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조개
내는 조개류를 매우 좋아하는 편입쥬. 그래서 일이 끝나는 밤 10시 무렵이면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매장에 들려서 주로 키조개나 개조개, 맛조개, 동죽, 소라, 홍합, 꼬막, 바지락, 해삼,
오징어 등등을 사다가 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와사비장을 만들어서 찍어 먹습니다
꽁치나 갈치, 병어, 대구, 명태, 멍게, 새우, 꽃게...이런류의 해물들은 요리하는 과정이나 발라먹
는 과정이 꽤 난해하기 때문에 주로 까시나 껍질을 손쉽게 발라먹을수 있는 해물들을 선택하죠
그래서 우리집은 조개껍질 외에는 생선 대가리나 까시같은 음식물 쓰레기들이 거의 없다고 바야
죠. 이날도 일이 끝난 밤 10시경에 우리동네 롯데마트 해물코너로 쪼르르 달려가서 반값에 세일
하는 키조개 한 팩하고 소라 한 팩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전에는 이마트 해물코너를 주로 이용했었는데 이마트는 3팩을 사야 반값에 주기 때문에 한팩만
사도 반값에 세일 하는 롯데마트로 갔었죠 ^&^
반값 세일이 시작되는 밤 9시경만 되면 대형마트의 해물코너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
다. 아줌씨들이 물 좋은 생선을 서로들 가져 가려고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드는 통에 체통이나 점
잖만 빼고 있으면 단 한팩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때도 있죠
그래서 지는 이번에도 체통이고 뭐고 간에 염치불구 하고, 눈을 번뜩이며 몰려드는 아줌씨들 틈
바구니로 꼽살이 껴서 물좋은 키조개 한 팩하고 소라 한 팩 겨우 챙겨 왔습죠
아줌씨들 틈 바구니로 비집고 들어가서 키조개 쟁탈전을 벌이는데 이 아줌씨들, 내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그리 곱지만은 않더라구요. 겨우 두팩 챙겨서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나오면서 돌아
보니 앞에도 아줌씨, 뒤에도 아줌씨...아저씨는 저 하나 뿐이었죠
좀 멋젓고 쑥쑤럽기도 했었지만 뭐 어쩌것습네까 ?
지도 묵고 살아야 하는것 아입니까 ? ^_^
롯데마트에서 금방 사 가지고온 물 좋은 키조개
손질해놓지 않는 키조개들도 있었지만 지는 저렇게 손질해 놓은것을 선택했죠. 정상적인 판매가
격은 보통 하나에 2천원씩인데 보시다시피 물 좋고 알이 무척 큰 키조개들이 세마리에 2천9백80
십원이였습니다
완전 반값 세일이었죠. 그러니 밤 9시부터 대형마트 해물코너 반값 세일만 시작되면 아줌씨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몰려들어 서로들 물 좋은 해물을 가져 가져고 아수라장이 되는거죠 ^&^
키조개살
키조개 3마리 완벽하게 손질하는데 1분정도 밖에 안걸렸습죠. 저렇게 손질을 해놓고 보니 키조개
3마리가 소고기 한근보다 량이 훨씬 많은것 같더라구요
이제 먹을일만 남은것 같은데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 됩니다. 저것을 저대로 초고추장에 찍어서
무그까...아니면 양파와 마늘 다진것과 초고추장을 좀 집어넣고 후라이펜에 살짝 데쳐서 무그까..
포장마차에서는 후라이팬에 집어넣지 않고 그냥 조개 껍질채로 구워 주는데 그렇게 해 묵으면
우리집 가스렌지는 순식간에 초고추장이 흘러내려 그야말로 개떡이 되어 부리는거죠 ^&^
금방 손질한 키조개살
자...이것을 워떻게 해 묵어야 하나...
잠시 장고좀 하다가 양파 반쪽과 마늘 다진것, 그리고 초고추장을 들고 왔습니다
키조개살
일단 키조개를 가위로 싹둑 싸둑 잘게 잘라서 마늘 다진것과 함께 후라이팬에 넣어 봤습니다. 가
위로 자르는 시간도 채 1~2분밖에 안 걸리더라구요. 우리집은 양파를 자를때도 가위를 사용하고
오징어나 조개를 손질할때도 가위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도마가 필요없죠 ^&^
키조개살
이렇게 초고추장까지 집어넣고 그대로 몇첨 집어 먹어봤죠. 키조개의 관자놀이 살이 무척 부드
러워 목구녁으로 넘어가는 감촉이 아주 상쾌 하더라구요. 쐬주와 함께 몇 첨 더 집어 묵다 보니
이럴것이 아니라 슥슥 버무려서 불판에 구워 먹자...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근디 키조개는 물이 아주 좋은데 후라이팬이 맛이가 좀 갔군요
저 후라이팬은 우리집에서 근 5년 이상 써묵은 후라이팬이거든요 ^&^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후라이팬이 너무 낡아서 낼은 새것으로 하나 사오려고 합니다 ^ ^
불판에 구운 키조개살
근디...근디...블로그를 보면서 키조개살을 굽다 보니 너무 구워진것 같네요
그무매 불로그 치어다 보면서 굽다가 물 좋은 키조개살 완벽하게 개떡이 되어 버렸습니다
조개류 중에서 회로 먹을수 있는것은 가리비와 키조개뿐인데 그냥 회로 끝까지 먹을걸...
후회스런 장면이죠 ^&^
그래도 꾹 참고 씹어 무그며 이슬이 쐬주도 한 병 비웠더니 기분도 삼삼한것이
세상 모든것이 몽땅 내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키조개...워쪄케 사온줄 모르쥬 ?
밤이 이슥할 무렵인 밤 10시쯤, 롯데마트 생선코너에서 수많은 아줌씨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
어가 겨우 한개 건져온 물건입쥬. 저녁 9시쯤 되면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곳의 생선코너에서
반값 세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줌씨들이 워찌나 저돌적으로 대쉬를 하는지...
저 위에 있는 키조개 한팩 사려다가 아줌씨들 틈바구니에 낑겨 앞사 당하는줄 알았당게요 ^_^
맛난 생선과 해물들을 서로들 가져가려고 한창 쟁탈전이 벌어지는데 아...이건 충청도 양반 이랍
시고 체면 차리고 점잔 빼면 단 한개도 내 차례가 오지 않게 생겼드라구요
내도 체면이고 뭣시껭이고 다 걷어 치우고 아줌씨들 틈 바구니에 꼽살이 낑겨 키조개 두팩, 소라
한 팩 이렇게 집어 왔는데 그때마다 아줌씨들의 시선이 곱지가 안드라구요
하지만 뭐 워쪄겠심껴 ?
지두 묵고 살아야 하는거 아닙니껴 ? ^_^
" 자아 ~ 지금부터 저의 롯데마트를 찾아주신 손님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드리면서 이곳에 있는
싱싱한 해물들을 무조건 반값에 세일을 하겠습니다 "
" 갈치...갈치...만원에 세마리 하던것, 5천원....
굴 260g 짜리 한봉에 4천원 하던것 2천원...
꽃게 세마리, 8천원 하던것 4천원
꽁치는 무조건 1천원에 5마리
키조개...키조개...하나에 2천원씩 하던것 지금부터 3마리 2천9백8십원..."
마트 수산코너의 직원이 이렇게 외치자 어디서 몰려왔는지 한 무더기의 아줌씨들이 선착순 하듯
우르르...몰려 들더니 물 좋은 물건 마구마구 챙기기 시작하는것 아겠심니껴 ?
이때를 놓칠세라 내두 그 살벌한 아줌씨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키조개 두팩, 소라 한팩을
마구마구 챙겨서 얼렁 비닐봉지에 넣고 나오다 함 뒤돌아보니...
앞에도 아줌씨...뒤에도 아줌씨...아무리 둘러봐도 아저씨는 나 하나 뿐이었습죠
을매나 멋젓고 쑥쑤러웠던지...
하지만 1분만 쪽 팔리면 그날 저녁은 행복한 포식을 할 수 있는데 까짓것 안면몰수하고 생선
쟁탈전을 벌이는 아줌씨들 사이로 꼽살이 끼고 말았던 것입네다
해물들이 순식간에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고 내가 한 봉지 챙겨서 나올때는 물건이 거의 바닥
나다시피 했었죠. 그런데 나중에 헐레벌떡 달려온 청바지 차림의 단발머리 아줌씨가 울상이 되어
가지고, 내 손에 들려있는 키조개 두 팩을 하염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것 아닌가요
" 저기...저어기요오..."
" 네 ? 저 말인가요 ? "
" 저...저...아저씨 손에 들려있는 키조개 한팩만 양보해 주시면...안...될...까요 ? "
" 이...이...이건...지도 오늘 집에 가지고 가야 하는디..."
" 저기...제가요...낼 아침...애들에게 키조개 구이 해준다고 약속해놔서...어..떻...게 안될까요 ? "
" 그...그...그래도...이건 안 되는디유 "
이렇게 그 청바지 단발머리 아줌씨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줌씨들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는거 아니겠습니까 ? 그런데 그 바라보는 아줌씨들의 시선이 영 곱지만은 안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네들끼리 웅성웅성 거리며 약간의 동요가 일어 났었죠
" 두팩 들고 있는데 하나 양보해도 되겠구만...웅성 웅성...쑥덕 쑥덕..."
그때 말을 더듬더듬 하면서 사정하던 아줌씨가 갑자기 힘을 얻었는지 눈을 반짝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구요
" 음...음...하나 주실거죠 ? 낼 우리 애들한테 조개구이 해준다고 약속을 해 놔서..."
기왕 이렇게 아줌씨들에게 얼굴 팔릴대로 팔린거...이제 나도 막가파로 나가기로 했습죠
" 저...저...아뢰옵기...송구...스럽사오나...지도 오늘 키조개 두팩 못 가져가면...마누라한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거든요 ? "
그때 청바지의 단발머리 아줌씨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또 천연뎍스럽게 이렇게 묻는것이었죠
" 그...그...그런데 부인께서 시장보러 안 오시고 어떻게 아저씨가 시장을 보러..."
아니...이 아줌씨가 날 아주 난감하게 만들 작정을 하고 찐짜를 붙는구나...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갑자기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 네...지는요...마누라가 밖에서 돈 벌어오고 지가 애들 돌보며 집안일을 하거덩요 "
그때 주위는 다시 한번 술렁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거리는 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 에이 ~ 아저씨...농담이시겠죠 "
" 진짜유...이 팔뚝 한 번 보세요. 긁힌자국 있죠 ?
나는 언젠가 물건을 내리다 차 문짝에 긁혀서 남아 있는 흉터를 보여 주었죠
" ............................."
" 이게...다...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사온다고 손톱으로 할킨 자국입네다 "
그래도 그 청바지의 단발머리 아줌씨는 물러갈 생각을 하지않고 계속 내 손에 들려 있는 키조개
에만 눈이 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 에라...이제...내두 모르겠다...한 팩 가져 가슈 ! "
" 아이코...고마워요...정말 고마워요 ! 아저씨 ! "
이렇게 그 아줌씨는 인삿말 한 마디 남긴다음 키조개 한팩 낚아 채 가지고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
고 나도 돌아서려 하는데 갑자기 뒤에 있는 아줌씨들이 킬킬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 오더라구요
이렁...젠장헐...뭔 기경 났다구...
이렇게 나도 속으로 중얼중얼...구시렁...구시렁...거리며 가는데...을매나 얼굴 팔리던지...
하여간 그날 나는 막말로 쪽 팔려 죽는줄 알았당게요
이와 비슷한 일이 이번 한 번뿐이 아니라 몇 번 있었죠. 밤 9시 이후, 대형마트의 생선코너에 가면
얼마든지 벌어질수 있는 헤프닝이거든요
하여간 집에와서 키조개 구이를 해서 이슬이 쐬주 하고 먹고 있는데 좀 전에 마트에서 그 찐짜붙던
아줌씨의 모습이 떠오르며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거 있죠
정신나간 사람처럼 야심한 밤에 혼자서 얼마나 웃어 댔는지...
아마 앞집에서 나의 이 웃음 소리를 들었다면 틀림없이 약간 맛이가 간 눔이라고 생각들 했었을
겁니다. 하여간 키조개 세마리를 이슬이 쐬주와 함께 묵고 나니 그제서야 주변의 물건들이 똑바
로 보이는것 같았습니다
친애하는 아줌씨들 !
담에 마트 해물코너 반값 세일때 마주치면 서로서로 한 팩씩 양보 합세다
같이 묵고 살자구요 ^&^
첫댓글 ㅉㅉㅉ! 해 묵을 줄 모르먼 잘 허는 집이로 사 들고 가먼 되는디... 비도 꼽꼽허니 와서 술 생각 나던 판에 오늘 저녁에 들어 오는 손들은 새꼬막이랑 쭈꾸미랑 싱싱헌 놈을 사 들고 들어 와 농깨 각시가 암말 안 허고 잘 맹글아 주더마... 입만 달고 와서 때우다 가는 사람들도 많은 판잉깨... ^^
몇 년 전 여름인가 보성 차밭으로 어디로 다니다가 벌교라는델 지내면서 벌교 꼬막이 맛나다 해서 사기지고 콘도에 가서는 푹푹 삶아 놓았더니 맛이 하나도 없이 먹었네요,,ㅎ
꼬막 쌂는 거는 전라도 사는 사람도 아무나 허는 거시 아닌디... 속 살이 탱글탱글허니 몰쌍허니 딱 까먼 껍딱보다 더 크개 살이 나오개 쌂아내야 제대로 쌂아내는 거랑깨요... 젓을 때 한 쪽으로만 젓어야 허고... ^^
나먹통아님은 이불 안팔리면 요리사로 전업해도 되겠네이. 그런데 남정네가 집간수를 깔끔 하게도 해놓고 사네요. ㅎㅎ.
ㅋㅋ 언제나 즐겁게 해주시는 님!!
헤헤..그 키조개 그냥 잡숴야 제 맛인디...얼마전 부산 대남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하는디...캬아...그 맛은 일품이었지요..글 맛있게 뵙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