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찾기 94호]
우리가족의 삼천배 이야기
평소에 백련암에 한 달에 한 번씩 삼천배를 하러 가시는 선생님께서 7일 7야를 이야
기를 하시면서 7일 동안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절을 하는데 저 보고 "같이 가서 절을
하면 참 좋을 텐데 선생님은 아이가 어려서 힘들겠지?" 하시면서 강요를 안 하시더라
고요. 저희는 주말 부부라 아이들을 제가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 아이들 둘 만 두
고 밤샘 절을 한다는 건 아쉽지만 도전할 수 없었죠. 갈 수는 없었지만 왠지 아쉽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 후로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삼천배를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혼자서 집에서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정식으로 절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체....
그러다가 2006년 12월 달 셋째 주 토요일에 밤샘 3000배가 있는데 같이 가 보자고
하시더군요.이 선생님의 특징은 절의 좋은 점, 절의 공덕 이런 것은전혀 말씀하시지
않았어요.그래도 저는 도대체 3000배라는 게 뭔지를 체험해 보고 싶더라고요. 성질
상 욕심이 많아서 그랬나 봐요.
처음 남편은 주말에만 오는 자기를 맞이하지도 않고 아이들을 두고 절하러 간다는
걸 썩 내켜하지 않더군요.전형적인 경상도 남자거든요. 방학 동안에 열심히 아이들
과 자기를 위해 맛있는 반찬 만들어 주겠다는 다짐을 하고 선생님의 남편분이 운전
하는 차를 타고 해인사 백련암에 갔습니다.
적광전이라는 곳에 안내를 해서 들어갔더니 좌복이-그것이 좌복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나란히 깔려있고 6시쯤에 도착하니 방석위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경을 읽는 분 ,절을 하는 분, 접수를 하시는 분 등 사람들이 너무 많더군요
분주한 가운데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다름 아닌 젊은 남자분들이 그렇게 절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전 사실은 초파일 신도였거든요. 그리고 절은 어머니들이나
다니는 곳이라 여기는 어리석은 중생이었죠.또 아이에서 부터 연세 지긋하신 어르
신까지 함께 합창하는 지심귀명례의 낭랑한 소리는 저를 두번 째로 감동시켰습니다.
감동의 물결 속에서 눈치껏 절 하는 법을 흘낏 흘낏 보면서 1000배를 따라하고 간식
맛있게 먹고 800배를 손을 짚어가면서 겨우 끝내고 법당문을 나왔을 때의 그 상쾌함
하늘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별들은 또 저를 벅차게 감동시키고......
600배는 겨우 마쳤지만 도저히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아 앉아서 지심귀명례만 열심히
따라하고 회향하고 3000배는 성공 못했습니다.참으로 아쉽고 속상하더군요.꼭 삼천
배를 하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죠.
그 후로 좀처럼 백련암 갈 기회를 갖지 못하고 몇 개월을 집에서 108배를 하는 것으
로 아쉬움을 달래었습니다.그러다가 2007년 5월에 백련암을 갈 수 있었죠. 힘들었지
만 3000배 성공했습니다. 그 기쁨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이상하
리 만치 든든해 지더군요.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잠도 자지 않고 안소
영 님의 차를 타고 새벽에 집에 왔습니다. 자고 있는 남편한테 삼배를 했죠. 무조건.
이유는 없었습니다. 아이들 방을 향해서도 삼배를 하고. 벅찬 감정을 그렇게 표현했
습니다. 그리고 아침 8시에 전남 나주에 교사대회가 있어서 진주에서 버스를 타고 갔
는데 하나도 피곤하지를 않았어요. 날아갈 듯한 기분......
유월에도 백련암을 가고....그리고 주변 분들의 삼천배 영험담 이야기 들은 것을 집에
와서 이야기 해 주고 그러다가,
"여보 다음 7월에는 가족여행을 합천 해인사 백련암으로 가 보는 게 어떨까요.너무
너무 경치가 좋아요. 당신은 절 안해도 되고 자면 되거든요. 그리구 이번에는 저도 불
명을 받고 싶은데 ...."
생각해 보자더군요. 우리 남편 생각해 보자는 건 반 승낙입니다. 그 이후로 셋째 주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열심히 절을 했습니다. 아들 보고도 아빠도 가니까 같이 가자니
간다고 하더군요. 딸은 개성파라 안 간대요.토요일 오후 녹음이 짙은 해인사를 들어
서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모두가 탄성을 지르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차문을
열고 심호흡을 하면서 백련암에 올라왔습니다.
저녁 공양을 하고 남편 보고 제가 또 넌지시 말을 건넸죠. "여기까지 왔는데 법당안에
들어가서 절하는 사람들 구경 한 번 해 보세요."
평소에 제 남편은 절에 가도 법당에는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아! 그런데 왠
일입니까? 아들보고 같이 법당에 가재요.좌복을 하나씩 차지하고 셋이 한 쪽에 자리
를 잡았죠. 어질이 님이 가르쳐 주시는 초보자를 위한 절 법을 배우고, 드디어 1000
배 시작 아들과 남편은 처음 하는 데도 1000배를 쉽게 하더라구요. 그러고는 아들이
힘들어하니 자러 가더라구요. 그런데 남편이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보더라고요 ....
대단한 일이었죠.
저는 드디어 아침 7시에 장경각에서 불명을 받았습니다. 삼천배를 3번을 해 낸 후에
받았죠.그것이 예의다 쉽더라구요.
'고원향'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갖게 되다니 이 감동은 또 어떻게 해야할 지......
아들이 참 좋아하더군요. 그리구 많이 축하해 주고.남편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좋아
하는 표정이 비치고...저는 그저 감사합니다만 되뇌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스스로 집에서 일과를 삼백배씩 했습니다. 삼천배를 힘들지 않게 하려
면 일과를 삼백배하면 된다고 옆에 분이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 날부터 아침
6시부터 300배를 하기 시작하했습니다. 108배를 할 때는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에
마치니까 괜찮았는데 삼백배를 하면서부터는 식구들에게 절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
더라구요. 그것이 처음에는 쑥쓰럽고 어색하더니 어느 날 부터는 바라보는 식구도
절하는 저도 자연스러워지더군요.
그러면서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혼자서 객지생활을 하면서 아침일찍 일어나
서 마을 뒷산에 있는 절에 다니기 시작한 거예요.그리고 삼배도 안하던 사람이 108
배를 .그리고 부처님 앞에서 108배를 108번 할 때까지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을 했대
요.30년 동안 피워온 담배를.
드디어 2008년 1월 21일 108번을 했습니다.물론 담배를 끊었죠. 몇 번 금연을 다짐
했다가 금단현상 때문에 실패했던 담배 끊기가 신기하게도 부처님 앞에서 108배를
하고 금연을 다짐한 후로는 금단현상이 나타나지 않더랍니다.남편도 그것이 신기하
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금연 성공 이야기와 절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내가 절을 하면서 자기에게 강요를 했으면 안 했을 거라고 하면서.그런데 백련암
에 가서 절 하는 세계가 남편도 너무 신기한 세상이었대요.세상에 이런데도 있구나!
그리고 깊은 산중에서 울려나오는 지심귀명례 소리가 그렇게 듣기가 좋더래요.
그리고 자기도 불명을 받고 싶다고 하더군요.2월 16일 드디어 백련암에 남편과 도
착 평소보다 일찍와서 초보자 남편을 위해 미리 500배를 해 두었습니다.그리고 저는
남편이 원만회향하기를 기원했죠.제가 절을 시작하고 난 후 만 일년 만에 남편이
삼천배를 해냈습니다.이건 분명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것이었습니다. 부처님 감사합
니다. 대중의 공덕 감사합니다. 저를 삼천배의 세계로 이끈 선생님 감사합니다.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주변 사람들에게 절 이야기를 저보다 남편이 더 많이 합니다. 방학 동안에는
아들과 함께 나란히 법당에 절을 하러 가고요.참 감사한 일입니다.
요즘 저의 남편 절 공덕 확실히 인정합니다.절 공덕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거든
요.무엇보다도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다는 겁니다.그래서 더욱 감사의 절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모두가 감사한 일들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의 말로써 저 절 수행 공덕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아들의 말
을 빌리면 엄마가 요즘 화를 안 내어서 엄마같지가 않고 다른 사람같대요.농담으로
엄마 절 중단하래요.이럴 땐 엄마가 화를 내야 되는데 화를 안 내시니.....제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업을 지었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1년 만에 겨우 변한 저보다 남편은 몇 개월만에 저 보다 더 사람이 부드러워졌어요.
가정이 따뜻해졌습니다.
왕초보로 절을 하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난 후에야 절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습니다.
절은
서서히 사람을 바꾼다는 걸
사람을 대하는 데 많은 말이 필요없다는 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는 걸
자신을 한 없이 낮추어야 한다는 걸
모든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걸
더 이상 업을 짓지 말고 닦으며 살아야 한다는 걸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 준다는 걸
저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삼천배 이야기를 하다가 제 이야기로 빠져버렸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남의 글만 읽는 것이 도리가 아니다 싶어
부족하지만 올렸습니다. |
첫댓글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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