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자꾸 아픈 마음을 데려와
함께 살라고 합니다
나는 낮잠처럼
물고기 한 마리 허공에 놓아주고
물속으로 놓여난 물고기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래도 찬란합니다
무엇으로든 빛납니다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봅니다
내가 사랑한 귀신들에게 방 하나씩 다 내어주고서야
우리가 살 집을 지어봅니다
이제 막 물속으로 잠기려는 잎사귀입니다
-『경향신문/詩想과 세상』2025.06.08. -
버드나무가 너무 좋아서, “잎잎마다” 물고기를 기르는 시인이 있다. 버드나무 한 잎 한 잎의 초록 물고기들, “차마 다 하지 못한 말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바람은 자꾸 아픈 마음을 데려와” 함께 살라고 하는데, 낮잠이었을까. 시인은 “물고기 한 마리 허공에 놓아주고” 물속에 비친 물고기를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는 물속 자신을 보고, 물속 버드나무는 물 밖의 버드나무를 본다. 서로 거울이 된다.
우리는 물고기 한 마리, 버드나무 한 잎의 마음을 순간처럼 살 수 있을까. 버드나무는 물고기를 제 몸에 살게 하고, 다시 물속으로 돌려보낸다. 새로 생겨난 물 위의 길들이 거울이 되어 흔들린다. 흔들리는 물거울 위로 우리는 “이제 막 물속으로 잠기려는 잎사귀”이다. 오늘 우리는 “찬란”하고,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스스로 빛난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