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날, 방학이라 집에 온 큰딸은 친구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청소하고 다림질을
하고 나니 할 일도 없어서 TV 시청하는 아내 옆에 앉았습니다. 주말연속극을 재방송하고
있었습니다.
극 중 중요 인물인 남자와 여자는 최근에 재혼을 했습니다. 남자에게 아들과 딸이 하나씩
여자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둘이 있습니다. 남자의 전 처가는 아주 부유합니다. 엄마 잃은
외손주들에게 아낌 없는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반면 남자의 친가는 평범하고
여자는 할머니만 계실 뿐입니다.
직장인인 남자와 여자는 가정을 이루면서 합치게 된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남자의 처가가 지원해주던 음악 영어 개인교습을 중단하고 아이 다섯과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하여 원하는 학원들을 선택하게 합니다. 남자의 딸은 쉽게 수긍했지만 아들은
아쉬워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남자의 전 처가 어른들도 인연을 끊으려고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여자가 아이들이 없는 자리에서 남자에게 여태까지 하던 건 그대로 두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합니다. 남자는 이제 새로 가정을 이루었으니 부모 능력에 맞는 혜택을 누리는 게 맞다,
아이들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그 장면을 보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래도 하던 거는 그대로 하게 해 주지."
"내 생각은 달라요. 그럴 경우 여자 쪽 아이들은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고 남자 쪽 아이들
역시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기 쉬워. 갈등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고 새로 이어진
가정에 구성원들이 적응하고 화목해지기 어렵죠."
"그런가? 남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제 대답에 아내는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친구 만나러 나갔던 큰딸이 들어와서 이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 어떤 결정을 하든 아이들은 변화를 느낄 거예요. 남자 쪽 아이들은 박탈감을 여자 쪽
아이들은 차이를 느끼겠죠. 더 생각해야 할 점은 남자의 전 처가가 아니라 친가가 부자인
경우예요. 그 때도 남자가 같은 의견을 쉽게 내놓을 수 있을까요?"
"그렇네. 그런 경우 남자가 생각은 그렇게 해도 부모에게 강하게 말하기 더 어렵겠지."
"아! 참 복잡하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저도 아내도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 또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지점을 건드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댓글 요즘 이 주말드라마 인기가 참 많더라구요. 저도 간혹 볼 때가 있는데 재밌었습니다. 주말드라마라 경쾌하게 그리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있는 경우라면 아이들이 꽤나 상처도 받고 방황도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감싸주고 이해시켜 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겠죠.
동시간 대 타 방송사의 드라마보다는 대본이 나아보이더군요. 현실이라면 어른들도 갈팡질팡하기 더 쉽고 아이들도 상처받기 더 쉽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