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 서정주
천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나른다.
천년을 보던 눈이
천년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 한번 천애(天涯)에 맞부딪노나
산 더어리 같아야 할 분노가
초목도 울려야 할 설움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서니,*
보라, 옥빛, 꼭두서니,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을 보자.
누이의 어깨 너머
누이의 수틀 속의 꽃밭을 보듯
울음은 해일
아니면 크나큰 제사와 같이
춤이야 어느땐들 골라 못 추랴
멍멍히** 잦은 목을 제 죽지에 묻을 바에야
춤이야 어느 술참 땐들 골라 못추랴
긴 머리 자진 머리 일렁이는 구름 속을
저, 울음으로도 춤으로도 참음으로도 다하지 못한 것이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저승곁을 날은다.
*꼭두서니: 꼭두서닛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
**멍멍히: 말이 없이 어리둥절함
♬ 사랑하면 할수록 - 한성민
첫댓글 종이배는 어디로 떠내려 갔을까??? 새삼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항상 즐거운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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