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남 장관, 취임 후 첫 방문...쌍용차·현대차 비정규직 등 ‘절규’
정재은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민주노총의 첫 면담 자리는 지속적인 노정교섭을 통해 노동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노동 현안 해결을 기대할 만한 고용노동부의 태도 변화나 언급은 없었지만 양측은 노정교섭을 열어 노동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노사정 대화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노정교섭이 실질적으로 가동될지는 미지수이나 양측은 일단 첫 만남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오후 2시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방문하기는 박재완 2대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010년 9월 방문한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2년가량의 재임기간 동안 한 번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방문한 적이 없다.
방하남 장관은 인사말에서 “조건 없이 대화를 하다보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과거보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기회를 넓혀 근로자들이 중산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장관은 또한 “지금 불공정거래 등 우리사회 전반의 갑을관계 민주화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노동현안을 대화하다 보면 전체가 한 발짝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양성윤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등에 대해 아직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공무원 해고자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절규한다”며 “산적한 노동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흔쾌히 방문했는데 환영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양 비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노사정 일자리 협약’에 대해 “폐기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배제의 문제를 넘어 협약의 내용과 형식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 협약의 핵심은 시간제나 파견직을 확대해서 고용률을 달성하자는 것”이라며 “양극화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시킬 뿐”이라며 방 장관에게 쓴 소리를 했다.
비공개 면담 내용?...상시 대화 열어두는 것으로
노동자 항의 빗발...“우리가 찾아가도 한 번도 만나주지 않더니”
30분가량 비공개로 열린 면담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민주노총 비대위 간부들은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방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 문제 등 고용 및 노동 현안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앞서 72개 사업장 현황과 문제, 전교조 설립 취소 추진 중단, 공무원노조 인정, 노동 안전성 제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노(사)정 교섭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정, 노사, 중층적 교섭틀 확보를 대의원대회에서 기본적인 원칙으로 결정했다”며 △쌍용차, 현대차 비정규직 등 현안투쟁의제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등 법제도개선 과제 △공무원, 전교조 설립신고 등 노동기본권 의제 등과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며, 이를 위한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이 서면브리핑으로 공개한 면담 내용에 의하면 고용노동부는 공무원노조와 실무적 협의를 할 수 있는 회의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조는 공무원노조의 노조설립 신고서가 3차례 반려되고 최근 ‘보완’ 통보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72개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문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해결 구조를 찾아보겠다”며 “실무채널을 가동해 민주노총이 해법을 제시해주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현대제철 등 연이은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사업주 처벌 강화 등 실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기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에 대해 해법 방향이 다르지 않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고용노동부가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언급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배제적 태도”를 지적하며 “노동현안 우선 해결 등과 법 적용에 있어서 사용자의 불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및 처벌 강화 등 정부의 우선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투쟁사업장의 문제를 방치해왔음을 지적하며 법을 지켜온 노동자에게 양보를 말하기 이전에 사용자와 재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하게 요구했으며, 오늘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에 교섭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과 노동 현안 해결을 위해 상시 대화할 수 있는 협의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이를 수용했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을 찾은 방하남 장관을 향해 노동 현안 해결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쌍용차, 현대차 비정규직을 비롯해 장기 투쟁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입구에서부터 현안 문제를 담은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들은 “우리가 그렇게 노동부를 찾아갔는데 한 번도 만나주지 않다가 왜 이제 민주노총에 왔는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현대차 불법 파견 문제 당장 해결하라”,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침탈에 사과하라”, “재능교육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절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