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에게
부모님 서울에서 아프다는 소식에 허방만 짚다가
소일거리 하나를 찾았어요.
세제를 쓰지 않는 수세미 만들기!
사무실의 젊은 목사님이 텔레비전에서 보았다고 실험해 보라길래
아크릴 실 100%라는 실뭉치를 사다가 패드를 코바늘로 만들었지요.
설거지를 그걸로 해보았는데요.
잉? 진짜네? 식용유도 세제 없이 닦이고 프라이팬도 닦이고,
마지막에 수세미만 세제로 한 번 빨아주면 되네.
제가 원래 발명품 전시장 구경을 참 좋아했거든요.
이것저것 구경타가 무언가 사기도 하고 금방 망가져서
순 엉터리라고 욕도 하고
아버지를 껍데기만 닮았나 봅니다.
아버지는 진짜루 발명특허를 냈는데
저는 남이 해놓은 거 구경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마치 내가 무슨 발명이라도 한 양 재미가 나서
자꾸만 패드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이곳에서 내가 아는 사람 모두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생각하니까
오매, 아는 사람 숫자가 적은 건 아니겠지요.
그래서 다시 가까운 사람부터 정하려니까 그것도 쉽지 않구요.
암튼 시간 죽이고 생각 안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서 좋네요.
실 한 뭉치 일 달러 조금 더 주고 사면 네다섯 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그러다가 상상이 지나쳐서 사업 구상으로 들어갔지요.
영문으로 설명서를 만들어서 비닐에 하나씩 넣어서
남편의 드랍 오프 클리너에서 시험적으로 팔아보자.
막내는 수공품이니까 5달러 받아야 한다는데, 세상에 누가 수세미를 5달러 주고 사겠어요?
판촉용으로 우선 1달러만 받고, 그 다음에는 3달러쯤 받을까
수명도 길고...세제도 절약하고...
기사 하나 쓰느라 성질이 날 대로 났다가
그 상상하다가 즐거워졌지요.
아버지 어머니 생각도 저만치 물러나고...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마음앓이하는 데에도 지쳐 버렸거든요.
아크릴사 100%라는 실은 목도리용으로 수예 코너에서 파는데
그게 기름을 흡수 분해하는 성질이 있다네요. 게다가 냄새도 잡아먹더라구요.
신기하지요? 물에 젖어도 질겨서 오래 갈 것 같아요.
서울에선 재활용세제라는 것도 써본 기억도 나는데
미국은 세제고 치약이고 무엇이고간에 다 독해서 기분이 별로였거든요.
뜨개질 해본 지가 십수 년도 더 되었는데
몇 개 장난처럼 떴더니 팔목이 아프네요.
네가 열체질이라 뜨개질을 하면 머리에서 김이 펄펄 나는데
누구를 주겠다고 생각하면 잘 참거든요.
파는 일은 몰라도 주고픈 사람 숫자만큼 뜨개질에 몰두하다보면
봄이 성큼 다가와 꽃 피고 오리들이 목청을 높이겠지요.
그렇게 중년의 내 마음에도 물이 올라 있겠지요.
트윈에게도 주고 싶지만, 아마 소포비가 열 배는 넘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