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건 대학이 위치한 작은 소도시인 앤아버에 도착해서 난 두가지에 크게 놀랐다. 우선 식료품가격이 내가 여행해본 미국내 여타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과 그런 저렴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한달 생활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충분한 능력이 되셔서 아무렇지 않게 수백달러를 지출해도 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계획없이 필요한 것 다 사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경제적 지원이 풍족치 못한지라 최대한 아껴쓰려는 철든 학생들, 이왕이면 쓸돈 커뮤니티를 위해 가치있게 쓰이길 바라는 휴머니스트 학생들, 나 처럼 본인이 피땀흘려 번 돈 최대한 아껴쓰기 위해 피터지게 입술 꽉 깨문 의지의 학생들과 앤아버에서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한 쇼핑 정보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1. Kiwanis
앤아버 다운타운 서쪽 First st과 Washington st이 만나는 코너에는 Kiwanis라고 불리우는 중고품 가게가 있다. 가게는 가겐데 기증받은 중고물품을 간단히 한번 손봐서 되파는 비영리 중고품점이다. 특별히 마진을 남길 이유가 없고,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현직에서 은퇴한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 자원 봉사자들이라, 이곳의 물건들은 가격이 상당히 싼 편이다.
유리그릇 코너에서 열심히 포장을 하고 계시는 자원봉사자 할머니들 (Kiwanis 로고가 새겨진 앞치마가 탐났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실 내가 이 가게를 소개하고픈 또 다른 이유는 이 가게가 갖춘 방대한 컬렉션 때문이다. 중고서적, 오래된 LP 판부터 옷, 신발, 가구, 가전제품까지, 정말 이런것도 파나 싶을 물건까지 없는게 없다. 그래서 혹시 새로 사긴 아깝고, 없으면 불편할것 같은 물건들은 이곳에서 구입하면 꽤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들어 보겠다. 미국에서 유용하면서도 가져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물품중 하나인 인터넷 케이블은 생각보다 비싼 편이다. 지인을 통해 여분의 케이블을 얻으면 그만이지만, 이 마저 여의치 않을때는 꼼짝없이 사야되는데, 한국처럼 인터넷 공급 업체에서 하나 받아 써오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 길이에 따라 10~20달러 돈 들여 사긴 좀 아까운게 사실이다. 난 여기서 2달러에 5ft 짜리 케이블을 샀다. 그 외에도 이선 전기 아울렛을 삼선 아울렛으로 바꾸는 소켓이나 "뚫어뻥"이라 불리우는 변기 압축기 같은 것들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아이템들을 중고로 구매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이고, 저 키 큰 양반은 스키세트도 구입하셨구만... 이 창고에 있는 파란색 박스에 담긴 물건들은 이미 구매한 것으로 바깥에 본인의 차에 싣기 위해 대기중인 물건들이다. 토요일 9시부터 12시까지만 문을 열기 때문에 차를 잠시 정차 시킬 수 있는 이 작은 창고 앞은 순서대로 들어오는 차를 기다리는 구매자들로 항상 붐빈다.
이런 곳에서 물건을 사는 나를 보며, 뭐 이렇게까지 청승맞게 사나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이지 않은 미국인들도 와서 물건을 사가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물건을 사가는 가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가끔은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나누어주는 할아버지들도 볼 수 있다. (난 이날 누가바와 정말 모양과 맛이 똑같은 소위 "하드"를 먹었다. 누가바의 카피 제품인지 누가바가 카피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굳이 이런 곳에 와서 물건을 사 가는지 난 잘 모른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와 헌 축구공과 세발 자전거를 사가는 이유도 난 모르겠다. 자원 봉사자들이 왜 이 동양인에게 공짜로 누가바를 나눠 주는지 알 도리도 없다. 근데~ 난 한가지 사실은 안다. 이런 곳이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 말이다.
2. Salvation Army Store
그럼 이제 앤아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고판매점 하나를 더 소개하겠다. 바로 Salvation Army Store (구세군 상점)이다. 앞서 소개한 Kiwanis가 앤아버에 사는 분들을 위한 정보라면 이 구세군 스토어는 미국 다른지역에 사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다. 구세군 스토어들이 미국 주요 도시마다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Kiwanis와 마찬가지로 기증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 중고 판매점이라 가격이 저렴하다. 물론 가격이외에 뭔가가 있으니까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묘사하지 않았겠는가. 이곳의 특징은 물건의 퀄러티이다. Kiwanis 가 간단히 손봐서 되판다고 한다면, 이곳은 그 보다는 좀 더 심도있는 검수 절차를 거친다고 할까. 물건들이 좀 더 깨끗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자렌지, 진공청소기 같은 가전 제품은 개인적으로 구세군 스토어를 추천한다. 내 미국인 룸메이트는 이곳에 가서 전자렌지를 구입해 왔었다. 거기에다 가끔은 정말 새것과 같은 신발이나 가방, 가구등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from: Michigan Daily) 주소는 1621 S State St.인데, 이곳은 다운타운에서 떨어진 앤아버 남쪽에 위치해 있어 차가 없을 경우 오가는데 약간 불편한 점이 있다.
3. ReUse Center of Recycle Ann Arbor
구세군 스토어가 위치한 State 길 옆에 위치한 Industrial Highway는 그야 말로 중고품 구매에 천국이다. Ann Arbor 고유의 로컬 중고 판매점 두곳이 위치했기 때문인데, 그 중 하나인 Reuse Center 그러니까 말 그대로 재활용 센터는 위에 소개한 두 곳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운영 배경을 가지고 있다. Kiwanis와 구세군 스토어가 중고품 판매를 통해 로컬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재정적인 기여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이 센터의 운영 단체는 우리나라의 녹색연합과 같은 환경시민 단체 처럼 재활용의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단체는 앤아버를 통째로 재활용해버리겠다는 그들의 거창한 모토인 Recycle Ann Arbor (이하 RAA)를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물건들은 그 퀄러티에서는 앤아버 최상인 것 같다. 사실 이 발언은 굉장히 조심스럽긴 한데, 개인적으로 아픈 경험에서 비롯된 발언이기 때문이다.
난 사실 내 중고 자전거를 Kiwanis에서 구입했다. 상태가 나쁘지 않고 하이브리드 로드 바이크는 중고로 구입하기 흔한지 않은 타입이여서 마음에 들어했었는데, 구입한 다음날인가 이곳을 방문했을때 정말 마음에 쏙 드는 크루즈 바이크를 단돈 40달러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내 자전거보다 상태도 훨씬 좋은데다가 가격도 내가 구입한 가격과 같으니 사실 배가 많이 아렸다. 펜더가 달린 그 자전거를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한 없이 바라보던 일이 기억날 만큼, Kiwanis 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재활용이 되는 것 같다. 가게도 좀 더 정리된 느낌이 들고.. 물론 그날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판단착오일 수도 있으니 다시 한 번 참고 바란다.
(from yelp.com)
주소 : 2420 South Industrial Highway
4. Ann Arbor PTO Thrift Shop
내가 미국의 College Town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 하나는 그 도시에 어김없이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 어딘가에는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앤아버는 그런 점에서 매우 축복받은 도시이다. 이런 작은 도시에 비영리 중고 판매점이 4개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군데가 Industrial highway 와 State이 위치한 삼각지대에 몰려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려는 이 PTO thrift의 물건종류의 스펙트럼과 퀼러티는 구세군 스토어와 비슷한 것 같다. 다만 이름을 좀 걸고 넘어가고 싶어 마지막에 추가 했다. 미국에서 중고 물건을 사고 싶은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 경우 작은 팁 하나는 바로 구글에 그 도시 이름과 Thrift Store 를 함께 때려 넣는거다. 이런 류의 중고 판매점을 Thrift store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역 학교를 지원한다고 한다. 한 자원봉사자는 가구와 옷이 이곳의 장점이라고 귀뜸해 줬다. 그리고 이곳은 가구를 직접 가져다 기증해 주지 않아도 스토어에서 가구를 기증 받기 위해 몸소 친히 차를 가지고 행차해 주시는 아량까지 베풀어 주신다 하니, 본인이 커뮤니티를 돕고 싶은 경우 기증하기도 좋은 곳인 셈이다.
(from photos.bouma.com)
주소 : 2280 South Industrial Highway
|
출처: Chicago (시카고) 원문보기 글쓴이: 산여울
첫댓글 앤아버는 미시간주에서 디트로이트 근교에 있고 작지 않은 도시일 것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융성하는 도시였지만 미시간의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빌빌대고 있으니까, 활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등의 도시들의 부동산 시세는 아주 낮아져 있습니다. 옛날의 영화를 생각하게 하는 도시들이지요.
그나마 Ann Arbor는 UM이 있어서 디트로이트보다는 낫게 돌아갑니다. 어디를 가나 학교는 돌아가야하니까요. UM좋은 학교지요.