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 사회 많은 곳에 변화를 일으켰다. 붉은 악마의 물결은 한국의 역동성을 세계에 알렸다. 월드컵 개최 즈음, 한국 관광문화는 소비와 유흥이 주류였다. 단체로 모집한 관광객에게 고궁을 보여주고 급성장한 서울 도심을 돌아 명동과 남대문 시장으로 발길을 옮겨 쇼핑하는 것이 대표적인 우리 관광상품이었다.
“소비·유흥·볼거리 관광에서 체험·치유 웰빙 관광으로”
볼거리, 소비, 유흥 중심의 관광문화에 전통문화와 정신문화를 체험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관광이 도입됐다. 그 중심에 섰던 템플스테이가 올해로 도입 10년째다.
첫 템플스테이는 20002년 5월 11일 직지사에서 열렸다. 당시 10여개 사찰이 템플스테이를 시작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109사찰이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사업을 컨트롤하는 중심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다. 템플스테이 10주년을 맞아 단장 지현 스님을 만났다.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의 성공요인을 어떻게 분석할까?
지현 스님은 한국전통문화의 재인식과 새로운 관광 시류 주도, 국가이미지 개선, 지역관광경제 활성화 및 이미지 제고 등을 성과로 꼽았다.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소비와 유흥의 관광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하고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힐링 관광으로의 변화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템플스테이 영향…서원스테이, 고택스테이, 처치스테이까지”
템플스테이가 볼거리와 쇼핑 위주의 한국관광 문화를 한 단계 높였다. 지현 스님의 말처럼 템플스테이는 관광문화의 변화를 주도했다. 템프스테이 시행 이후 우후죽순처럼 각종 ‘스테이’가 등장했다. 서원스테이, 고택스테이에 이어 심지어 처치스테이까지 등장한 것이다.
템프스테이는 ‘템플(temple)+스테이(stay)’이다. 눈으로 힐끗 보고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다. 깃발부대처럼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면서 사진 몇 장 찍고 서둘러 바가지 쇼핑에 나서는 관광과는 질이 다르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의 보고(寶庫) 인 사찰에서 머무르면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종합문화 생활체험 코스다. 마이크를 든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도 없다. 의무적인 쇼핑도 없다. 1700년 동안 이어져온 산사와 그곳에서 수행하며 살고 있는 수행자들의 안내로 행복과 평화를 느끼며 고통을 치유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지현 스님.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의 성과를 세계인이 한국에 푹~ 빠지게 말들고, 우리사회의 갈등과 통합 효과까지 파생시키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불교닷컴
지현 스님은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템프스테이의 또 하나의 성과는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가 지닌 유·무형의 가치를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며 “종교적 인식이 아닌 우리 전통문화의 맛과 가치를 마음에 담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통문화 가치 내·외국인에 재인식 계기”
템플스테이는 월드컵이 계기였다. 세계적 축제에 온 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우리 것이 없었다. 5천년 역사의 한국이지만 세계가 인식하는 한국은 전쟁을 이겨낸 한강의 기적 정도다.
지현 스님은 “뿌리 깊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없었다. 템플스테이는 전쟁국가, 경제도상국이라는 고정된 국가이미지를,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강국, 역사와 문화가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하는 대사관의 역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현 스님은 또 “한국이 주최하는 다양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는 외국정상들과 관계자들이 사찰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한다. 그들이 다시 유구한 한국의 역사를 자국에 알리는 것이다. 이제는 각국 대사관을 통해 템프스테이를 체험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다”고 전했다.
템플스테이도 시작은 어려웠다. 개념도 익숙하지 않았고, 짧은 준비기간으로 프로그램도 한정됐다. 때문에 사찰 수련회와 템플스테이를 혼동했다.
지현 스님은 “사업 초기에는 전통문화체험에 프로그램이 국한됐지만 지금은 지역관광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사업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지역관광활성화·관광문화 이미지 제고도 성과”
템플스테이는 월드컵이 단초가 됐지만, 역사를 더듬어 돌라가면 뿌리가 깊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과 신하, 민초들은 사찰을 찾아 머물려 병을 치유하고, 휴식했다. 조선 세종대왕은 강원도 상원사에 머물며 자신의 병을 치유했다. 현대 템플스테이와 모습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뿌리는 엿볼 수 있다.
외국인의 템플스테이 기록도 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1894년 겨울 환갑을 넘긴 63세의 고령에도 한국을 4차례나 방문했다. 그가 남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는 그녀가 금강산의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에서 머물며(템프스테이) 체험한 소감이 전한다. 외국인인 그녀가 ‘천국’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장안사 템플스테이에 감동했다.
“이곳에서 밤 아홉시는 한 밤중이다.…천국에서 이틀을 보낸 듯 한 장안사의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은 아껴서 적는 것은 양보의 미덕이라 해야겠다.”
템플스테이가 머무르는 데 국한되지 않고 사찰의 건축과 불상, 범종에 대한 설명도 듣는 등 한국불교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경험을 전한 사례도 있다. 또 사찰이 외국인 탐방객에게 얼마나 후하게 대접했는지도 전한다.
“그들은 자기들 교리가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도 살생하지 않는 반면, 우리는 동물들의 삶을 무시하고 탈속과 구원에 이르는 여러 가지 금욕을 높이 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산사에서 일반적인 문화란 불교에 원천을 두는 것으로 그 자상한 접대와 배려, 행동거지의 온후함은 한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그 꼴난 공자들의 후예가 가진 교만함과 거만함, 오만 방자함이나 자만심과 아주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매년 30%이상 증가…10년간 약 192만명 체험”
교만하고 방자한 한국의 이미지가 템플스테이로 인해 자상하고 배려 깊은 온후한 이미지의 한국을 인식하도록 한 좋은 사례다. 현대의 템플스테이 역시 전쟁으로 얼룩진 한국의 이미지를 넘어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전하는 국가홍보대사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명연예인 이효리가 템플스테이를 다녀오면서 젊은 층으로까지 입소문이 나는 등 화제가 됐다. 이효리는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어요~ 먹은 밥그릇 찬그릇까지 물로 씻어 그물까지 마시는 발우공양을 하고나니 모두다 이렇게 먹고난자리가 깨끗하다면 세상이 아름다워질꺼 같았어요 정말 좋은 경험 여러분도 한번 해보셔요~~”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 @씨제이 엔터테인먼드 제공. 이효리는 템플스테이 체험을 트위터에 올린 후 환경과 아름다운 세상을 고민하는 개념녀로 등극했다.
산사에서의 전통적인 한끼 식사를 체험한 그녀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 같다고 적은 체험기는 발우공양이 빈그릇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SNS에는 체험 후기를 남기는 외국인들의 트윗이 줄을 잇는다. 앨슨 켄트는 “선운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인상적인 체험을 했다. 평화로움과 깨우침, 고요함, 좌선 잊을 수가 없다”고 후기를 남겼다.
템플스테이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2002년 첫 템플스테이 운영당시 외국인 참가자 1,000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 2002년 연인원 5,116명에서 2011년 419,560명으로 증가했다. 200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882%라는 무서운 증가세로 화제였다. 운영사찰도 33곳에서 109곳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지현 스님은 “국내·외 참가자가 매년 30%이상 증가해 지난해 말 192만 명 이상이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문화적 자원이 경제 사회적 효과를 발휘하려면 짧게는 10년, 길제는 50년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템플스테이는 10년이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급성장했다”면서 “지난 2009년 OECD는 ‘전 세계의 성공적인 5대 관광 상품’ 중 하나이자,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템플스테이를 선정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템플스테이 110점…갈등 해소·사회통합 파급 커”
지현 스님은 템프스테이에 ‘110점’의 점수를 매겼다. 사업 책임자로서 후한 점수를 주는 게 당연하지만 이유가 궁금했다.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의 가치를 관광상품으로서 제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점수를 후하게 줬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지현 스님은 “우수한 콘텐츠를 가진 우리 전통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들은 이제 서울의 발전상 보다 산사에서 듣는 새소리와 굴뚝 연기, 풀 한포기, 예불 소리에 더 감동한다. 한국문화를 마음으로 담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템플스테이에 많은 내국인이 참여한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서 갈등과 번민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서 찾아온다.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가면 가정과 직장, 사회를 건강히 하는 큰 몫을 담당하게 된다”면서 “마음을 치유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느는 등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돈이나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경제적 잠재력이 큰 고품격 관광문화자원임과 동시에 개인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서 “향후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는 “늘 도심속에서 생활 하다가 자연속으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는게 익숙하지 않아 약간 피곤하긴 하지만 새소리, 나무향기, 물의 감촉등을 피곤함과 도심속의 번뇌를 잊게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간다.”는 등의 후기가 많이 오른다. 치유된 마음으로 사회에 돌아간 이들이 행복을 우리 사회에 퍼뜨리는 것이다.
지현 스님 말처럼 템플스테이는 갈등 치유라는 사회적 효과를 파생시켰다. ‘참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컨셉트는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 마음을 두드렸고, 웰빙과 로하스 등 건강한 사람에 대한 욕구가 확산되던 시기와 맞물려 심신을 치유하고픈 욕구를 충족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천년세월의 정취를 품은 고찰(古刹)을 만나고, 이곳에서 체험한 문화적 정취와 만족은 덤이다.
전병길 동국대 호텔관광학부 교수는 ‘템플스테이의 현재 및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기성장·자연동화·대인교류·휴식·교육’ 등 5가지를 체험요소로 도출했다.
첫댓글 인터넷으로만 공부하다보니 절생활을 잘모릅니다.
몇일이라도 산사에 머물며 붓다의 참뜻을 헤아려 보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저 뿐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본성이 그리할 것 같습니다.
혜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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