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없이 맑고 그윽한 三白(고시히카리 쌀, 사케, 눈)의 고장 니카타현,
밥맛에 반하고 사케에 취하다
- 에치코 유자와는 10월에 첫 눈이 내리면 다음해 5월 초까지 순백의 겨울 정취를 간직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진 듯했다.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 명문장.
1972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프로판 가스를 틀어 자살한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가
1948년에 발표, 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설국(雪國)’은 이렇게 시작된다.
소설 <설국>의 무대는 니가타현이다. 여기서 ‘국경’이란 관동과 관서를 나누는 에치고 산맥을 뜻한다.
국경이란 표현은 현이 생기기 전에는 현을 나라(國)로 불렀기 때문이다.
이곳은 동해에서 불어온 습기 머금은 북풍이 해발 2,000m의 에치고산맥을 넘지 못해 눈이 되는
지리적 특성으로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한 번 내리면 3~4m는 보통, 당연히 겨울 강설량이 여름 강수량보다 많다.
그런고로 이곳은 ‘스키 강국’ 일본 스키의 발상지로,
1911년 1월 오스트리아 레르히 소령이 일본인들에게 처음으로 스키를 가르친 곳이다.
이를 기념해 레르히소령의 동상과 스키박물관도 있다.
- 눈.눈.눈. 눈의나라 설국
니가타현은 쌀과 사께와 눈 축제로 유명하다.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지인 니가타지만,
온천과 스키 그리고 사케의 세 가지 즐거움이 함께한다.
해발 2000m의 험준한 산악 틈새의 유자와 마치
설국 집필지인 에치코유자와는 온천과 눈의 대표적인 일본 겨울 관광지다.
동경에서 신칸센으로 약1시간 20분 거리의 유자와 역에서 바로 슬로프와 연결된다.
낮에는 곱고 깨끗한 눈밭에서 스키를 하고, 저녁엔 일본식 전통 요깐에서 겨울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다.
예약한 뇨깐의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로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흰 눈으로 덮여있다.
아니 눈 폭탄이었다.
그런데 도로의 제설작업이 아주 깔끔하다.
중앙선 부근에서 무엇인가 뿜어져 나온다.
가까이 가보니 감탄과 웃음이 나온다. “역시 일본이고 온천도시답다” 뿜어져 나온 것은 온천수였다.
유자와 온천마을 계곡 주변에는 에치고 산맥의 깊은 산악에 들어선 스키장들이 많다.
유럽식 스키의 발상지로 이곳 스키장의 명성은 도쿄에서 신칸센 열차가 운행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 중 최고인 '가라유자와 스키장'은 전용 신칸센 역(가라유자와)을 두고
산중턱의 스키베이스와 리조트호텔로 연결되는 전용 곤돌라를 운행한다.
스키어들은 역에서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과 호텔로 직행한다.
니가타 현에는 모두 85개 스키장이 있다.
도쿄 직장에서 퇴근 후, 신칸센열차로 이곳에 와 밤 스키를 즐기고 다시 열차를 타고 집으로 퇴근한다 ?
- 소설 ‘설국’ 의 자취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소설 속 배경이 되는 곳에 가보는 것이다.
역으로 소설을 잘 쓰려면 이야기속의 바로 그 현장에서 직접 쓰는 일이다.
탐미주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설 ‘설국’을 쓰기 위해 니가타현의 조그만 마을인 에치코 유자와의
료칸(일본 전통 여관) ‘다카한’에 3년간 머물렀다.
다카한에는 현재도 80여년 전 그가 머물며 소설을 썼던 일명 '안개의 방'인 다다미방이 재현돼 있다.
“캄캄한 굴을 빠져나가 맞이한 순백의 세계,
그 터널 저편엔 동경과 고독이,
도회의 한 남자가 갈망하여 찾아간 눈 덮인 깊은 산속의 온천 마을에서 찾은 정결하고 따뜻한 사랑.
그러나 거기서도 부딪히는 인간숙명의 근원적 고독.
”인간의 생래적 비애를 투명한 미학적, 탐미적 가치로 완성한 소설 '설국'.
내면의 순수를 사랑을 통해 투명하게 비추었다고 평가받는 이 소설은 첫 페이지만 읽어도,
‘하얗게 변한 밤의 밑바닥’ 등 ‘눈’을 통해 순수한 심성을 그려내는 작가의 심미적 혜안을 느낀다.
직장 행사로 도쿄에 갔다 짬을 내어 소설 설국의 무대이자 집필지인
에치코 유자와 온천마을에 처음(2008년 2월 첫 여행) 도착했을 때는 소설의 첫 묘사처럼 온통 눈천지였다.
유자와에 가는 동안 따뜻하고 화사한 겨울 햇살은 달리는 차창에도,
초록의 동백잎에도, 마른 풀이 덮인 들판과 지붕위에도 반짝였다.
얼마쯤 지났을까?
차창 밖 멀리로 후지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 가슴이 탁 막히면서 어떤 신령스러움이 가슴으로 전해왔다. 영산이었다.
후지산을 옆에 놓고 후지카와 철교를 질주하는 700계 신칸센 열차
그런데 그 화사한 겨울 햇살이 긴- 터널 하나를 경계로,
좀 길다 싶은 터널을 지나자 거짓말처럼 눈의 세계가 펼쳐졌다. 온통 눈의 나라다.
마치 가와바타의 소설처럼...
‘도쿄에서 출발한 신칸센 열차는 다카사키역 이후로는 대부분 터널 안이다.
아마도 높은 산악지대를 지나는 듯하다.
터널은 1931년 개통한 조에츠선 시미즈 터널이다. 가와바타가 타고 다녔던 JR 열차용이다.
조모고겐 역에서 다시 시작된 긴 터널이 종착역인 에치고 유자와역에 도착하는데,
이것이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자 설국이었다’로 시작되는 소설 '설국'의 그 긴 터널이다.
열차는 군마현을 거쳐 시미즈터널을 통과해야 비로소 '설국' 의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 역에 닿는다.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면 요술처럼 눈이 내리고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힌 동화의 세계...
터널의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 시공을 뛰어넘는 듯한 새로운 감각이다.
거리의 나무는 3~4m쯤 눈에 파묻혀 있고, 건물은 이글루처럼 얼굴에 온통 눈투성이인 채로 서 있다.
불과 1시간여 만에 전혀 다른 세계다. 마침내 유자와 시내로 들어선 것이다.
시미지터널
군마현과 니가타현 사이에 있는 조에쓰 선의 터널이다.
시미즈터널은 소문대로 길고 길다, 터널안에 역이 두개나 있다.
가와바타다 타고다녔던 재래선인 JR열차용 조에쓰 선에는 각각 단선인 시미즈 터널, 신시미즈 터널 2개가 있다.
조에쓰 신칸센의 복선터널인 다이시미즈 터널까지 3개의 터널이 병행한다.
교통편
대한항공이 니가타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혹은 도쿄 하네다,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해 도쿄역이나 우에노역에서
에치고 유자와까지 조에쓰 신칸센을 타고 이동(1시간 30분)할 수 있다.
첫댓글 즐겁고 행복하게 보고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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