펼치는 파올로 로시!!
로시는 얼마 되지 않는 이탈리아의 공격 찬스에서도 항상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서있었습니다.
로시는 토토네로 스캔들로 인해서 2년간 공백이 있었습니다. 월드컵 직전에 복귀해서 이 전 경기들에서는 무득점에 그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해주며 베아르초트 감독의 신뢰에 보답합니다!
다시 앞서나가는 이탈리아!!
점수는 3대2!!
그러나 곧바로 변수가 생깁니다.
이탈리아 미드필더의 정신적 지주였던 타르델리가 부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곧바로 마리니가 투입되지만
다시 희망이 생긴 브라질!
하지만 브라질은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이탈리아에 계속 역습을 내주면서 고전합니다.
안토뇨니의 시원한 드리블 돌파!
이탈리아의 역습을 지친 브라질이 못따라가는 가운데
안토뇨니의 슛이 골망을 갈랐지만
간발의 차이로 옵사이드가 선언됩니다.
그리고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
후반 종료 직전 파우캉의 헤더를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조프가 막아냅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들어갔다고 항의하지만,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에 조프가 잡아냈네요.
조프의 슈퍼세이브!!
이게 들어갔다면 역사가 많이 바뀌었을 거 같습니다.
후반 45분이 모두 지나고 마지막 코너킥 찬스.
이탈리아 벤치는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마음이 급한 에데르.
광고판을 뒤로 밀어내고
코너킥을 차지만 다시 막히고,
결국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모두 막아낸 이탈리아가
거함 브라질을 잡아냅니다!!
,
브라질은 24경기 무패의 기록을 이 경기로 접어야 했고,
이 월드컵에서 나머지 경기를 모두 이겼음에도 이 한 경기를 지는 바람에 4강에 올라가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습니다.
파우캉은 이 경기의 패배 후유증이 너무 커서 은퇴까지 고려했다고 하고,
브라질 국민들 중 2명이 자살하고, 5명이 심장마비에 걸리는 등 그 충격이 매우 컸다고 하네요.
이 경기는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 2014년 미네이랑의 비극과 함께 브라질 축구 3대 비극으로 꼽히며
데 사리아의 참사라고 명명됩니다.
3. 경기 총평
이 경기는 파올로 로시의 인생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를 잡는 덕분에 이탈리아는 우승을 할 수 있었고, 로시는 4강, 결승에서 연거푸 득점에 성공하며 득점왕에 골든볼까지 수상, 82월드컵은 파올로 로시를 위한 대회라고도 불리게 됩니다.
브라질이 객관적으로 이탈리아보다 더 강팀이었습니다. 황금의 4중주라 불렸던 4명의 미드필더의 볼관여나 영향력이 상당히 컸고 이탈리아를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명언처럼 브라질은 자신들의 강함을 증명해내지 못했죠.
만약 이 대회에서 브라질이 우승했다면 지쿠나 나머지 다른 브라질 선수들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졌을 겁니다. 70월드컵보다 82월드컵 브라질이 더 강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은데 결과로 증명까지 했다면 지금과는 달랐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